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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 밖은 괜찮다?' 애매한 해석 내린 V-리그

22일 KB손해보험-현대캐피탈 경기서 발생…또 피해는 구단만 떠안아

2017-12-24 11:39

지난 19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 한국전력의 경기에서 KB손해보험 이선규가 판정에 대해 항의하는 모습. 이선규 뒤에 보이는 권순찬 감독과 이동엽 코치.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지난 19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 한국전력의 경기에서 KB손해보험 이선규가 판정에 대해 항의하는 모습. 이선규 뒤에 보이는 권순찬 감독과 이동엽 코치.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오심 사건'으로 오점을 남긴 V-리그가 또다시 심판진의 미숙한 경기 운영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하필 '오심 사건'의 명백한 피해자였던 KB손해보험의 경기에서 논란이 될만한 상황이 발생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문제는 KB손해보험과 현대캐피탈의 경기가 열린 지난 22일 의정부체육관에서 벌어졌다.

양 팀 모두에 이날 경기 결과는 중요했다. KB손해보험은 '오심 사건'으로 가라앉은 선수단 분위기 반전을 위해 승리가 절실했다. 현대캐피탈 역시 단독 선두를 질주 중인 삼성화재와 격차를 줄이기 위해 승점을 노렸다.

경기는 KB손해보험의 승리로 끝이났다. 풀세트 접전 끝에 현대캐피탈을 세트 스코어 3-2로 꺾고 안방에서 승점 2를 챙겼다. 하지만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발생했다.

경기 출전이 불가한 KB손해보험의 이동엽 코치가 인이어를 착용하고 전력분석원 뒷자리에 앉아 테블릿PC를 사용하는 모습이 목격됐기 때문이다. 이 코치는 지난 19일 오심이 발생한 한국전력과 경기 4세트에 퇴장 명령을 받아 자동으로 1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 코치에 대한 징계는 '징계 및 제재금 부과 기준(공식경기)'에 명시돼있다. '거친 행위(red card)'를 받은 개인은 '세트 퇴장, 1경기 출장정지' 징계가 내려진다. 또 30만원의 반칙금이 병과된다. 이 코치에 대한 반칙금에 대해서 KOVO는 추후 공문을 발송할 방침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현대캐피탈은 심판진에 이에 대해 항의했다. 이 코치가 벤치에 앉을 수 없다는 것은 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밖에서 인이어를 착용하고 테블릿PC로 내용을 공유한다는 것은 자리만 바꼈을 뿐 경기 관여 행위로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이 코치가 해당 자리에서 우리 세터의 작전을 전달할 수도 있지 않느냐"며 "단순히 경기만 관전했다면 모를까 인이어와 테블릿PC 사용까지 허용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22일 의정부체육관에서 KB손해보험과 현대캐피탈의 경기가 열린 가운데 KB손해보험이 인이어를 제거하는 모습이 중계화면에 잡혔다. (사진=중계화면 캡처)
22일 의정부체육관에서 KB손해보험과 현대캐피탈의 경기가 열린 가운데 KB손해보험이 인이어를 제거하는 모습이 중계화면에 잡혔다. (사진=중계화면 캡처)
실제 이 코치는 중계 화면이 비추자 황급히 인이어를 제거하는 모습을 보였다. 충분히 오해의 소지가 있는 행동이었다. 2세트 12-18에서 최태웅 감독이 항의한 부분도 이것이었다. 최 감독은 문성민을 통해 최재효 심판에 이 코치의 행동이 문제 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최 심판은 "경기장 밖은 심판의 관할이 아니기 때문에 어찌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경기 종료 후 이 코치 행동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내려달라 심판진에 요청했지만 이영열 심판감독관은 최 심판과 같은 입장을 되풀이하고 정확한 유권 해석을 내놓지 않은 채 황급히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KB손해보험 역시 억울하다. 한국배구연맹(KOVO)이 19일 경기에 대해 오심을 인정했기 때문에 이 코치의 퇴장도 무효가 된 줄 알았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이 코치 역시 경기장을 찾았던 것이다. 그러나 경기를 약 1시간 30여 분을 앞두고 심판진에게 벤치에 앉을 수 없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KB손해보험은 즉각 반발했지만 상황을 바꿀 수 없었다. 그리고 이 코치가 앉은 자리는 심판진에 확인을 받은 곳이다. 이 코치는 "전력분석원 뒷자리에 앉아도 된다는 말을 듣고 박주점 경기감독관과 권대진 부심에 인이어와 테블릿PC를 사용해도 된다는 약속까지 받았다. 그래서 사용했던 것이다. 하지만 경기 진행 상황만 전해 들었을 뿐 벤치와 의견을 주고받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KOVO 관계자는 "박주점 경기감독관과 권대진 부심은 이 코치에 해당 물건을 사용해도 된다는 약속을 한 적 없다고 털어놨다"고 전했지만 이 코치는 두 사람을 통해 확인을 받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진실공방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제 경험이 풍부한 최 심판에 따르면 해외 무대에서도 경기장 밖에서 하는 행동을 묵과해준다. 때문에 이 코치는 문제 될 것 없다"고 말했다.

설명을 들은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KOVO의 해석이 그렇다면 각 구단이 상대편 코트 쪽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세터의 행동을 관찰해 사인을 훔치는 행위를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냐"며 "비디오판독 역시 구단이 각 포인트마다 슬로우 카메라를 설치해 판단 후 요청해도 KOVO에서 제재를 가하지 않을 것인지 의문이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사실 이 문제는 큰 소동으로 번질 사안이 아니었다. 하지만 오해가 될만한 여지를 남겨둔 미숙한 경기 운영으로 인해 명승부를 펼친 KB손해보험과 현대캐피탈만 찝찝함을 안게 됐다.

CBS노컷뉴스 송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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