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대한민국 복싱의 현주소다.
한국은 3일부터 12일까지 요르단 암만에서 열린 2020도쿄올림픽 아시아 오세아니아 지역예선에서 여자는 라이트급 오연지(30·인천시청)와 페더급 임애지(21·한국체대)가 도쿄올림픽 출전 티킷을 따는 사상 최고의 성적을 냈지만 남자는 전원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한국 복싱이 2020도쿄올림픽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예선에서 여자부에서만 2명의 올림픽 진출자를 탄생시키고 마무리했다.
임애지가 페더급에서 비록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4강에 올라 여자 복싱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따낸 여세를 몰아 오연지는 라이트급에서 금메달까지 목에 거는 영광을 안았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오연지는 8강전에서 1번 시드인 호주의 안야 스트리즈만을 맞아 거침없는 펀치를 날리며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두고 4강에 올라 올림픽 진출 티킷을 따냈다. 이어 4강전에서 태국의 시손디 수다폰마저 심판 전원일치 팔정으로 눌렀다
오연지와 시손디는 서로가 질 수 없는 라이벌이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오연지가 결승에서 시손디를 누르고 금메달을 땄지만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준결승에서 패했었다. 따라서 이번에 다시 준결승에서 시손디와 맞붙은 오연지로서는 설욕전이나 마찬가지였다. 올림픽에서도 시손디와 맞붙을 가능성이 높은 오연지는 이번 승리로 확실한 우위와 함께 자신감도 가질 수 있는 중요한 일전이었다. 준결승전에서 라이벌을 가볍게 제친 오연지는 결승에서도 인도의 바트 심란짓마저 판정으로 눌러 우승했다.
5체급에 출전해 2장의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 여자와 달리 8체급에서 3~4장의 티킷을 따낼 것으로 기대했던 남자는 완전히 빈손이었다.
웰터급 임현철, 플라이급 김인규, 헤비급 김형규, 라이트급 이종성 등 6명이 1회전서 패했고 1회전을 통과한 미들급 김진재도 16강전서 탈락하고 말았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우리나라 선수로는 유일하게 참가했던 페더급의 함상명마저 6장이 걸린 마지막 5~8위전에서 태국의 부디 차차이데차에 전원일치 판정패하며 고배를 들었다. 오는 5월 1일부터 프랑스에서 열리는 세계예선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아시아 오세아니아의 벽을 넘지 못한 우리나라 남자 복싱이 세계의 강호들과 싸워 이길 수 있다는 보장이 없어 자칫 도쿄 올림픽에 한명도 가지 못하는 치욕을 당할 지도 모르는 위기에 빠지고 말았다.
[정자건 마니아리포트 기자/news@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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