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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89] 왜 시카고 컵스(Cubs)는 '풋내기'라는 의미의 ‘컵스’라는 이름을 썼을까

2020-11-03 06:59

시카고 컵스는 2016년 월드시리즈서 108년만에 우승을 차지헀다.사진은 시카고 컵스 선수들이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뒤 환호하는 모습.
시카고 컵스는 2016년 월드시리즈서 108년만에 우승을 차지헀다.사진은 시카고 컵스 선수들이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뒤 환호하는 모습.
언 듯 스치고 지나간 영어 단어를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언어 형태와 발음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미국 프로야구(MLB)에서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시카고 컵스라는 팀 이름이 대표적인 예이다. ‘컵스(Cubs)’라는 닉네임 때문에 원통형의 잔인 ‘컵(Cup)’이나 꺾이는 모양을 뜻하는 ‘커브(Curve)’의 복수형으로 아는 한국 야구팬들이 꽤 있다.

컵스는 1903년 풋내기들이 뛴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컵스의 원 뜻은 맹수의 새끼이다. 속어로 보이· 걸 스카우트와 풋내기 견습생을 뜻하기도 한다. 컵스라는 이름은 당시의 구단 상황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었다. 지역신문인 시카고 데일리 뉴스는 1902년 거의 신인으로만 구성된 팀에 컵스, 풋내기라는 뜻의 별명을 붙여 기사를 전했다. 구단은 컵스라는 별명을 다음 해부터 채택해 사용했는데 오늘날까지 그 이름이 이어졌다. 미시간호를 낀 일리노이주 최대 도시인 시카고는 예전 곰과 코요테가 자주 출몰한 곳이었다고 한다. 컵스는 그 시절 구단 상황과 함께 지역 연고 특색에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현재 아기곰을 팀 마스코트로 한 것도 팀 이름과 관련이 있다.

시카고 컵스의 영향 때문인 듯 미국 스포츠팀에는 컵스라는 이름이 많다. 마이너리그 아이오와 컵스, 데이토나 컵스, 플로리다 메사 컵스 등이 있다. 컵스라는 말이 갖는 신선한 이미지를 좋아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시카고 컵스는 1876년 ‘화이트 스타킹스(White Stocking)’라는 이름으로 창단했다. 당시 야구 복장에 흰 양말을 신는 것을 의무화해서 생긴 이름이었다. 내셔널리그 창단팀인 화이트 스타킹스는 1880년과 1881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스포츠 용품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은퇴한 투수 출신 앨버트 스팔딩이 소유권을 맡은 뒤 1890년부터 1897년까지 콜츠(Colts), 1898년부터 1902년까지는 ‘오펀스(Orphans)’라는 이름을 썼다. 콜츠와 오펀스는 어린 선수라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었다. 수십년 안타제조기로 활약했던 선수 겸 감독이었던 안슨을 중심으로 해서 팀이름이 정해졌다. 지역 신문기자들은 그가 은퇴하기전인 1897년까지는 사실상 안슨의 팀이라는 의미로 콜츠라는 이름을 썼으며, 1898년부터 그가 방출된 이후 팀 전력이 약화되면서 오펀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후 컵스는 콜츠와 오펀스의 팀 이름에 착안해 지어진 이름이었다.

시카고 컵스는 이름의 효험이 있었던 듯 1906년 116승36패를 기록, 승률 0.763으로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 기록을 냈다. 이해 월드시리즈에서 예전 자신들의 팀 이름을 갖다 썼던 프랜차이즈 라이벌 시카고 화이트 삭스(전 화이트 스타킹스)에 2승4패로 패했다. 컵스는 1907년과 1908년 연속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해 3년 연속 MLB 사상 최초로 월드시리즈에 올랐다. 하지만 1908년을 마지막으로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긴 불운에 시달렸다. 워낙 긴 세월 우승을 하지 못하다보니 ‘염소의 저주’라는 징크스도 생겨났다. 1945년 월드시리즈 경기에 염소와 함께 입장하려 했던 관객의 입장을 거부한 이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한다는 미신이다

시카고 컵스의 오랜 월드시리즈 우승 가뭄은 ‘저주 탈출 전문가’ 테오 엡스타인 사장에 의해 깨졌다. 2002년 28세의 나이로 보스턴 레드삭스 단장을 맡았던 엡스타인은 2004년 팀을 우승시킴으로써 1918년 베이브 루스가 뉴욕 양키스로 이적한 이후 86년간 이어진 ‘밤비노의 저주’를 깼던 주인공이었다. 2012년 보스턴을 떠나 시카고 컵스로 옮겨 온 엡스타인은 5년동안 팀을 착실히 성장시켜 2016년 월드시리즈 우승과 함께 108년 걸린 저주를 마침내 깨뜨리는데 성공했다.

메이저리그 팀 가운데 시카고 컵스만큼 이름 탄생 과정과 역사에 따른 이야기가 많은 팀도 아마 없을 것이다. 시카고 컵스는 지금도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시카고 도시 북부와 남부를 가르며 연고지역을 놓고 100여년이상 이어온 라이벌 관계를 이루고 있다. 팬들의 충성도와 상대 팀에 대한 경쟁 심리가 뿌리 깊다. 시카고 사람은 크게 '컵스 팬'과 '삭스 팬' 둘로 나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있을 정도다.시카고 북부는 컵스가, 시카고 남부는 화이트삭스가 연고권을 갖고 미 합중국이 북부와 남부가 벌였던 남북 전쟁처럼 한 도시 내에서 ‘남북 전쟁’을 쉴새 없이 갖는 것이다.

시카고 컵스에는 최희섭이 2002과 2003년 타자로 뛴 바 있어 한국팬들에게도 낯이 많이 익었다. 이후 류제국, 이학주 등이 마이너 리그에서 활약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한국 선수들이 한 명도 없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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