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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노트] 파우치의 일관성 없는 발언에 곤혹스런 미국 스포츠

2020-05-02 07:16

앤서니 파우치 소장.  [로이터=연합뉴스]
앤서니 파우치 소장. [로이터=연합뉴스]
[LA=장성훈 특파원] 지난 1월21일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미국에서 첫 번째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보수 매체 중 하나인 뉴스맥스TV와의 인타뷰에서 “이것(COVID-19)은 미국인에게 큰 위협이 아니며 미국 국민이 지금 당장 걱정해야 할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파우치 소장은 이어 1월26일 뉴욕의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미국인은 걱정하거나 겁낼 필요 없다. 그것(COVID-19)의 미국에 대한 위험도는 매우 낮다”고 강조했다.

파우치는 그러나 인터뷰 때마다 “바이러스는 지금 진화하고 있는 상태다. 상황은 변할 수 있다”라고 해 여운을 남겼다.

파우치 소장은 2월 29일 “지금 상황에서 미국인들은 기존의 생활 패턴을 바꿀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COVID-19가 유행을 하면 바꿔야 할 수 있다”며 자신의 발언에 대한 책임을 피할 요소를 마련하려는 발언을 했다.

이는 몸에 이상이 있는 것 같아 찾아온 사람에게 “지금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놓고는 “그러나 상황은 바뀔 수 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보통 의사들은 그래도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조언을 해준다.

그러나 파우치 소장은 상황이 바뀔 수 있으니 어떻게 하는 것이 COVID-19 감염을 피할 수 있는지는 일러주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그의 말 중 책임 회피용 발언이 적중해 이후 COVID-19는 미국에서 급속도로 퍼져 매일 수만 명의 확진자와 수천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확진자는 100만 명을 돌파했고 사망자 역시 7만 명을 눈 앞에 두고 있다.

파우치 소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이미 2월에 바이러스가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었다.

COVID-19의 위세가 한풀 꺾이고 있다는 통계가 나오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 그동안 중단했던 미국 시민들의 경제 활동 재개를 선언했다.

이에 그동안 올스톱됐던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미국프로농구(NBA) 등 미국 주요 스포츠도 재개 움직임을 보이며 경기 방식 등을 놓고 고심하고 있었다.

그런데 파우치가 이 같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을 해버렸다. 뉴욕타임스와의 4월30일자 인터뷰를 통해 스포츠 경기 재개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파우치 소장은 “모든 스포츠 경기가 재개되면 좋겠지만 전문가로서 현재 미국 상황을 보면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올 해 스포츠는 없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소식을 접한 프로 스포츠 관계자들은 그야말로 ‘맨붕’ 상태가 되고 말았다.

한 메이저리그 구단 관계자는 “전에는 열 수 있다고 하더니 이번에는 안 된다고 하니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다”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 파우치 소장은 4월16일 “경기장에 아무도 오지 않는다면 경기를 재개하는 게 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선수들을 잘 관리하고 매주 검사를 받게 하며, 선수들 간과 가족 간에 바이러스를 전염시키지 않도록 확실히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일자 파우치 소장은 4월30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발언 내용을 급히 해명했다.

그는 “독자들은 내가 말한 것의 반밖에 읽지 않고 있다”고 불평했다.

자신은 스포츠 경기가 안전하게 재개되려면 COVID-19 감염 여부 결과가 신속하게 나올 수 있는 대규모 검사가 필요하다는 말을 강조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강변했다.

다시 말해, 대규모 검사가 이루어지고 감염 여부 결과도 빨리 나올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다면 스포츠 경기가 열릴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지금 상황으로서는 그렇게 할 수 없기에 재개하는 것이 이르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지금 트럼프 대통령의 말보다 파우치 소장의 말을 더 신뢰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그가 말한 내용을 종합해보면 일관성도 없고, 책임회피용 발언만 일삼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두려워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할 게 아니라 전염을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어야 했다.

자신의 말처럼 전염병 전문가라면 그렇게 했어야 옳았다.

지금 미국 스포츠는 그의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하고 있다.

* 장성훈 미국 특파원은 미주 한국일보와 일간스포츠, 스포츠투데이에서 기자, 체육부장 등을 역임했다. MLB, NBA, LPGA, PGA 등 미국프로스포츠와 문화 등을 오랜동안 취재했다.

[장성훈 특파원/report@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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