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간 미국프로농구(NBA) 휴스턴 로키츠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우승을 노렸던 크리스 폴과 제임스 하든이 불화로 헤어진지 1년 만에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
둘은 로키츠의 공격 주도권을 놓고 티격태격했다. 2년 간을 그렇게 싸우다 2019년 플레이오프 서부콘퍼런스 4갱 6차전에서 폭발했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의 경기 하프 타임 때 라커룸에서 서로를 향해 소리를 지르는 등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구단 상층부는 경기 스타일과 캐릭터가 너무나도 다른 둘을 그대로 둘 수 없었다.
결국 폴을 트레이드하기로 하고 마땅한 팀을 고르던 중 절친 하든과 재회하기를 원하던 썬더의 러셀 웨스트브룩과 바꿨다.
코치진에게 “제발 하든을 벤치에 좀 더 오래 앉아 있도록 하라”고 소리쳤던 폴은 그렇게 휴스턴에서 쫓겨나듯 썬더로 자리를 옮겼다.
자존심 상한 폴은 내심 앙심을 품었다. 당한 만큼 갚아주겠노라고.

올 시즌이 개막하자 폴은 하든과 만날 때마다 이를 악물고 뛰었다. 정규리그에서 3차례 만나 2승1패를 기록했다. 어느 정도 분풀이는 한 셈이다. 첫 만남에서 썬더는 로키츠에 116-112로 졌으나 홈에서 열린 두 번째 만남에서는 113-92로 복수한 뒤 세 번째 경기에서도 112-107로 승리했다.
문제는 플레이오프에서의 만남이다. 플레이오프는 정규리그와는 분위기부터가 다르다. 누가 더 집중하느냐에 승부가 갈린다.
이에 폴은 “흥미로운 경기가 될 것이다.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하든의 가슴에 비수를 꽂을 준비가 돼 있다는 암시다.
둘의 맞대결과 함께 로키츠의 러셀 웨스트브룩이 친정팀인 썬더를 상대로 어떤 활약을 펼칠지도 관심거리다.
다만, 이번 플레이오프는 홈코트 이점이 없는 사실상 중립경기로 열리기 때문에 친정팀을 상대로 경기해야 하는 부담에서 다소 벗어날 수는 있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어 만나는 폴과 하든. 올 시즌 NBA 플레이오프 1라운드 최대의 빅카드임에 틀림없다.
[장성훈 선임기자/seanmania2020@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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