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여정의 여러 어록 가운데 관심을 끌었던 것은 수상식에서 ‘경쟁(Competition)’이라는 단어를 써서 한 말이었다. 그는 “저는 경쟁을 믿지 않습니다(I don’t believe in competition)”라며 이번에 여우조연상을 놓고 같이 경쟁한 대배우 글렌 클로스와는 경쟁 관계가 아님을 분명하게 밝혔다. 서로 자신의 노력을 통해 각자 작품에서 열심히 하며 예술적 투혼을 발휘해 모두가 승자임을 얘기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서로 좋은 배우로 인정받으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뜻이었던 것 같다.
스포츠에서 경쟁이라는 말은 통상 ‘전투적인 언어’ 의미로 많이 사용한다. 경쟁이라는 단어는 때리고, 파괴하고, 몰살시켜 상대를 패배시키며 승리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는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원래 경쟁이라는 뜻인 영어 ‘Competition'의 어원은 라틴어 동사형 ‘Competere’에서 유래됐다. 접두사 ‘Com’은 함께라는 의미이며, ‘Petere’는 원하다, 추구하다라는 뜻이다. 곧 이 말은 본래 함께 추구한다는 뜻을 갖고 있다. 스포츠에서도 서로의 발전을 위해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성공하거나 교훈을 얻는다는 의미로 ‘Competition’을 사용하는게 정상적인 표현이다.
그러나 국내스포츠에서 이 말은 다툰다는 뜻인 한자어 ‘경쟁(競爭)’이라는 말을 사용해 영어의 본래 뜻이 많이 흐려진 느낌이다. 실제로 경쟁이라는 말을 들으면 뭔가 이기는 것만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치열한 승부를 먼저 떠오르게한다. 스포츠에서 승부는 피할 수 없지만 경쟁을 단순히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것으로만 보지 말고 서로 교훈을 얻는 의미로 받아들인다면 좀 더 따뜻한 세계가 되지 않을까 싶다. 배우 윤여정씨는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 조연상 수상을 했지만 스포츠적인 면에서도 ‘경쟁’이라는 말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줘 의미가 더욱 큰 것 같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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