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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포커스]8년 설움 털어내고 '별의 순간' 맞은 김민수, '공포의 8번타자'로 남을 수 있을까?

2021-05-10 08:56

무명의 8년 프로인생의 전기가 될 수 있는 '별의 순간'을 맞은 김민수. 김민수가 9일 롯데전 8회말 결승 2점홈런을 날린 뒤 환호하고 있다.[삼성 라이온즈 제공]
무명의 8년 프로인생의 전기가 될 수 있는 '별의 순간'을 맞은 김민수. 김민수가 9일 롯데전 8회말 결승 2점홈런을 날린 뒤 환호하고 있다.[삼성 라이온즈 제공]
'별의 순간'이라는 말이 있다. 독일어로 슈테른슈툰데(Stẹrn•stunde)라고 하는데 미래를 결정하는 운명의 순간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이 말을 야구에 대입하면 무명의 선수가 단숨에 주전으로 올라서는 계기가 되는 순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프로야구에는 이러한 '별의 순간'을 맞는 선수들이 꽤 많다. 제5선발인 이용찬이 부상으로 시즌 아웃하자 대체 선발로 나서 성큼 주전을 움켜 쥔 두산의 최원준, 예정된 투수의 갑작스런 트레이드로 역시 대체 선발로 나선 NC의 신민혁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비록 대체선발이었지만 안정적인 투구로 믿음을 주며 불펜투수에서 불과 1년만에 단숨에 토종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삼성의 불펜포수인 김민수도 올해 '별의 순간'을 맞았다.

2014년 한화에 입단한 김민수는 상무에 군복무를 하는 중에 FA 권혁의 보상선수로 지명돼 이해 삼섬으로 이적한 뒤 지난 8년을 백업포수로 존재감없는 세월을 보냈다. 지난해까지 출장한 게임이 102게임에서 163타수 27안타(타율 0.166) 11타점에 불과했고 삼진은 53개나 당했다. 말 그대로 존재감없는 무명선수였다.

이런 김민수는 주전포수 강민호가 지난 7일 롯데와의 3연전을 앞두고 허리 통증을 호소하면서 대체요원으로 마스크를 썼다. 처음으로 주전으로 출전하기 전까지는 올시즌 성적은 그나마 괜찮았다. 9게임에서 13타수 6안타(타율 0.462) 1타점에 볼넷 2개에 삼진 2개. 그러나 워낙 표본이 적은 탓에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강민호의 공백을 걱정했다. 올해 강민호는 4번타자로 나서는 등 뛰어난 타격감과 투수 리드로 삼성의 선두 질주를 이끌었다. 강민호는 올해 타격 2위(90타수 34안타, 타율 0.378)를 비롯해 출루율 4위(0.441), 장타율 6위(0.600), 타점 공동 10위(23타점), 최다안타 공동 18위(34안타) 등 타격 전부문에서 고르게 상위권에 오르며 프로 18년 동안 최고의 커리어하이 기록을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었다. 따라서 김민수가 강민호를 대신한 다는 것은 그야말로 연목구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김민수는 이러한 주위의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안정된 투수 리드에 발군의 타격감을 뽐내며 롯데에 위닝시리즈를 이끄는 첨병이 됐다.

7일 롯데전에서 프로데뷔 8년만에 첫 홈런을 날린 김민수가 환한 모습으로 홈인하고 있다.[삼성 라이온즈 제공]
7일 롯데전에서 프로데뷔 8년만에 첫 홈런을 날린 김민수가 환한 모습으로 홈인하고 있다.[삼성 라이온즈 제공]
첫 주전 마스크를 쓴 7일에는 롯데의 토종 에이스 박세웅을 상대로 3회에 첫 타석에서 데뷔 8년만에 선취점을 올리는 첫 홈런을 쏘아 올렸다. 올시즌 17번째, 프로통산 190타석째만이었다. 비거리가 무려 128m, 왼쪽 담장을 까마득히 넘어가 관중석 상단에 꽂히는 큰 홈런이었다.

김민수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서로 한게임씩을 주고 받아 1승1패가 된 9일에는 6-6으로 맞서던 8회말 롯데 구승민을 상대로 좌월 결승 2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김민수의 존재감을 전국의 모든 야구팬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켜주는 한방이었다.

무엇보다 이번 롯데와의 3연전에서 지난 8년간의 설움을 한꺼번에 털어내고 날개를 활짝 폈다. 3연전 동안 11타수 6안타 3타점으로 모두 멀티히트를 기록했고 더구나 홈런 2개에 2루타 4개로 모두 장타였다. '공포의 8번타자'라는 영광스런 별명도 얻었다.

이제 강민호가 주전으로 나서면 강민호는 또다시 백업포수로 돌아가야 한다. 어떤 형태로든 당분간은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지금보다는 더 많이 받을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생애 첫 홈런을 치고 난 뒤 "첫 홈런, 첫 승리를 한 뒤에 한턱을 내는 동료들이 항상 부러웠다."며 선수단과 직원들에게 수제 햄버거 70개로 첫 홈런턱을 낸 김민수가 맞은 '별의 순간'을 어떻게 이어가느냐는 전적으로 그의 몫이다.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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