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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이슈] 영국 대학, 학생 불만처리에 ‘비공개 합의’ 사용

2020-03-02 15:53

영국 한 대학교 전경(사진=연합뉴스)
영국 한 대학교 전경(사진=연합뉴스)
영국 대학들이 학생들이 학생들이 성폭행, 괴롭힘, 저질(poor) 수업 등에 대한 항의를 공론화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들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BC 뉴스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대학 중 약 3분의 1이 2016년부터 학생의 불만 처리에 비공개 합의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학생들은 대학이 제시한 비공개 합의서에 서명하도록 압박을 받는다고 말하는데, 한 학생에 따르면 이러한 비공개 합의서에 서명하지 않을 경우 대학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고 했다.

영국 대학들을 대표하는 단체인 ‘영국대학(Universities UK)’는 학생의 입을 막는 데 비공개 합의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비공개 합의란 기업 비밀을 지키기 위해 개발된 것으로 사적 정보를 공유하지 못하도록 막는 법적 계약이다. 비공개 합의는 교육과정을 거짓으로 광고하거나, 장애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거나, 숙소 문제 등과 같은 항의 건에 대한 합의에도 사용되고 있다.

정부는 비공개 합의를 학생의 불만 처리에 사용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으며, 이러한 합의가 사회 전반에서 오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법제화를 시도하고 있다.

한 여성은 대학생 시절 다른 학생에게 성폭행을 당해 학교와 경찰에 신고했는데, 경찰에서는 가해자를 기소할 물리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거 불충분으로 사건이 종결되자 대학 관계자가 가해자의 인생을 망치지 않았다고 하며 감사를 전했으며, 만약 소란을 일으켰으면 퇴학시켰을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이 여성은 전했다.

해당 여성은 대학으로부터 1천파운드(한화 약 155만 원)의 보상금을 받았지만, 결국 공식 항의서를 제출하고 법적인 절차를 밟게 됐지만 대학과의 합의 과정에서 합의 조건을 발설하지 못하게 하는 비공개 합의에 서명했다.

또 다른 대학에 다니는 한 여학생도 동료 학생에게 성폭행을 당한 후 경찰에 신고했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결론이 났다. 경찰이 이와 같은 결론을 내린 이유는 해당 여학생이 재학 중인 대학이 조사에 협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여학생에 따르면 성폭행을 당한 후 성폭행 사실이나 대학의 안전 보호 절차를 공개할 경우 퇴학당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문서에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서명한 이유는 당시에 자신의 안전이 걱정됐고, 가해자와의 접촉을 막는 조항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서명하기 전 합의금이나 법률적 조언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BBC 뉴스는 거의 모든 영국 대학을 상대로 지난 4년 간 비공개 합의에 서명한 학생 수와 지불한 보상금의 규모에 대해 정보 공개를 요청했으며, 2곳을 제외한 모든 대학이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비공개 합의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으나 세부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은 대학도 있다. 해당 데이터에 따르면 2016년 이후 불만 접수를 한 학생 중 약 300명이 비공개 합의에 서명했으며, 여기에 소요된 보상금은 총 130만 파운드(약 20억 원) 이상이다. 하지만 불만을 제기한 학생 모두가 보상금을 받은 것은 아니며, 그 이유는 명확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의 고등교육기관에 대한 불만을 접수하는 ‘독립재판소’는 비공개 합의를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대학에 해당 관행을 철폐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독립재판소’는 학생이 고등교육기관을 대상으로 항의하는 건수가 연간 1천100건이 넘으며, 이러한 고충을 공평하고 투명하게 처리하는 것이 중요다고 말했다.

정부는 성명을 통해 어떤 유형의 괴롭힘도 혐오스러우며, 고등교육기관은 학생에게 안전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책임을 다 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정원일 마니아리포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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