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가영의 무기력이 원인이었다. 김가영의 컨디션은 결코 좋은 편이 아니었다. 준결승까지의 에버리지가 1점대에도 미치지 못했다. 1점대 이하의 에버리지, 그것은 김가영이라는 이름에 지레 주눅 든 상대가 제대로 치지 못한 탓에 꾸역꾸역 결승까지 올라왔다는 증거였다.
1세트 초반 김가영은 치고 나갈 수 있었다. 이미래는 평소 팀 리그에서 자주 졌기에 나름 긴장하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단타가 이어지면서 이미래에게 살아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첫 점도 1점, 두 번째 점수도 1점이었다. 1세트 7점이 모두 단타였다. 운도 실력이지만 운도 없었다. 비교적 잘 선 공도 맞지 않았다. 1mm가 모자르거나 엇나갔다. 첫큐와 두 번째 큐 등에서 점수를 올리지 못했던 이미래는 김가영이 달아나지 못하자 뱅크샷으로 분위기를 잡은 뒤 막판 연타로 세트를 잡았다.
2세트에서도 김가영의 컨디션은 돌아오지 않았다. 1점이 전부였다. 김가영은 매 큐 고개만 좌우로 돌릴 뿐 맞추지 못했다.
김가영은 3세트 들어 처음 연타를 기록했다. 그리고 막판 이미래가 매치포인트를 올리지 못하고 공타를 연발, 마지막 역전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서너 번의 찬스를 모두 아슬아슬하게 날려 버렸다.
이때쯤 머리 좋은 이미래는 벌써 알고 있었다. 오늘 승부가 끝났음을.
당구는 요지경이다. 평소엔 눈 감고도 맞추고 왼손으로도 맞추던 공을 못 맞힐 때가 허다하다. 그것이 몇 차례 이어지면 신경질이 되고 곧 악순한의 구렁텅이에 빠지며 자신감을 잃고 헤매게 된다.
김가영의 3일 결승경기가 꼭 그랬다. 김가영이 3세트에서 얻은 점수는 다 합해서 16점. ‘귀신이 곡 할 정도’로 '해도 해도 안 되는 날'이었다. 그마저도 극복해야 월드클래스지만 월드클래스라도 안될 땐 정말 안되는 게 당구다.
[이신재 마니아타임즈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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