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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성공한 알칸타라와 실패한 러셀, 3년만에 반전?[마니아포커스]

2023-04-02 08:39

이제 갓 시작했지만 시작은 너무 달랐다. 한쪽은 실망으로 얼굴을 찡그렸고 다른 쪽은 환호했다. 바로 라울 알칸타라(두산베어스)와 에디슨 러셀(키움히어로즈) 이야기다.

KBO리그의 마지막 20승 투수 알칸타라는 3년만에 복귀한 1일 롯데와의 개막전에서 4이닝 4실점의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연합뉴스]
KBO리그의 마지막 20승 투수 알칸타라는 3년만에 복귀한 1일 롯데와의 개막전에서 4이닝 4실점의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연합뉴스]
알칸타라와 러셀은 KBO 리그를 경험한 외인들로 3년만에 복귀했다. 떠나는 과정은 완전히 정반대였다. 알칸타라는 붙잡는 손을 뿌리치고 떠났다. 러셀은 남고 싶었지만 붙잡지 않았다.

그리고 3년만에 다시 만났고 2023 시즌 개막전에서 투타에서 선발로 이름을 올렸다. 144경기 중의 단 한경기 시작했을 뿐이지만 개막전에서만큼은 떠날때와는 또 반대였다.

알칸타라는 2019년 kt위즈의 외인으로 윌리엄 쿠에바스와 함께 KBO 문을 두드렸다. 이해 11승을 올렸지만 13승을 올린 쿠에바스에 밀려 재계약에 실패하고 KBO를 떠날 처지가 됐다.

이때 손을 내 민 쪽이 두산이었다. 두산에서 KBO 리그 2년차를 맞은 알칸타라는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되었다. 31경기에서 20승2패, 평균자책점 2.54라는 믿을 수 없는 활약을 보이며 두산의 정규리그 2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알칸타라는 이해 20승을 올린 뒤 두산의 재계약 요청을 뿌리치고 일본프로야구로 진출했다. 일본에서 2년 동안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다시 두산의 부름을 받아 3년만에 KBO 리그에 복귀했다.

하지만 알칸타라는 3년 만의 복귀전이 된 2023시즌 홈 개막전 롯데 자이언츠전에 선발로 나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4이닝 6피안타(1피홈런) 4볼넷 2탈삼진 4실점, 'KBO 마지막 20승 투수'로서는 실망스런 모습이었다.

빠른 볼은 155㎞에 이를 정도로 여전했지만 제구가 흔들렸다. 스트라이크의 비중이 50%를 갓 넘었을 뿐이다.

1회 3점의 지원을 받고 시작했지만 2회에는 전준우에게 높은 직구를 던지다가 좌월 홈런을 허용했고 4회에는 1사 만루에서 안권수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그리고 안치홍에게 마저 역전타를 허용했다.

개막전에서 에이스가 나서 4이닝밖에 던지지 못했다. 그것도 4실점이나 했다. 결국 감독 데뷔전을 가진 이승엽 두산 감독은 5회 알칸타라를 마운드에서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알칸타라는 두산에서 20승을 올린 2020년 시즌에도 첫 게임과 두번째 게임에서는 3실점, 4실점씩을 했다. 심지어 5실점을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31경기를 던지면서 5이닝 이하를 던진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개막전임을 감안해도 알칸타라에 전적으로 보냈던 에이스로서의 신임이 한풀은 꺾인 셈이나 다름없다.

2020년 타격 부진, 수비 불안의 이중고로 KBO리그를 떠났던 러셀은 3년만에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되어 복귀했다. [키움 히어로즈]
2020년 타격 부진, 수비 불안의 이중고로 KBO리그를 떠났던 러셀은 3년만에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되어 복귀했다. [키움 히어로즈]
알칸타라가 2020년 두산의 에이스로 펄펄 날고 있을때 에디슨 러셀은 이해 7월 테일러 모터의 대체 선수로 키움에 합류했다. 2016년 월드시리즈에서 시카고 컵스를 우승으로 이끈 멤버라는 점때문에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타격뿐만 아니라 한몫을 해 줄 것으로 기대했던 수비마저 불안했다.

합류 직후에는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을 밀어내고 자신의 주 위치인 유격수로 나섰지만 나중에는 2루수로 나서야 했다. 수비불안과 타격 부진이 함께 찾아온 탓이었다. 시즌이 끝났을때 러셀은 65경기에서 2홈런 타율은 0.254에 그쳤다. 이렇게 실패를 하고 KBO 리그를 떠났다.

그런데 3년만에 다시 키움이 러셀을 불렀다. 실패한 외인을 다시 부르는 것은 일종의 도박이나 다름없다. 러셀을 다시 부를 때 고형욱 키움 단장은 지난해 멕시코리그에서 뛰면서 24홈런에 타율이 0.348에 이를 정도로 좋아 재기 가능성을 보여준 점을 높이 샀다고 했다.

이 믿음 덕분일까? 에디슨 러셀은 확실히 3년전과는 달랐다. 개막전부터 중심타선 중의 중심타선인 4번타자를 맡아 클러치 능력을 보여 주면서 펄펄 날았다.

러셀은 1회 한화의 새 외인 버치 스미스에게 삼진으로 물러났으나 0-0으로 맞서던 3회말 2사 1, 2루에서 한화의 바뀐 투수 이태양을 상대로 선제 2타점 우익수쪽 적시타를 날리면서 존재감을 뽐냈다.

8회에도 안타를 날린 러셀은 2-2로 연장으로 들어간 10회말 1사 뒤 김혜성의 좌익선상 2루타에 이어 이정후를 고의 볼넷으로 내 보내 만든 1, 2루에서 한화 마무리 장시환으로부터 좌전안타로 뽑아냈다. 발빠른 2루주자인 김혜성이 홈으로 들어오기에는 짧은 안타여서 결승타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이형종의 끝내기 안타를 만들어 내는 결정적인 디딤돌 안타였다.

5타수 3안타 2타점. 키움 선수 가운데는 최고였다. 홍원기 감독이 함박 웃음을 짓게 할 정도로 공수에서 나무랄 데가 없었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첫 단추에서 어긋난 알칸타라와 잘 꿴 러셀이 앞으로 행보가 궁금해진다.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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