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출신이 대통령이었던 5공 시절 한때 족구는 군인들의 종목이라는 점 때문에 환대를 받지 못했다. 족구는 태생 자체부터 군대에서 출발한 종목이었다. 국방부에 따르면 족구는 1966년 공군 제11전투비행대대 조종사들이 착안, 시작을 하게됐다. 2년 뒤 공군 정덕진 대위, 안택순 중위가 룰을 창안해 ‘발배구’ 비슷한 종목이 됐다. 공군을 거쳐 육군과 해군 등으로 전파되면서 전군의 종목으로 자리를 잡았다. 국내에서 최초로 시작된 유일한 구기종목이 된 족구는 장병들이 전역을 한 뒤 직장과 학교 등에 보급을 하면서 전 국민이 누구나 즐기는 스포츠가 됐다. 군인만의 종목이 전국민의 사랑을 받는 종목으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요즘 직장 야유회나 가족 단위의 모임을 하면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의 하나가 족구이다. 주말 캠프장 등이나 펜션 등에서 족구를 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족구는 모든 땅이 경기장이라고 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든 공만 있으면 경기를 할 수 있다. 전국적으로 가장 많은 경기장을 갖고 있는 종목이며 가장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운동일 수 밖에 없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족구협회 홍기용(50) 회장도 족구 마니아로부터 출발했다. 오래 전 가족과 함께 미국 LA로 이주를 한 뒤 교회에서 교민들과 자주 어울리면서 서로 좀 더 친해지기 위해 족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족구를 통해 정을 나누고 체력 관리도 할 수 있었다. 족구의 매력에 빠진 그는 ‘족구 전도사’로 나섰다. 2년마다 열리는 미주 체전에 족구를 정식 종목으로 채택하게 하고 선수로서 직접 출전하기도 했다. 미주 족구협회장을 맡은 그는 2012년 대한민국족구협회와 손잡고 족구와 비슷한 체코 ‘풋넷’과 직접 교류전을 추진하고 국제족구대회도 개최했다. 자연 국내 족구인들과 잦은 교류를 갖게 되며 족구협회 행정에 깊숙이 참여하게됐다.
지난 1월 선거를 통해 제2대 대한민국족구협회장으로 당선된 홍 회장을 9일 잠실 주경기장 내 협회 회장실에서 만났다. 미국 영주권도 포기하고 국내와 미국을 오가며 자동차 용품 사업을 하는 그는 족구의 세계화를 위해 기여하겠다는 취임 청사진을 실현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족구가 잘 되야 대한민국도 잘 될 수 있다’
족구는 2016년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이 통합되면서 대한체육회 정식 가맹단체가 됐다. 아직도 엘리트종목의 산실인 전국체전에 정식 종목으로 지정되지 않은 상태이다. 이는 엘리트 종목으로 공인을 받지 못했다는 얘기이다. 정식 종목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놀이나 게임 등 ‘예능’ 정도라는 판단인 것이다. 하지만 족구는 17개 시도협회 및 미국, 호주, 필리핀 등 해외지부까지 두고 있으며 현재 등록 선수 수만 10만명에 이르고, 동호인 인구는 50만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국민적인 스포츠로 성장했다는게 대한민국족구협회의 설명이다.
-취임 일성으로 ‘족구의 세계화’를 이루겠다고 밝혔는데.
“족구는 이미 국내서는 기반을 다진 종목이다. 많은 선수와 동호인, 체계적인 대회 운영과 조직체계, 규칙 등을 갖고 있다. 태권도가 세계적인 스포츠로 자리를 잡은 것처럼 족구도 우리나라가 종주국인 구기종목으로서 세계화를 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족구가 세계화라는 목표를 향해 비상하려면 국내서 안정된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마치 비행기가 활주로에서 충분한 거리를 달려 양력을 받아 하늘로 날아 오르는 것처럼 족구라는 비행기가 세계의 하늘로 이륙하려면 먼저 국내서 제반 조건을 잘 갖춰야 한다. ”
족구가 그동안 세계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2012년 홍 회장이 미주회장으로 재임할 때 체코 풋넷과의 교류전을 직접 추진했다. 축구 강국은 체코는 자국에서 개발한 족구와 경기방식이 비슷한 풋넷이 인기 종목으로 성행하고 있다. 족구와 풋넷은 서로 경기 방식을 조정해 여러 차례 교류전을 가졌으며 양국 전국대회에 선수단을 서로 파견하기도 했다.
-어떤 기반들이 국내에서 만들어져야 하는가.
“태권도가 세계적인 스포츠로 자리잡은 역사를 보면서 해법을 찾고 있다.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 종목의 선진화 등이 이뤄져야 한다. 태권도, 씨름, 바둑, 노인체육 등은 국회에서 종목 발전에 필요한 각종 제도와 체계적인 지원 방책 등을 규정한 진흥법을 제정해 탄탄한 발전기반을 마련했다. 우리 족구도 빠른 시일내 국회서 진흥법이 통과돼 체계적인 보존과 진흥 효과를 올려야 한다. 족구에 좋은 것이면 대한민국에 좋은 것이고, 대한민국에 좋은 것이면 세계에도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장 현안인 전국체전 정식 종목 채택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있나.
“올해 경북 체전에서 먼저 예전 시범종목 성격의 기념대회를 갖는다. 울진, 김천, 안동 등 세 곳을 대회 장소로 알아보고 있다. 첫 전국체전에서 열리는 기념대회인만큼 많은 족구인들이 관심과 성원을 보낼 것으로 기대한다.”
-족구진흥법 추진 활동에 대해 설명해달라.
“지난 1월 회장 당선이후 국회를 직접 방문하고 안민석 문화체육관광위 국회의원 등을 만나 족구 진흥법 제정에 적극 협력해 줄 것을 요청했다. 금명간 여자핸드볼 영웅 임오경 의원, 전 봅슬레이 국가대표감독 이용 의원 등을 만날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들도 방문해 족구 진흥법 제정에 지원을 부탁할 것이다.”
족구, 스포츠산업 발전에 기여한다
대한민국족구협회는 스포츠과학자의 연구조사에 따르면 족구가 운동량에서 전체 스포츠 종목 중 4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일반인들이 생각한 것보다 운동량이 많다는 것이다. 구기 종목 가운데서 농구보다는 적지만 배구, 야구, 축구보다 훨씬 많다고 한다. 족구 선수들은 한 번 대회를 치르고 나면 엄청난 체력 소모를 실감한다는게 협회 관계자의 전언이다.
-족구는 재미있고 대중적이면서 경제성에서 효과가 있는 종목이라는데.
“족구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즐길 수 있다. 계절에 관계없이 조그만 공간만 있으며 아무라도 할 수 있다. 뼈에 무리가 없고 충돌에 따른 부상 염려도 없다. 경기 진행이 빠르고 룰을 잘 몰라도 즐길 수 있다. 또 많은 경비가 들지 않는 경제적인 운동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운동을 하려고 해도 비용이 많이 들면 할 수 없는 경기가 많은데 죽구는 아주 적은 비용으로 운동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스포츠산업에서 족구가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이유는.
“태권도가 세계적인 스포츠로 자리잡으면서 국내에서 생산된 태권도 용품이 수출을 많이 하듯, 족구가 세계화가 되면 국위 선양은 물론 스포츠 산업 발전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전국적으로 매년 700개 대회가 열려 많은 선수들이 거쳐가는 지방 도시 경제에도 적지않은 기여를 하고 있다는게 지방자치단체들의 반응이다. ”
- 스폰서 유치와 방송 중계는 어떻게 하고 있나.
“체코에서 개최했던 국제대회를 통해 후원계약을 맺은 바 있다. 기존 족구 후원업체 외에도 다양한 후원업체를 확보해 탄탄한 재정을 구축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족구 전문 방송과 국제대회 창설을 계획하고 있다. ”
![족구 경기장에서 포즈를 취한 홍기용 회장. [대한민국족구협회 제공]](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10610115232008925e8e9410872112161531.jpg&nmt=19)
족구를 위한 삶
미국에서 오랜 생활을 한 홍 회장은 족구라는 말에 대해 처음에는 어감상으로 썩 좋아하지 않았다. 중국에서 한자어로 족구(足球)는 축구를 의미하는 단어로 국제적으로 쓰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미국 LA 공원 테니스장에서 족구를 할 때 공원 관계자들이나 미국인들에게는 족구를 ‘사커 테니스’라고 설명해야 쉽게 알아들었다고 한다. 발로 하는 테니스라는 의미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외국인에게 족구라고 하면 한참 설명이 필요하다는게 그의 말이다. 오래전 국립국어원에 문의한 결과, 비록 중국에서 축구를 나타내는 의미로 족구라는 말을 쓰지만 이미 국내에서 만든 구기종목으로 자리잡은 족구라는 말은 그대로 써도 무방하다는 자문을 받았다고 한다.
-족구 발음이 외국인들에게 쉽지 않은데.
“족구의 영어 표기 ‘Jokgu’는 미국인들이 발음하기가 어렵다. 특히 ‘J’자는 유럽 각 국의 언어마다 발음이 다 달라 족구를 우리 원음대로 외국인들이 발음하는 것이 쉽지 않다. 여러 홍보와 PR 방법 등을 통해 세계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족구 용어에 대해 친근감을 갖게 할 수 있는 시도를 해야 한다고 본다. ”
-미국에서 오래 살면서 족구 활동에 어떤 도움이 되는가.
“미국에서 20여년 이상 살았다. 사업도 해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가족(부인과 1남1녀)들은 모두 미국 시민권자이다. 나는 몇 년 전 미국 영주권을 포기하고 대한민국 국적자로 활동하면서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자동차 용품 사업을 주로 하고 있다. 사업비자로 미국과 한국에서 많은 족구인들을 만나 족구의 국제화에 많은 도움을 받는다. 마치 태권도가 미국에 정착하면서 세계적인 스포츠로 자리를 잡은 것처럼 한국과 미국을 연계하는 것을 발판으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개인적으로 족구를 자주 하는가.
"지난 주 제주도를 다녀왔는데 시간이 되면 족구를 즐긴다. 족구 실력은 족구 스포츠클럽 디비전 등급으로 7부리그 정도에 속한다. 쉽게 얘기해서 가장 아래 단계이다. 하지만 족구에 관한 열정은 1부리그 선수들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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