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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래는 ‘아무도 못 말려’. 하지만 사이클 대표출신 오수정에게도 한 방은 있다-웰뱅LPBA챔피언십 결승

2021-02-13 08:02

마흔 즈음의 오수정에게 이미래는 여러 가지로 버겁다. 나이도 10년 이상 젊다. 그런데도 당구 경력은 적지않다. PBA랭킹이나 경력 쪽으로 들어가면 더욱 상대가 되지 않는다.

결승을 치르는 오수정(왼쪽),이미래(사진=PBA제공)
결승을 치르는 오수정(왼쪽),이미래(사진=PBA제공)


이미래는 LPBA최강이다. 포인트, 상금랭킹 등 1위를 싹 쓸고 있다. 지난 1월의 NH농협대회와 크라운해태 대회서 우승, 3연속 대회 우승과 LPBA 통산 4회 우승을 바라보고 있다.

전문가뿐 아니라 아마추어 동호인들도 이미래의 우승을 점치고 있다. 오수정 역시 적어도 한 수 이상 밀린다는 것을 알고 있다. 결승까지 온 것만 해도 대단하고 그래서 스스로에게 상을 주고 싶다.

하지만 ‘경단녀’ 오수정은 여전히 우승을 포기하지 않았다. 원래 포기라는 걸 잘 모르는 성격이다.

오수정은 사이클선수 출신이다. 국가대표 상비군까지 갔으나 부상으로 그만두었다. 2008년쯤 친구들과 어쩌다 당구장에 들렀다가 당구의 재미에 빠져들었다. 당구장 사장이었던 지금 남편과의 연애가 한몫 했다.

그러나 이내 큐대를 내려 놓았다. 선수를 본격적으로 할 것도 아닌터에 결혼 생활로 모든 게 여의치 않았다. 2011년쯤이었다. 하지만 5년쯤 지나자 당구가 그리워졌다.

2016년쯤 다시 당구를 시작했다. 이왕 하는 것, 우승 한번 해보자고 했다. 2018년 대한당구연맹 전국선수권대회 여자 3쿠션에서 우승했다. 생애 첫 전국대회 정상이었다. 그해 한 번 더 우승했다. 재미 있었다.

PBA가 출범했다. 마흔에 다가가는 나이에 짧은 경력과 생활. 어쩔까하다가 해보기로 했다. 가다가 아니 가면 간 만큼 손해가 아니라 한만큼 큰 이익이라는 생각이었다.


지난 달 NH농협카드 LPBA챔피언십에서 처음 8강에 올랐다. PQ라운드부터 시작했다. 66점으로 통과 한 후 64강, 32강 서바이벌전을 거쳤다. 세 번 모두 60점대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16강전에서 박마리를 2-1로 꺾었다.

‘젊은 피’ 백민주에게 0-2로 완패했지만 8강이었다. 같은 8강인데도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았다. 당시 8강은 김가영, 김갑선, 이미래, 김보미, 임정숙, 김민아, 백민주였다.

쌀알에 낀 보리쭉정이 신세였으나 흐뭇했다.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만해도 대견했다. 20여일 후 열리는 크라운해태전을 대비했다. 그러나 첫 판에서 나가 떨어졌다. 직전대회 8강으로 PQ라운드를 생략했는데도 4명중 4위였다.

이미래와 가지는 LPBA 최고무대에서의 결승. 오수정은 진다한들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제보다 오늘이 나았으니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을 것임을 알고 또 준비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이미래가 힘든 길을 걸은 것에 비해 자신은 쉬운 길을 걸었다. 64강은 물론 32강 서바이벌전에도 강적이 없었다. 16강전의 김경자, 8강전의 전애린, 4강전의 김정미도 아주 센 편은 아니었다.

세트제 3게임을 모두 2-0으로 끝냈다. 모든 수치가 이미래보다 한참 밑이지만 에버리지만은 큰 차이가 없다. 이미래가 김가영과의 4강전 2세트에서 에버리지를 올리는 바람에 조금 뒤처졌다.

서바이벌전 2게임은 오히려 앞섰다. 0.907-0.848이다. 세트제 개인전은 0.1정도 차이가 났다. 전체 평균 에버리지는 이미래 0.803, 오수정 0.797로 차이가 0.006이다.

그건 해 볼만 하다. 11:10으로 이긴 김경자와의 2세트같은 운이 아직 남아 있다면 더욱 해 볼만 하고.

[이신재 마니아타임즈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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