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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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포커스]삼성의 특급 신인 이승현---그는 동기들인 이의리, 김진욱, 장재영과는 다를까?

2021-05-18 09:23

삼성 이승현이 올해 입단한 빅4 가운데 가장 늦게 모습을 드러냈으나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프로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렀다.[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이승현이 올해 입단한 빅4 가운데 가장 늦게 모습을 드러냈으나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프로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렀다.[삼성 라이온즈 제공]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뒤늦은 감은 있지만 그 포스는 강렬했다. 베테랑 선배의 사인에 고개를 흔들며 자신이 원하는 공을 던졌다.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담대함도 갖추었다. 과연 다른 특급 고졸 루키들과는 다를까?

삼성의 고졸 신인 이승현이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그토록 기다리던 1군 무대 데뷔전. 결코 호락호락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이겨냈다.

14일 잠실 LG전, 3-4로 1점 뒤진 8회말. 이승현은 지금껏 한번도 서보지 못한 1군 마운드에 올랐다. 떨리고 긴장은 했지만 주눅들지는 않았다. 150㎞에 이르는 강력한 직구를 앞세워 1이닝 세타자를 2탈삼진 무실점으로 돌려 세웠다. 확실히 눈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사흘 뒤 17일 역시 잠실 LG전. 이승현은 0-1로 뒤진 5회말 1점차로 긴장감이 감도는 승부에 첫번째 불펜으로 나섰다. 이미 LG에 연패를 당한 뒤여서 여기서 마저 패하면 3연패에다 선두 자리까지 내 주어야 하는 상황에서 허삼영 삼성 감독이 이승현을 선택한 것은 바로 그가 프로 데뷔전에서 보여 준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은 덕분이었다.

이승현이 17일 잠실 LG전 1사 1, 3루 위기에서 정현욱 투수코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삼성 라이온즈]
이승현이 17일 잠실 LG전 1사 1, 3루 위기에서 정현욱 투수코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삼성 라이온즈]
첫 타자 LG 유강남에게 긴장한 듯 몸맞는 볼, 이어 정주현의 투수 앞 번트를 침착하게 잡아 1루로 던져 타자를 잡아냈다. 1사 2루, 안타 하나면 추가점을 내주어야 할 상황. 이때 포수 강민호가 블로킹할 수 없는 곳으로 폭투가 나왔고 이어 홍창기는 볼넷으로 1, 3루의 위기를 맞았다.

후속타자 오지환을 포수 파울플라이로 잡은 이승현은 LG 3번 김현수와 맞섰다. 이승현은 KBO 리그 최고의 좌타자이면서도 좌투수에게도 강한 면모를 보이는 김현수와의 정면 대결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것도 모두 149㎞ 언저리의 직구로만 상대했다. 그리고 5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김현수는 3번을 헛스윙하며 공을 배트에 맞추지 못하고 삼진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이승현의 공을 받은 포수 강민호는 '첫 공을 받는 순간 감동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승현의 공을 받은 포수 강민호는 '첫 공을 받는 순간 감동을 느꼈다'고 말했다.
2게임에서 2이닝 무안타 2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 사실 이승현은 이런 모습은 그의 이름값이나 기대치에 비하면 때가 늦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승현은 지난해 이의리(KIA), 김진욱(롯데)과 함께 고교 좌완 빅3로 불렸고 도쿄올림픽 사전 등록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9억팔' 장재영(키움)까지 포함하면 고졸 슈퍼루키 4명 가운데 한명이었다. 하지만 다른 3명이 일찌감치 1군 무대를 밟는 동안에도 이승현은 퓨처스리그에서 기회를 기다렸다.


문제는 다른 빅3이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의리가 비교적 연착륙을 했지만 최근 두게임에서 9실점(6자책점)하며 5회를 버텨내지 못했다. 이의리와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선발로 나선 김진욱은 3게임 13⅔이닝 동안 16실점(평균자책점 10.54)으로 기대에 못미쳐 일찌감치 2군으로 내려갔다.

이승현과 비슷하게 불펜으로 시작한 장재영은 150㎞가 넘는 빠른 볼을 가졌지만 컨트롤이 되지 않았다. 나름 불펜으로 나섰을때는 버텨내는 듯 하더니 지난달 29일 두산전서 선발로 나서는 단 한타자만 잡고 볼넷 5개로 5실점하는 최악의 피칭으로 역시 2군행을 피하지 못했다.

이들과 달리 이승현은 지난 11일 선발로 예고됐던 외국인투수 에이스인 벤 라이블리가 가벼운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면서 12일 콜업이 돼 1군 무대를 밟았다. 시즌이 개막된지 한달하고도 9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같은 라이벌이라고도 할 수 있는 다른 빅3보다 한참 늦었다.

그리고 16일에는 2군으로 다시 내려가기로 예정이었지만 데뷔전에서의 강렬한 모습으로 코칭스태프의 생각을 바꿔 놓으며 2게임 연속 불펜으로 나서 성공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승현은 당분간 불펜에서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선두로 나서다보니 아무래도 불펜들이 많이 지쳐있다. 그 지친 불펜에 이승현이 상당한 버팀목이 되어 주어야 한다. 그리고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진 라이블리의 대체로 5월들어 이승민이 선발로 등판했듯이 어느 순간 선발로 나설지도 모른다.

허삼영 감독은 "이승현은 이렇게 대담하게 던질 줄 몰랐다. 스트라이크존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질 수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포수 강민호는 "이승현의 첫 공을 잡고 감동을 느꼈다. 힘있고 패기가 있다. 성공할 수 있는 투수다"고 했다.

첫 등판에 삼성의 기대주로 떠오른 이승현이 과연 다른 빅3와는 다른 길을 걸어 갈 수 있을지 지켜보자.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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