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블루원리조트 PBA 챔피언십’ 결승전 마지막 7세트 6이닝. 호흡을 가다듬은 강동궁은 마음의 정리를 끝내고 타격 자세를 취했다.
길게치기였다. 두께와 회전이 매우 정확해야 점수를 올릴 수 있는 고난도 기술.
길게치기는 리버스와 함께 성공 확률이 가장 적었다. 대회 기간 총 5,959회의 타격 중 95회가 시도되었으나 30회만 성공했다. 31.5%로 세 번 중 한 번 꼴이었다.
리버스는 76회 시도 중 24회 성공. 시도 수는 적었으나 성공 확률은 31.5%로 길게치기와 같았다.
강동궁이 조심스럽게 민 공이 정확하게 들어갔다. 5:9의 열세를 뒤집고 올라가는 회심의 일타였다. 4연타로 동점을 만든 강동궁은 또 한차례 심호흡을 했다.
그다지 어려운 배치는 아니었다. 앞돌리기 아니면 뒤돌리기 였다. 강동궁의 고심은 한 타를 치고 난 후의 끝내기. 이미 두어차례 결정타를 놓쳐 애를 먹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앞돌리기는 411회 시도해 208회가 성공했다. 뒤돌리기는 1,407회 중 960회가 맞았다. 강동궁의 선택은 뒤돌리기였다. 가볍게 툭 밀어 성공했다. 그의 의도대로 다음 공도 뒤돌리기 배치였다.
매치포인트. 강동궁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길게치기로 6연타를 시작한 마지막 공격을 뒤돌리기로 마감, 우승컵을 안았다.
3쿠션 당구대의 크기는 가로, 세로 내경이 고작 2,844mm에 1.422mm. 그런데 도 61,5mm의 공 세 개가 서는 경우는 수천, 수만가지.
그래서 매 게임 일희일비를 낳는다. 조금 전에 쳤던 공을 바로 다음엔 못치기도 하고 프로가 실패한 공을 동호인이 성공시킬 수도 있다.
김가영과 김민아의 LPBA 4강전. 김가영이 마지막 세트를 무섭게 달렸다. 9점 중 8점을 넣었다. 한 개만 더 맞추면 대회 첫 퍼펙트였고 경기 역시 끝나는 상황이었다.
배치는 어렵지 않았다. 내 공이 제1목적구보다 약간 밑에 있었지만 김가영의 실력이라면 충분했다. 하지만 간발의 차이로 실패, 그 공 1개 때문에 1천만원짜리 퍼펙트 상금을 놓쳤다.
뒤돌리기, 옆돌리기에 이어 다음으로 많이 서는 공은 빗겨치기. 619회였다. 다음이 대회전(587회), 앞돌리기(411회), 더블쿠션(263회), 횡단종단(129회), 되돌리기(96회)였다.
뱅크 샷은 총 1,045회. 3뱅크가 447회, 1뱅크가 445회로 비슷했다. 2뱅크는 123회 였다. 가장 어려운 것은 2뱅크. 46회만 성공했다. 1뱅크가 217회로 성공확률이 가장 높았다. 3뱅크는 198회.
PBA는 대한당구연맹과는 달리 뱅크 샷은 2점. 그래서 뱅크샷의 비중이 높다. 아마추어의 프로 전향 때 애로점 중 하나지만 흥미 유발에는 큰 도움이 되었다.
어떤 공을 어떻게 치느냐에 승패가 갈리는 당구. 통계상 가장 어려운 배치는 길게치기지만 승부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하나 남은 마지막 공이다. 그 한 개를 치지 못해 숱한 경기의 승패가 뒤집혔다.
가장 기분 좋은 때는 어려운 공을 원하는 대로 쳐 점수를 내고 다음 배치도 잘 섰을 때.
하지만 그보다 더 좋은 때는 후르크(fluke). 행운의 샷이라고 하지만 요행수라는 표현이 영어의 원 뜻에 더 가깝다.
이번 대회 최대의 후르크는 우승을 차지한 스롱피아비의 LPBA 128강전 9연타 중 7번째.
스롱은 초반 경기가 풀리지 않아 탈락 일보 직전이었다. 그러나 한 큐를 발휘, 9연타를 폭발시킴으로써 2위로나마 64강에 올라섰다.
그의 일곱 번째 공은 얼토당토 않은 득점이었다. 제 1목적구가 바로 2목적구를 맞추는 바람에 공격이 그대로 끝나는 판이었다. 하지만 이 공들이 반대편으로 가는 등 이리저리 다니다가 맞았다.
‘후르크 뒤에 장타’라고 스롱은 이후에 2점을 더 쳤고 그것이 64행의 단초였다. 그 3점이 없었다면 그는 128강 탈락이었다.
당구는 요지경 속이다. 야구보다 더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다.’ 야구는 한 방에 최고 4점이지만 당구는 10점 그 이상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 못지 않은 감의 스포츠 당구. 이 기술, 저 기술 거론되지만 가장 어려운 공은 마지막 공이고 가장 맛있는 공은 생각지도 않았는데 느닷없이 달려가 맞는 후르크다.
[이신재 마니아타임즈 기자/20manc@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