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8(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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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같은 마운드 프로 데뷔전에서 엇갈린 성적표 받아 든 문동주와 이지강, 이들의 앞길은 꽃길? 가시밭길?[마니아포커스]

2022-05-11 09:44

10일 잠실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의 시즌 4차전. 승패와 관계없이 화제의 두 신인 투수가 나란히 마운드에 섰다. 비록 불펜이지만 평생 잊지 못할 KBO 리그 데뷔전이다.

올해 신인 가운데 최고액으로 입단한 문동주는 프로 데뷔전에서 1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내려가 아쉬움을 남겼다.[한화 이글스 자료사진]
올해 신인 가운데 최고액으로 입단한 문동주는 프로 데뷔전에서 1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내려가 아쉬움을 남겼다.[한화 이글스 자료사진]
한화 문동주와 LG 이지강이 바로 그 주인공들.

문동주는 광주 진흥고 시절 최고 시속 156㎞의 강속구를 뿌리며 고교 랭킹 1위로 이미 한화에 입단하기 전부터 앞으로 KBO 리그를 이끌 최고 투수로 주목을 받을 정도로 화제의 주인공이었다.

연고팀인 KIA 타이거즈가 5툴 플레이어인 동성고 출신의 내야수 김도영을 택하는 바람에 독수리 유니폼을 입었지만 전국 1지명에다 계약금도 5억원으로 올해 신인 가운데 최고액을 받았다.

스프링캠프에서 문동주가 첫 불펜 피칭을 했을 때는 전문가들과 언론들까지 큰 관심을 보였다. 심지어 메이저리그가 파업 중이라 국내에서 훈련을 하던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도 문동주의 불펜 피칭을 보고 칭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였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프로 투수로 필수적인 슬라이더를 익히면 어떤 타자도 쉽게 공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면서 그 어느 누구도 신인왕 제1후보로 문동주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호사다마랄까? 하지만 문동주는 개막 엔트리에 들어가지 못했다. 시범경기를 앞두고 내복사근 미세 손상으로 재활에 매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최근 퓨처스리그에서 등판해 2이닝 무실점 1세이브를 기록하고 지난 3일 연습경기에서는 고교 시절 최고 구속까지 던졌다는 소식도 알려졌다.

그리고 9일 1군 엔트리에 등록이 됐고 10일 LG전에서 대망의 프로 데뷔전을 가졌다. 앞으로 2주 동안은 1이닝 이상을 던져서는 안된다는 수베로 감독의 당부까지 받으면서.

문동주는 1-5로 끌려가던 8회 한화의 4번째 불펜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문동주의 첫 상대 타자는 직전 타석에서 2점홈런(시즌 6호)을 날린 오지환. 오지환을 상대로 프로 첫 공을 시속 154㎞의 빠른 볼로 장식한 문동주는 2B2S에서 스프링캠프에서 처음으로 익힌 슬라이더를 던졌다가 좌전안타를 맞았다. 후속타자 유강남을 6구끝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 세워 첫 아웃을 잡았으나 문보경에게 던진 초구 152㎞ 직구가 중견수 키를 넘는 2루타가 됐다. 첫 탈삼진에 이어 첫 실점이었다.

이번에는 이재원에게 137㎞ 슬라이더 초구를 또 맞았다. 좌중간으로 빠지는 3루타로 2실점째. 코칭 스태프가 마운드를 방문해 문동주를 잠시 안정을 갖도록 추스렸으나 서건창에게 스트레이트 볼넷. 이어 홍창기에게는 좌익수 희생플라이, 박해민에게 좌전안타를 맞았다. 결국 문동주는 주자를 1, 2루에 남겨 둔채 마운드를 신정락에게 넘기고 물러났다.

신정락이 다음 타자인 김현수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아 문동주의 책임주자인 2루 주자 서건창까지 홈인했다. 결국 문동주의 데뷔전 성적은 ⅔이닝동안 7타자를 상대로 26개의 공을 던져 4피안타 1볼넷 4실점이 됐다.

이 경기를 지켜 본 양준혁 해설위원은 "문동주는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신인이다. 프로의 벽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지만 자신감에 차 있는 표정이나 꿋꿋하게 볼을 던지는 모습에서 충분히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고 좋은 평가를 내렸다. 아픈 만큼 성숙해 질 수 있다는 뜻이다.


안경을 쓰고 던지는 모습이 고 최동원 투수를 닮았다는 이지강은 첫 데뷔전에서 1이닝 무실점의 인상적인 투구를 했다.[LG 트윈스 제공]
안경을 쓰고 던지는 모습이 고 최동원 투수를 닮았다는 이지강은 첫 데뷔전에서 1이닝 무실점의 인상적인 투구를 했다.[LG 트윈스 제공]
이렇게 문동주가 혹독한 프로 신고식을 치렀지만 이지강을 달랐다.

이지강은 LG가 9-1로 앞서 승패가 사실상 결정이 된 9회초 세번째 불펜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이미 승부가 기운 한화는 이지강을 상대로 잇달아 주전들을 빼고 대타를 기용했다.

첫 타자인 대타 박상언을 상대로 모두 144~146㎞에 이르는 묵직한 볼을 던졌으나 6구만에 볼넷을 내 주었다. 이어 마이크 터크먼을 대신한 대타 원혁재를 상대로 6구째 헛 스윙 삼진으로 잡아 첫 아웃카운트를 올렸고 다음 타자인 역시 대타 정민규도 6개의 공으로 헛 스윙 삼진을 잡았다.

그리고 김인환에게 7구째 볼넷을 내 주었으나 역시 대타로 나선 이도윤을 1루수 땅볼로 처리해 1이닝 동안 5타자를 상대로 27개의 공을 던지며 2개의 볼넷, 2개의 삼진과 땅볼 1개로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이지강이 이날 지명타자로 나선 김인환을 빼고는 4명을 모두 대타들을 상대했지만 무안타 무실점으로 마무리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이지강은 소래고를 졸업하고 2019년 2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9라운드 전체 85순위로 LG 트윈스에 입단했다. 입단 년도로만 따지면 불펜의 핵심자원인 이정용 정우영을 비롯해 문보경 구본혁 임준형 등이 모두 동기들이다.

그러나 이지강은 곧바로 현역으로 입대해 조교로 군 복무를 마친 뒤 지난해 5월 30일 전역했고 올해 5월 1일 정식 선수로 전환했다. 그동안 연습경기를 통해 기량을 점검받았고 스프링캠프에서 당당히 1군으로 합류해 눈도장을 찍었다.

당시 류지현 LG 감독은 "이지강은 속구와 체인지업 등 구위도 좋고 퀵모션이 좋아 타자들이 타이밍을 맞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선발도 가능하다"며 장래가 밝은 선수라고 칭찬을 했었다.

류지현 감독의 말대로 이지강은 1군에 등록되기 전 퓨처스리그서 5경기 18이닝을 던져 11피안타 4볼넷 16탈삼진 3실점으로 1승1패1홀드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 1.50에다 피안타율은 0.167로 에이스급 이상이었다. 이 덕분에 7일 1군으로 콜업됐고 이날 첫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날 한화와 LG의 경기를 중계한 심재학 해설위원은 "빠른 볼을 던지는 모습이 대단히 힘이 있다. 안경을 쓰고 던지고 마무리하는 모습이 최동원 선배와 흡사하다"며 앞으로 무한한 가능성이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문동주와 이지강은 5억원과 3000만원으로 계약금에서는 무려 16배 이상 차이가 나지만 연봉은 똑같은 3000만원이다. 같은 날 1군에 데뷔해 같은 출발선에 섰다. 그리고 이름값과는 달리 데뷔전 성적은 엇갈렸다.

앞으로 이들의 행보는 어떻게 될까?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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