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26(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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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스토리]로하스, 외국인 타자 첫 타격 7관왕 대관식 준비하고 있다,

2020-07-15 09:05

홈런을 날린 뒤 동료들과 주먹치기 환영을 하는 로하스의 얼굴에는 만족스런 웃음이 떠나지 않고 있다.
홈런을 날린 뒤 동료들과 주먹치기 환영을 하는 로하스의 얼굴에는 만족스런 웃음이 떠나지 않고 있다.
"나 지금 떨고 있니?" 어느 유명 드라마에 나온 명대사 가운데 한 대목이다. 상황은 다르지만 타석에서 배트를 휘두르고 있는 멜 로하스 주니어(KT)를 보는 투수들의 심정이 이렇지 않을까?

멜 로하스 주니어(KT)가 심상찮다. 국내 무대를 완전 평정할 태세다. 타격 전관왕이 가시권이다. 프로야구 39년만에 통산 네번째 명실상부한 트리플크라운(Triple Crown) 탄생도 결코 꿈만은 아니다. 더구나 외국인 선수로 처음이기에 더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로하스는 KBO리그에서 4년째를 맞고 있다. 4년 동안 국내에서 활약하고 있는 만큼 이미 실력은 충분히 검증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기대도 했다. 그러나 올시즌에 이 정도까지 일줄은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로하스는 15일 현재 KBO가 공식 시상을 하는 타자 기록 8개 가운데 도루를 제외한 나머지 7개 부문에서 모두 선두를 달리고 있다. 타율(0.382), 홈런(21개), 득점(55점), 안타(91개), 출루율(0.435), 장타율(0.727) 등 6개 부문은 단독 1위, 타점은 55개로 애런 알테어(NC)와 공동 1위다. 타점에서는 알테어에 1개가 뒤졌으나 14일 한화전에서 1회초 거의 한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길만한 2루타로 1타점을 추가해 공동 1위로 올라섰다.

이런 타자 부문 개인타이틀 가운데 유독 관심이 가는 부문은 진정한 트리플 크라운, 즉 타율, 홈런, 타점 등 3개 부문 타이틀을 거머 쥘 수 있느냐에 있다. 타율 1위는 정확한 컨택을 통한 정교한 타격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홈런은 힘과 정확성을 겸비해야 한다. 또 타점은 주자를 불러 들일 수 있는 득점기회에서 강해야 한다. 바로 타자 완전체나 다름없다.

지금까지 KBO 리그에 진정한 트리플크라운은 단 세 차례에 불과했다. 1984년 삼성의 이민수와 롯데의 이대호가 2006과 2010년에 두 차례 기록했다. 특히 이대호는 2010년 도루를 제외한 타자 7개 부문을 모두 석권하는 초유의 기록을 세웠다. 되돌아보면 이만수의 트리플크라운은 사실 흠결이 있었다. 바로 타율 관리때문이었다. 아예 시즌 마지막 게임에 이만수는 결장시키고 타율 2위였던 홍문종(롯데)에게 9연타석을 볼넷으로 내 보내면서 타율 관리를 해 준 덕분에 프로야구 사상 첫 트리플크라운이 탄생했다. 이 바람에 이만수는 사상 첫 트리플크라운에도 불구하고 페넌트레이스 MVP에서도 탈락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KBO 리그 4년째를 맞고 있는 로하스가 올시즌 타격 7개 부문 선두에 나서 생애 최고의 해를 맞고 있다.
KBO 리그 4년째를 맞고 있는 로하스가 올시즌 타격 7개 부문 선두에 나서 생애 최고의 해를 맞고 있다.
로하스는 2017년 외국인타자인 조니 모넬의 대체선수로 시즌이 시작한 지 거의 2달이 지나 KBO리그에 발을 들여 놓았다. 당시 연봉 총액은 40만 달러. 이해 로하스에 거는 기대는 크지 않았다. 워낙 최악이었던 모넬보다 조금만 더 잘해도 된다는 정도뿐이었다. 그러나 로하스는 이 기대를 훨씬 뛰어 넘었다. KBO리그에 적응하기 위해 코칭스태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 들이면서 타격 자세를 수정하면서 장타력까지 갖춘 선수로 조금씩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차인 2018년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144경기 전 경기 출장, 타율 0.305, 홈런 43개. 114타점, 18도루로 맹활약하며 역대 일곱번째로 40홈런 이상을 기록한 외국인 타자가 됐다. 창단 후 3년 연속 꼴찌였던 KT를 9위로 한계단 올리는데 수훈을 세웠다. 이 덕분에 연봉 총액도 크게 올랐다. 무려 160만달러나 됐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2018년에 견주어 무언가 부족했다. 타율은 0.305에서 0.322로 오르고 삼진도 142개에서 120개로 줄었으나 무언가 부족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몇 차례 집중력없는 플레이로 문책성 교체를 당하기도 하고 공수에서 기록되지 않는 실책도 범했다. 여기에 큰 임팩트를 주는 홈런이 43개에서 24개 훌쩍 줄었다. 이 바람에 장타율은 0.590에서 0.530으로 떨어졌고 출루율도 0.388에서 0.381에 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하스는 KBO 리그의 활약을 바탕으로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로 진출을 모색한다는 소문이 나기도 했으나 결국 연봉 10만달러를 감액해 총액 150만 달러로 재계약, 4년째를 맞게 됐다.

한차례 부침(?)을 겪어 아픈 만큼 더 성숙해 진 덕분인지 로하스는 올해들어 타격 전 분야에서 폭풍을 몰아오고 있다.

지난 5월 한달동안 0.409(93타수 38안타)의 높은 타율에도 불구하고 홈런은 단 6개에 그쳤다. 5월 23일 LG전에서는 4회 세번째 타석에서 왼손투수 차우찬을 상대로 오른쪽 타석에서, 그리고 7회 네번째 타석에서는 송은범을 상대로 왼쪽 타석에서 연타석 홈런(KBO 리그 통산 3번째)을 만들어낸 것이 그나마 기억에 남을 정도였다. 그러다가 6월들어 11개 홈런을 날리는 무서운 상승세로 돌아섰다. 6월 25일 NC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는 8회 3점 홈런을 터뜨리며 KBO리그 통산 100홈런과 동시에 홈런더비 선두에 나선 이후 공동 2위인 박병호(키움), 라모스(LG), 나섬범(NC)를 5개차로 따돌렸다.

홈런만 양산한 것이 아니다. 올시즌 59게임 가운데 단 9게임에서만 안타를 생산하지 못했을 뿐 나머지 50게임에서 안타를 만들어냈다. 이가운데 29게임이 멀티히트 이상이고 3안타 이상도 8번이나 된다. 시즌 초반 4할대 중반까지 치고 올라갔던 페르난데스(두산·타율 0.368)을 어느새 따라 잡고 격차마저 1푼4리 차이로 벌여 놓았다. 시즌 초반 3번과 5번을 오가면서 맡던 타순도 이제는 3번타자로 고정됐다. 3번 타순과 5번 타순은 연간 약 30개의 타석 차이가 난다고 한다. 그만큼 기회가 많은 반면 그만큼 떨어질 확률도 높다.

10년만에 다시 가시권에 들어 온 타격 7관왕에 진정한 트리플크라운을 로하스가 외국인타자로 사상 처음 대관식을 가질 수 있을지 올시즌 마지막까지 볼거리가 될 전망이다.

[정태화 마니아리포트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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