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不惑 서현민 첫우승, 知天命 서삼일 첫2등. 산전수전 다 겪은 ‘당구장 주인아저씨’들의 아름다운 승부-PBA 챔피언십

2021-01-05 05:45

서현민이 4일 끝난 ‘NH농협카드 PBA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했다. 당구 인생 20년만에 처음이었다.

不惑 서현민 첫우승, 知天命 서삼일 첫2등. 산전수전 다 겪은 ‘당구장 주인아저씨’들의 아름다운 승부-PBA 챔피언십
서삼일은 준우승을 차지했다. 50인생에 처음 올라가 본 결승 마당이어서 준우승만 해도 감지덕지다. 그것도 트라이아웃을 거쳐 99위에서 시작한 것이니 2등도 꿈만 같다.

서현민이 4세트를 모두 가져가며 4-0으로 이기는 바람에 서삼일은 한 세트도 얻지 못한 빈털터리가 되었지만 서현민이 위기를 돌파할 때마다 박수를 쳤다. 잘 친 게 빗나가도 겸연쩍은 웃음으로 아쉬움을 대신했다.

서현민의 랭킹은 15위쯤이다. 그런데도 지금껏 8강이 최고였다. 세 번이나 거기서 막혔다. 언젠가 8강벽을 넘어야지 했는데 4강을 거쳐 결승에 오른 뒤 우승까지 해버렸다. 한꺼번에 너무 많이 발전했다.

그래서 우승소감을 물었을 때 말을 잇지 못했다. 말을 길게 하면 아무래도 울먹일 것 같아서 호흡조절을 하며 한참 뜸을 들인 뒤 한마디 툭 던졌다. 조금 깊이 생각해 보니 천 마디 말보다 더 감동적이었다.

서삼일은 서현민이 4강에서 꺾고 올라온 ‘당구계의 아이돌’ 신정주가 태어날 때 이미 큐대를 들고 있었다. 그런데도 2019년 신정주가 우승했을 때 프로 물 조차 먹어보지 못했다.

PBA가 출범하자 프로를 한번 해보기로 했다. Q스쿨을 통해 응시했다. 트라이아웃 서너차례 끝에 간신히 프로 당구계에 발을 들여 놓았다.

지난해 여름 ‘늙은 나이’에‘청운의 꿈’을 안고 경기에 나섰다. 숨도 제대로 못쉬고 128강 서바이벌에서 나가 떨어졌다. 그래도 한가지는 챙겼다. 바로 탈락했지만 덕분에 100위안으로 들어왔다. 99위였지만 세자리 숫자를 면한 게 어딘가.


두 번째 도전. 한번이라도 이겨보자 했다. 그런데 통과, 통과, 또 통과였다. 64강, 32강을 지나 결승까지 질주했다. 방송 해설자가 물었다. 승리의 비결이 뭐냐고.

“행운 덕?” 아니다. 기본적으로 쉽게 무너지지 않는 실력이 있었다. 실력이 없는데 어떻게 쿠드롱을 꺾은 마민캄, 그 마민캄을 누른 위마즈를 잡을 수 있었겠는가. 큰 대회여서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으나 하이런 10점 정도는 다반사였다.

1세트 3이닝 6연타, 2세트 9-0의 스코어를 지키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다. 컨디션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9:0으로 앞서 나갔던 2세트를 빼앗긴 후 급격하게 무너졌다.

0-9를 뒤집은 서현민이 잘한 것이었다. 서현민은 두 세트를 내리 잡은 후 3세트에선 ‘득점 몸살’을 앓았다. 하지만 저력을 발휘, 8이닝에서 7연타를 날려 15:6으로 단숨에 세트를 끝냈다.

4세트 후반 많이 따라갔으나 세트스코어 3-0이면 아무리 날고 뛰는 선수라도 쫒아갈 동력을 잃고 만다. 서현민이 4이닝에서 챔피언 포인트를 놓치자 연타를 치며 10점까지 따라갔다. 그렇지만 이미 흘러간 물이었다. 서현민이 5이닝에서 기어코 남은 1점을 다 채웠다. 15:10.

서삼일은 “우승하면 좋지만 일단 즐기겠다”고 했다. 서현민도 목표를 초과달성했다며 “우승을 하고 싶지만 선배와의 대결이니 즐기고 싶다”고 했다. 즐기겠다는 그들의 말이 그냥 한 말이 아니었다.

산전, 수전에 공중전까지 다 겪은 베테랑들의 아름다운 승부였다.

[이신재 마니아타임즈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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