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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수의 사람 ‘人’] 농구 ‘비주류’ 벽 뚫고 ‘주류’로 짜릿한 역전극…KXO(3x3농구연맹) 권기복 회장

2024-05-06 12:13

KXO 회장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는 권기복 포스메이트 개발 대표.
KXO 회장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는 권기복 포스메이트 개발 대표.
농구인 출신이지만 정통은 아니었다. 전남 광주에서 농구를 했지만 이렇다할 두각을 나타내지 못해 명문대 농구팀에 진학하지 못했다. 농구에 관한 ‘한’이 많아 체육교사로 활동하면서 농구부 감독을 역임했다. 농구대잔치 심판과 국제농구연맹(FIFA) 국제심판으로도 활동했다. 하지만 스스로 비주류라고 생각하며 못내 아쉬움이 컸다. ‘언제간 농구로 인정받을 날이 오리라’며 자신을 위로했다. 마침내 때가 왔다.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의 시구,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를 그렇게 울었나보다’처럼 그는 비주류의 벽을 뚫고 주류로 짜릿한 역전극에 성공했다.

지난 달 KXO(한국3x3농구연맹) 제4대 회장으로 취임한 권기복 포스메이트개발 대표이다. 그는 지난 해 6월 경기도 포천농구협회장도 맡았다. 올해에는 프로농구에서 활동한 관계자들의 친목 모임체인 ‘KBL 패밀리’ 부회장으로도 선임됐다. 지난 해부터 잇달아 중책을 맡은 권 회장은 사업을 이끌면서 농구계를 위해 활동하느랴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쁘다. KXO 회장에 취임한 지 몇일도 지나지 않은 권 회장을 만났다.

권기복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 알렉스 산체스 FIBA 3x3 총괄 디렉터(오른쪽에서 두 번째), 최희암 홍천 챌린저 조직위원장(맨 오른쪽).
권기복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 알렉스 산체스 FIBA 3x3 총괄 디렉터(오른쪽에서 두 번째), 최희암 홍천 챌린저 조직위원장(맨 오른쪽).


“KXO를 국제적인 연맹으로 발전시키겠다”

KXO는 한국3x3농구연맹의 영어 ‘Korea 3x3 Basketball Organization)의 약자이다. ’Korea’의 ‘K’, ‘3x3’의 ‘X’, ‘Organization’의 세 단어 앞 알파벳을 따왔다. 권 회장은 KXO 출범 최초의 농구인 출신 회장이다. 권 회장은 지난달 27일 열린 ‘NH농협은행 2024 KXO 3x3 강릉투어’ 현장에서 취임식을 진행했다. 그는 “새롭게 KXO 회장직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 KXO가 한국 3x3 발전을 위해 그동안 굉장히 많은 노력을 했다. 이번에 새롭게 KXO 회장으로 취임하게 됐는데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인 3x3 농구 연맹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홍천 챌린저부터 잘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취임사를 전했다.

이어 그는 “오는 10일부터 12일까지 강원도 홍천에서 ‘NH농협은행 FIBA 3x3 홍천 챌린저 2024’가 개최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홍천 챌린저가 개최되는데 취임 후 갖는 첫 국제대회인 만큼 KXO 임직원들과 힘을 합쳐 잘 치러낼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홍천 챌린저의 성공 개최를 다짐했다.

앞서 권 회장은 지난 3월 방한한 알렉스 산체스 FIBA 3x3 총괄 디렉터와 비비안 왕 FIBA 3x3 아시아 매니저를 최희암 홍천 챌린저 조직위원장과 박건연 홍천 챌린저 부조직위원장, 신은섭 홍천군체육회장과 함께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알렉스 산체스 FIBA 3x3 총괄 디렉터는 전 세계 3x3 업무를 총괄하는 중요한 인물로 지난해 개최된 ‘FIBA 3x3 홍천 챌린저 2023’을 성공적으로 치른 홍천군체육회와 KXO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장기적인 비전에 관해 논의하고자 한국을 찾았던 것이다.
권 회장은 이 자리에서 홍천 챌린저를 오는 2026년까지 4년 연속 개최하고, 올해 10월에는 포천 챌린저를 새롭게 론칭하며 3x3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는 관계자들을 만나 국제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과 KXO리그 발전 방향 등을 논의했다.

권기복 회장(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이 2024 솔향 강릉배 전국 3x3 농구대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권기복 회장(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이 2024 솔향 강릉배 전국 3x3 농구대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취임 일성으로 ‘3x3 프로리그 출범’을 말한 권 회장은 “3x3는 굉장히 스펙터클하고, 젊은 세대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아직 여건이 녹록지 않아 팬들의 관심을 증폭시킬 3x3 프로리그 출범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하며 “KXO에는 3x3에 해박한 지식을 갖춘 직원들이 많다. 덕분에 FIBA(국제농구연맹)와도 직접적으로 소통하며 올해 초, 알렉스 산체스 FIBA 3x3 디렉터와 한국에서 만남을 갖는 등 국제 업무에도 활기를 띠고 있다. 최근에는 NH농협은행, KBSN 등 3x3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기업, 방송국 등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준비 기간을 거쳐 빠른 시간 안에 3x3 프로리그화를 위한 노력에 힘을 기울이겠다”라며 2-3년 안에 KXO리그를 3x3 프로리그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그는 “몇 년 전과 달리 내 세대의 농구인들도 3x3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농구인들의 지지를 더 이끌어 내 3x3가 5대5 농구의 아류가 아닌 ‘새로운 농구’로 인식돼 독자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국제대회 유치, 국제대회 출전 등 한국 3x3 국제화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한국 3x3가 일본, 중국처럼 국제무대에서도 다방면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해 6월 경기도 포천농구협회장에서의 권기복 회장(오른쪽)
지난 해 6월 경기도 포천농구협회장에서의 권기복 회장(오른쪽)


지방농구 활성화와 프로농구 친목단체 지원까지

권 회장은 지난 6월 경기도 포천농구협회장에 취임했다. 박건연 전 더바스켓 회장을 상임 부회장으로, 연세대학교와 전자랜드 감독을 역임한 최희암 고려용접봉 부회장은 고문에, 추일승 대한민국 농구대표팀 감독은 부회장으로 선임했다. 취임식과 함께 포천종합체육관에서는 제11회 포천시농구협회장배 농구대회를 열었다. 36개팀에서 250여명의 농구 동호인들이 참가한 대회는 농구 저변 확대와 농구인 및 동호인들의 화합과 소통을 장을 마련하고, 생활체육의 활성화와 우수 유망주 발굴을 목적으로 개최했다.

그동안 포천은 경기도 내에서도 농구 소외지역이었다. 경기도 북쪽 지역에 위치해 있는데다 초중고 농구팀 활동이 미미해 지역 경쟁력이 취약했던 것이다. 권 회장은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방안들을 수립해, 더욱 편하게 운동을 할 수 있는 방안들을 가시화하고 내실을 다져나가겠다”고 밝혔다.
권 회장은 올해에는 남자프로농구관계자들의 친목모임체인 ‘KBL 패밀리’에 1천만원 기부금을 흔쾌히 내놓아 주위를 놀라게 했다. 2000년대 전반 창립한 KBL 패밀리 역사상 개인이 1천만원을 기부한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그동안 프로농구 발전을 위해 활동하신 회원 여러분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했을 뿐”이라고 말한 그는 임정명 회장으로부터 부회장 제의를 받고 기꺼이 수락했다.

굴곡과 반전의 삶…농구선수, 교사, 농구심판, 사업가

그는 학생 시절 농구로 성공을 꿈꾸기도 했다. 1961년생인 권 회장은 광주고 재학시절, 김용학(전 산업은행)과 함께 맹활약해 1980년 전국체전과 추계대회에서 2관왕에 올랐다. 송도고, 용산고 등 농구 명문팀이 맹위를 떨치던 시절, 광주고가 우승을 한 것은 주목할만한 성적이었다. 1981년 상비군에 선발되기도 한 권 회장은 대학 진학을 놓고 깊은 고민을 했다. 농구 지도자로 선생님이 되라는 돌아가신 선배님의 권유로 농구 명문대학으로 진학하지 않고 전남대 사범대 체육교육과로 진학했다. 농구 엘리트의 길을 접고 동호인으로 농구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대학 졸업 후 체육교사의 길을 걸었지만 농구에 대한 갈증은 여전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농구 감독과 심판이었다. 2001년 안양고 창단 감독을 맡게 된 그는 2003년 전국종별대회 우승으로부터 시작, 2008년까지 각종 대회 4년 연속 우승을 이끌었다. 제자로는 기승호(전 LG, KT&G), 하재필(전 KCC), 권용웅(전 SK), 유광식(전 동부) 등 여러 유망주들을 배출했다. 1991년부터는 농구대잔치 심판을 맡아 중요 경기를 많이 치렀다.

32년간 체육교사를 한 그는 2019년 정년 몇 년을 앞두고 중대 결심을 했다. ‘아파트 시행사업을 같이 해보지 않겠느냐’는 지인의 제의를 받고 교사를 사직하고 본격적인 사업가의 길로 들어섰다. 첫 번째 사업인 포천지역 아파트 시행사업은 순풍에 돛단 듯 잘 풀렸다.
권 회장은 “그동안 여러 일을 하면서 나름 많은 경험을 했다. 기회가 되면 농구계를 위해서 봉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기회를 잘 만나게 된 것 같다”며 “여러 분들이 적극적으로 잘 도와줘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늦게 핀 꽃 향기가 더 멀리 퍼진다는 말이 있다. 비록 정통 농구 엘리트가 되지는 못했지만 나름 자신의 삶을 잘 개척해 다른 농구인들을 도울 수 있는 위치에 오른 권 회장의 농구 인생은 성공작이라고 할만 하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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