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외인타자 대체 자원에서 성큼 중심타선으로 올라선 전의산, 거포 유망주 언제까지 지켜낼까?[마니아포커스]

2022-06-13 09:10

프로야구는 그 어느 곳보다 적자생존의 법칙이 가장 잘 통용되는 곳 가운데 하나다. 베테랑이라도 성적이 나쁘면 도태되기 마련이고 반대로 이제 갓 뛰어든 신인이라도 성적이 좋으면 단숨에 주전이나 에이스로 등용될 수 있는 곳이 바로 프로야구다.

그러나 분명히 차이는 있다. 베테랑에게는 1~2번의 실패에도 재기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되지만 신인급들에게는 1~2번 찾아오는 기회를 잡지 못하면 언제 다시 그런 기회가 올지 모른다는 점이다. 그만큼 신인급들에게 부여될 수 있는 기회는 많지도 않을 뿐더러 여러차례 주어지지도 않는다.

3년차 신인 전의산이 외인타자 캐빈 크론의 부진을 틈타 1군에 올라온 뒤 5경기 연속 안타를 날리며 선두 팀의 4번타자로 자리매김했다.[SSG 랜더스 제공]
3년차 신인 전의산이 외인타자 캐빈 크론의 부진을 틈타 1군에 올라온 뒤 5경기 연속 안타를 날리며 선두 팀의 4번타자로 자리매김했다.[SSG 랜더스 제공]
이런 점에서 전의산(SSG 랜더스)은 자신에게 찾아 온 단 한번의 기회를 움켜 쥔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할만하다.

전의산은 2020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10순위로 SK 와이번스(SSG 전신)에 지명된 유망주다. 전체로는 10순위이지만 SK에서는 1차 지명을 제외하고는 1순위다. 바로 이때 1차 지명돼 팀의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는 소형준(kt 위즈) 이민호(LG 트윈스)와 같은 동기들이다.

하지만 전의산은 지난해까지 한차례도 1군에 부름을 받지 못했다. 잦은 부상도 있었지만 내부적으로 크고 작은 사건에 연루가 된 탓도 컸다.

올해도 퓨처스리그에서 시작했다. 1군으로 올라 올 자리가 없었다.

그러던 차에 기다리던 때가 왔다. 퓨처스리그에서 연타석 홈런을 날리는 등 6개의 홈런으로 남부와 북부리그를 통틀어 이 부문 공동 1위에 오르면서 부진한 외국인타자 캐빈 크론의 대체 자원으로 떠 오른 것이다.

크론이 홈런을 11개 날리기는 했지만 4월과 5월 두 달 연거푸 타율은 2할5푼대에 그치고 특히나 6월들어서는 1할대에도 못미치는 극심한 부진에 빠지자 드디어 크론과 1군 자리바꿈을 했다. 바로 6월 8일이다.

1군에 콜업된 전의산은 창원 NC 다이노스와의 주중 3연전 가운데 2번째 경기에 7번타자 1루수로 선발 기용됐다. 여기서 프로 데뷔 두번째 타석인 4회초에 NC 선발 이용준의 2구째 슬라이더를 우익선상으로 흐르는 2루타로 장식해 프로 데뷔 첫 안타를 만들어냈다.

전의산의 진가는 프로 2번째 게임에서 더욱 빛이 났다. 프로 첫 경기에서 안타를 터뜨린 능력을 인정받아 이날은 2번타자로 나섰다. 그리고 0-3으로 뒤지던 8회초 2점을 따라 붙어 2-3이 된 1사 2, 3루에서 또다시 역전 2타점 우익수쪽 2루타를 날렸다.

비록 이 경기에서 SSG는 9회말 NC 양의지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아 4-5로 패하고 말았지만 전의산은 역전 2타점은 또다른 의미가 있었다.

바로 5월 31일부터 이어오던 8게임 연속 2득점 이하의 득점력 빈곤에 시달리던 팀에 처음으로 4득점을 안겨 준 귀중한 타점이었고 이를 계기로 SSG의 타선이 살아났다. 이전까지 SSG는 2승6패1무에서 전의산이 4득점째를 올린 뒤부터 한화를 상대로 9득점-4득점-13득점으로 3연승했다.

12일 문학 홈경기 한화전에서 2회말 3점홈런으로 프포 데뷔 첫 홈런포를 쏘아 올린 전의산이 대타자 최정의 환영을 받고 있다.[SSG 랜더스 제공]
12일 문학 홈경기 한화전에서 2회말 3점홈런으로 프포 데뷔 첫 홈런포를 쏘아 올린 전의산이 대타자 최정의 환영을 받고 있다.[SSG 랜더스 제공]
전의산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12일 문학 홈경기 한화 이글스전에서는 4번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해 2회말 2사 1, 2루에서 한화 선발 남지민의 2구째 직구를 노려쳐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3점짜리 아치를 그려냈다. 1군 데뷔 5경기 만에 때려낸 데뷔 첫 홈런이다.

이렇게 프로데뷔전부터 5경기 동안 전의산은 21타석에 나서 19타수 9안타(타율 0.474)에 2루타 3개, 홈런 1개 7타점 2볼넷 4삼진을 기록하며 5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아직 표본이 작기는 하지만 이 동안 장타율이 0.789에 출루율 0.524로 OPS는 무려 1.313에 이른다. 이 추세라면 올시즌 신인왕에 강력한 도전자도 될 수 있다.

무엇보다 5경기를 치르는 동안 전의산이 4번타자로 두 차례, 5번 타자로 한 차례 선발로 나섰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개막 이후 62경기째 선두를 지키고 있는 SSG에서 신인이 중심타선 중에 중심인 4번타자로 나섰다는 점은 시사점이 크다.

그렇다고 해서 전의산이 완전히 붙박이 주전이 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잦은 부상도 넘어야 하고 무안타로 빠질 수 있는 경기에서 자신을 컨트롤 하면서 벗어날 수도 있어야 한다.

낭중지추(錐)라는 말이 있다. 주머니 속의 송곳이란 뜻으로 주머니에 들어있는 뾰족한 송곳은 가만히 있어도 밖으로 삐져 나오듯이 재주가 뛰어난 사람은 남의 눈에 띈다는 말이다. 전의산이 낭중지추로 SSG의 새로운 중심타선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앞으로가 주목된다.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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