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최지만의 대표팀 합류 불발-덩달아 무거워진 강백호의 어깨, '명예회복'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2023 WBC]

2023-02-07 08:31

최지만(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국가대표 꿈이 결국 무산됐다. 피츠버그 구단측이 지난해 11월 말에 받은 최지만의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수술을 이유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참가를 불허한 탓이다.

최지만의 WBC 출전 불발로 대표팀에 합류한 최지훈[사진 연합뉴스]
최지만의 WBC 출전 불발로 대표팀에 합류한 최지훈[사진 연합뉴스]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이에 KBO 조범현 기술위원장과 이강철 감독은 최지만의 대체로 외야 멀티포지션이 가능한 최지훈(SSG 랜더스)을 발탁했다. 발 빠르고 수비 범위가 넓은 최지훈은 연장 승부치기가 있는 WBC에서 대주자, 대수비 모두 가능하다고 발탁 이유를 설명했다. 결국 최지만은 첫 태극마크를 달수 있는 대표팀과의 인연이 어긋났지만 최지훈은 첫 국가대표가 되는 영예를 안았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1루수인 최지만의 대체로 외야수인 최지훈을 낙점했느냐는 점이다.

당초 KBO 기술위원회는 1루수 요원으로만 3명을 선발했다. 바로 최지만과 박병호 강백호(이상 kt 위즈)다. 메이저리거인 최지만이 주전 1루수이고 지난해 9월 오른쪽 발목 인대 파열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박병호를 지명타자로, 그리고 강백호를 대타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이때도 최지만이 참가가 어려울 수 있다는 예상을 했다. 이럴 경우에도 1루수인 채은성(한화 이글스)이나 오재일(삼성 라이온즈)을 염두에 두었다.

사정은 스프링캠프에서 변했다. 박병호의 부상 상태를 꾸준하게 확인한 결과 현재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따라서 1루수를 더 발탁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에 따라 다른 포지션 선수를 뽑았다는 것이 조범현 기술위원장의 설명이다.

이럴 경우 대표팀의 주전 1루수는 당연히 박병호다. 그럼 지명타자는? 외야 라인을 좌익수 김현수-중견수 이정후-우익수 나성범으로 짤 경우 지명타자는 강백호가 맡아야 한다.

최지만의 WBC 출전 불발은 강백호의 어깨에 더 무거운 짐을 드리웠다. 강백호는 이번 WBC에서 반드시 천재타자로서의 명예회복을 해야 한다.[사진 kt 위즈]
최지만의 WBC 출전 불발은 강백호의 어깨에 더 무거운 짐을 드리웠다. 강백호는 이번 WBC에서 반드시 천재타자로서의 명예회복을 해야 한다.[사진 kt 위즈]
최지만의 불참에 따라 강백호의 활약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잘 알려졌듯이 강백호의 이번 WBC 키워드는 '명예회복'이다. 2021년에 8월에 열린 2020도쿄올림픽 야구의 쓰라린 경험을 교훈삼아 이번에 '천재타자'로서 자존감을 보여 주어야 한다.

강백호는 도쿄올림픽에서 온갖 비난을 혼자 받았다. 전체 7게임에서 26타수 8안타 타율 0.308, 4타점 2득점으로 나름대로 제몫을 한 것 처럼 보이지만 콜드게임으로 이긴 녹아웃 스테이지 이스라엘전에서 4타수 4안타 맹타를 때린 것을 제외하면 6게임에서 22타수 4안타(타율 0.182) 2타점에 그쳤다.

여기에다 도미니카공화국과의 3~4위전에서 6-10으로 뒤져 승부가 기운 8회초 덕아웃에서 껌을 질겅질겅 씹고 있는 모습이 TV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도쿄올림픽 참패의 원흉으로 많은 비판과 비난을 혼자서 뒤집어 썼다.

이 탓으로 강백호는 이후 KBO 리그에 돌아와서도 슬럼프에 빠졌다. 4할대를 오르내리던 타율은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해 9월 한달동안은 2할 5푼대 타격에 그치면서 결국 이정후(키움 히어로즈)에게 타격 1위까지 물려주고 3위로 주저 앉기도 했다.

강백호는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도쿄올림픽 껌 논란 이후 구토와 불면증에다 대인기피증까지 생겼다고 고백한 적이 있을 정도로 심각한 후유증을 겪었다.

이 때문이었을까? 2022시즌도 최악이었다. 새끼 발가락 골절, 시즌 중 햄스트링 부분 파열로 단 62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고 타율도 0.245에 그치면서 '천재타자'의 명성에 흠집도 냈다. 덩달아 2023 연봉도 5억5000만원에서 47.3%인 2억 6000만원이 삭감된 2억9000만원으로 거의 반토막이 나고 말았다.

사실 최지만이 대표팀에 합류했으면 강백호는 주로 대타로 나서야 한다. 이강철 감독도 2022시즌 성적이 하위권인데도 불구하고 강백호를 발탁한 것은 대타로 장타를 날려 줄 수 있는 타자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타로 나서 세계 최고수준의 투수들을 상대해 안타를 날리기는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이제 강백호는 붙박이 지명타자로 출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도쿄올림픽의 아픈 기억, 지난해 두 차례 큰 부상으로 최악의 한해를 보낸 서글픈 기억들을 이번 WBC에서 시원한 장타로 한꺼번에 날려 보내야 한다. 강백호의 어깨가 새삼 무거워지 연유다.

.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쇼!이슈

마니아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