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배구 선수를 한 적이 없다. 다만 어릴 적부터 배구 경기 분석을 좋아해 16세부터 지역 클럽 코치를 시작으로 배구 지도자로 줄곧 활동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배구 강국 브라질 리그에서 4관왕을 차지한 명장으로 이름을 날렸던 그에게 지난해 한국배구가 ‘러브 콜’을 보내면서 한국여자배구팀을 맡게됐다. 그는 한국대표팀을 책임지면서 철지히 ‘데이터 배구’ 입각해 초호화 외국인 코칭스태프를 꾸렸다. 세자르 에르난데스(44·스페인) 대표팀 수석 코치는 세계여자배구 최고 명문 구단인 터키 바키프방크에서 기술코치로 활약했다. 안드레아 비아시올리(32·이탈리아) 전력분석관은 고교 시절 배구를 분석하는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었던 이탈리아 밀라노 공대 출신 엔지니어 출신이었다.
이들 3인의 코칭스태프는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상대할 11개 출전국 전력을 샅샅이 분석했다. 예선에서 숙적 일본과 8강전에서 터키를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전력 분석의 힘이 컸다. 일본전에서 속공과 조직력이 능한 팀이라는 성격을 감안, 한국팀이 상대 허점을 파고드는 전술적인 운영을 펼쳤다. 힘과 신장이 좋은 터키를 맞아선 상대 공격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목적타 서브에 주력했다. 이러한 작전을 잘 먹혀 들어 당초 예상을 깨고 일본과 터키를 꺾는 결정적인 발판이 됐다.
오래 전 미국 프로야구(MLB)에서 만년 하위팀 오클랜드 어슬렉틱스가 빌리 빈 단장이 다른 팀들이 평소 관심을 갖지 않았던 출루율 등 기록들을 중심으로 새롭게 팀을 재편, MLB에 돌풍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이런 오클랜드의 경험을 책과 영화로 만든 ‘머니볼’은 스포츠팬들로부터 큰 인기를 누렸다.
라바리니 감독은 마치 오클랜드 어슬랙틱스 빌리 빈 단장처럼 올림픽 여자배구에서 ‘’머니볼‘과 같이 ’데이터‘를 근거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그의 ’머니볼‘ 돌풍이 무슨 색깔의 올림픽 메달로 결승을 맺을지 주목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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