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엽은 그해 홈런 41개를 쏘아올리며 거포의 위용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시즌 막판 손바닥 부상으로 방망이를 쥘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이승엽의 출전은 무리였다.
그러나 하라 감독은 이승엽의 결장을 반대했다. 주니치 드래곤스가 안방인 도쿄돔에서 정규리그 우승 헹가레를 하게 할 수는 없다며 이승엽을 주니치전에 4번 타자로 출전시겼다.
대신 이승엽에게 "타석에서 그냥 서 있기만 하라"고 했다. 방망이는 휘두르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유는 그의 존재감 때문이었다. 이승엽이 타석에 들어서는 것만으로 상대 투수 및 수비진에게 공포감을 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고도의 심리전이었다.
17일(한국시간) 열린 토트넘 대 브라이튼 경기. 후반전 35분께 손흥민이 루카스 모우라와 교체됐다.
그러자 토트넘 팬들이 일제히 환호했다. 토트넘 공식 트위터에 손흥민의 교체를 환영하는 글들이 줄을 이었다.
이들은 "손흥민에게 한 경기만이라도 쉬게 하라"고 주문했다. 한달 쉬게 하라는 팬도 있었다.
손흥민은 이날은 물론 최근 경기에서 다소 지친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체력이 저하되면 폼이 흐트러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요지부동이다. 손흥민을 빼는 것은 미진 짓이라며 앞으로도 계속 선발로 내세울 것임을 천명했다.
콘테 감독은 왜 손흥민을 쉬게 하지 않을까?
손흥민의 존재감 때문일 수 있다. 그는 이미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톱클래스 윙어로 알려져 있다. 그가 그라운드에 서 있는 것만으로 상대 수비진은 긴장한다. 손흥민을 집중 견제할 수밖에 없다.
콘테 감독은 이 점을 노리고 있을 수 있다. 손흥민 집중 수비로 다른 선수들이 득점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슬럼프에 빠진 선수를 빼버리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자신감이 저하되기도 한다.
해리 케인은 시즌 초반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 그러나 그는 매 경기 출전했다. 경기를 하면서 스스로 슬럼프에서 벗어나게 한 것이다. 덕분에 케인은 현재 완전히 제 폼을 찾았다.
월드클래스급 선수들의 공통점이 바로 이것이다.
손흥민이 월드클래스급 선수라면 케인처럼 스스로 폼을 되찾을 것이다.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손흥민을 뺄 수 없을 수도 있다. 토트넘에는 손흥민을 대체할 선수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콘테 감독이 이를 모를 리 없다.
토트넘은 지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널, 웨스트햄과 치열한 리그 4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 4위를 해야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손흥민을 뺄 수 있는 간 큰 감독은 없다. 매 경기를 결승전 같이 치러야 한다.
토트넘의 다음 상대는 웨스트햄이다. 손흥민이 빠지면 절대로 안 되는 이유다.
[장성훈 선임기자/seanmania2020@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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