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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포커스]'두산의 가을야구, 미란다의 어깨에 달렸다'…트리플크라운 가시권에 둔 미란다, 최고 투수 반열에 올랐다

2021-09-09 09:21

메이저리그-일본프로야구-대만프로야구를 모두 거치고 KBO리그에 입성한 두산의 아리엘 미란다가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에서 모두 선두에 올라 올시즌 최고 투수로 성큼 발돋움했다.[연합뉴스]
메이저리그-일본프로야구-대만프로야구를 모두 거치고 KBO리그에 입성한 두산의 아리엘 미란다가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에서 모두 선두에 올라 올시즌 최고 투수로 성큼 발돋움했다.[연합뉴스]
주변의 시선은 탐탁치 않았다. 코로나19로 메이저리그가 축소되고 마이너리그가 아예 열리지 못해 어쩔 수 없는 대안으로 여겼다. 연봉도 55만달러로 외국인투수로는 그다지 비싸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뚜겅을 열고 보니 그야말로 잭팟 중의 잭팟이다.

아리엘 미란다(두산)가 2021시즌 KBO리그 외국인투수 지형을 송두리채 바꿔 놓고 있다. 프로야구 선수로는 거의 종착지나 다름없는 대만프로야구에서 뛴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는 활약으로 올시즌 마운드를 점령했다.

미란다는 8일 잠실 키움전에서 118개의 공을 던지며 6⅔이닝 동안 볼넷은 딱 1개만 내주며 5피안타 9탈삼진 1실점으로 막으며 시즌 15번째 퀄리티스타트르로 12승(4패)째를 올렸다.

이로써 미란다는 에릭 요키시(키움) 원태인(삼성)과 함께 다승 공동 선두를 오른 것을 비롯해 평균자책점도 2.38에서 2.33으로 낮추고 탈삼진 164개로 투수 3개 부문 선두에 올라 자연스럽게 최고 투수 반열에 들어섰다.

미란다의 이런 활약은 상상밖이다.

사실 미란다는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메이저리그가 축소 운영되고 아예 마이너리그는 폐쇄됨에 따라 어쩔 수없이 눈을 대만프로야구로 돌리면서 안테나에 걸린 선수였다. 즉 2020시즌 두산의 강력한 원투펀치 역할을 했던 라울 알칸타라는 일본으로, 크리스 플렉센은 미국으로 되돌아가면서 고육지책으로 메이저리그-일본프로야구를 모두 경험하고 대만프로야구에서 풀시즌을 뛴 미란다를 영입한 것이다.

이때만 해도 미란다가 이 정도까지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대만프로야구가 KBO 리그보다 한수 아래라는 의식이 강한데다 KBO리그에 입성해 나름 성공한 투수가 쉐인 유먼(롯데-한화)과 앤디 밴 헤켄(넥센·현 키움) 정도밖에 없는 점도 한몫을 했다.

시즌 개막한 뒤 4월과 5월에 미란다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엇갈렸다. 4월 한달동안 5게임에서 평균자책점 1.85로 4연승을 달리자 조심스럽게 '기대이상 대어'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5월들어 3게임 가운데 2게임에서 4이닝 동안 6실점씩을 하면서 3연패에 빠지고 이동안 평균자책점이 4.95로 치솟으면서 '그럼 그렇지'라는 식으로 순식간에 평가절하가 되고 말았다.

그리고 6월 한달 동안은 5게임 연속 7이닝 이상을 던지는 퀄리티스타를 하고도 불펜들의 방화로 5게임 1승에 그치며 마치 숨고르는 듯한 양상을 보인 미란다는 7월 들면서부터 본격적인 승수 사냥에 나섰다. 그리고 그 여세는 시즌 막바지 KBO 리그에 지각변동을 예고케 해주고 있다.

리나다는 최근 10게임에서 73이닝을 던져 46피안타(피안타율 0.178) 12볼넷 85탈삼진 14실점(자책점)으로 최근 4연승을 비롯해 7승1패 평균자책점 1.73으로 극강의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마운드를 지배했던 라울 알칸타라(두산)가 떠난 뒤 자연스럽게 드류 루친스키(NC), 데이비드 뷰캐넌(삼성), 케이시 켈리(LG)의 외국인 트로이카 시대가 될 것으로 예상했던 마운드 판도를 완전히 뒤집어 놓은 셈이다.

지난 2일 잠실 KIA전에서 9회 2사 뒤 김선빈에게 안타를 맞아 노히트노런 대기록을 놓친 미란다가 KBO 리그 데뷔 첫 완봉승을 한뒤 포수 박세혁과  승리의 악수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2일 잠실 KIA전에서 9회 2사 뒤 김선빈에게 안타를 맞아 노히트노런 대기록을 놓친 미란다가 KBO 리그 데뷔 첫 완봉승을 한뒤 포수 박세혁과 승리의 악수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특히 미란다는 직전 등판이었던 지난 2일 잠실 KIA전에서 9회초 2사 뒤 김선빈에게 안타를 맞아 노히트노런 대기록을 놓쳤지만 KBO 리그 데뷔 첫 완봉승을 기록하면서 지난달 14일 고척 키움전 5회부터 무려 31이닝동안 실점을 하지 않는 괴력투를 뽐냈다. 또 지난달 20일 한화전부터는 3게임 연속 7이닝 이상 무실점으로 2015년 양현종(전 KIA) 이후 6년만에 기록을 재현하기도 했다.

이제는 어느 누구도 미란다를 최고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두산은 현재 5위 키움에 3.5게임차 뒤진 7위다. 남은 게임은 47게임, 계산상으로는 8~9게임에 더 등판이 가능하다. 앞으로 미란다의 활약에 따라 두산의 가을야구 진출 여부도 가려질 수 있다.

그리고 2019년 조쉬 린드블럼, 2020년 라울 알칸타라에 이어 온 두산의 3년 연속 20승 투수 배출과 함께 트리플 크라운이 탄생할지 지켜보자.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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