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전차'에 출연했던 벤 크로스의 모습 [영화 '불의 전차' 캡처]](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00820104108029035e8e941087222111204228.jpg&nmt=19)
원래 ‘전차(戰車)’는 전쟁 때 빠른 기동력으로 적을 분쇄시키는 무기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신의 상징물로 형상화되기도 했다. 신화 속에서 신들은 빨리 달릴 수 있는 발을 가진 말이 끄는 전차를 타고 전쟁에서 승리를 하는 영웅들로 표현됐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은 말(馬)을 창조하고 경마의 수호신이었다. 포세이돈은 놋쇠말굽과 금빛 갈기를 가진 말들로 이륜차를 바다 위에서 끌었다. 포세이돈이 지나갈 때마다 바다는 평탄하게 되고 괴물들은 그가 지나가는 주위에서 날뛰며 놀았다고 그리스 신화는 설명한다.
영화 제목에 ‘전차’와 ‘불’이라는 두 단어를 합성한 것은 빠르고 불같은 열정을 가진 선수들의 이미지를 보여주려 한 것이다. 영화의 두 주인공은 신의 영광을 위해 달리는 독실한 스코틀랜드 기독교 신자인 에릭 리델과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달리는 영국계 유대인 해롤드 에이브럼스였다. 1920년 전후, 영국의 명문 캠브리지 대학에 재학중인 두 사나이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1924년 파리 올림픽 출전의 목표를 세웠다. 맨발로 힘차게 해변을 달리는 건강한 남성들의 역동적인 모습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두 사나이의 우정과 집념이 줄거리의 축이다.
이들의 모습에서는 올림픽 출전을 위해 강도높게 훈련을 하면서 희생과 페어플레이이라는 숭고한 가치관이 진하게 배어있었다. 당시만 해도 순결과 청순을 상징하는 하얀색 운동복을 입고 탁월한 경기력과 신체의 건강함을 보여주는 둘의 모습은 영화를 통해 잘 나타났다.
특히 헤럴드 에이브럼스는 여러 사람의 눈총을 받으면서도 아랍인 출신 이탈리아계 늙은 트레이너와 함께 훈련하며 최고의 선수로 나기 위해 피나는 훈련을 쌓았다. 에이브럼스는 1924년 파리올림픽 100m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차별과 편견을 이겨낸 영웅이 됐다. 영화는 여기서 끝난다. 실제 헤럴드는 대학 졸업 후 영국 체육협회 대변인, 언론인, 정치가로 활약하다가 1978년 타계했다.
영화에서 에이브럼스의 역할을 맡았던 영국 배우 벤 크로스는 18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향년 7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크로스는 '불의 전차'에 출연하면서 연기 인생의 정점을 찍었다. 그는 2012년 “이런 영화는 배우의 삶을 완전히 바꿔버린다”면서 “이후 80~90개 작품을 했지만 ‘불의 전차’가 가장 성공적이었다”고 회고했다. 가슴 뭉클한 휴머니즘으로 스포츠 영화의 진수를 보여준 ‘불의 전차’는 스포츠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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