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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역대 최악의 올림픽.. 우리 평창은?

기형적 성취 이뤄온 한국 스포츠, 새로운 패러다임 필요

2016-08-25 06:00

- 평창과 강원도, 경제적 부담 염려 안 할 수 없어
- 돈줄 모두 차지하는 IOC.. 부담은 모두 개최 도시가 떠안아
- 튼튼한 일본 스포츠 : 수영 선수만 16만명, 한국은 모든 종목 합쳐봐야 12만명
- 검투사 기르듯 하는 우리 스포츠 시스템으로는 희망 없어

리우, 역대 최악의 올림픽.. 우리 평창은?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6년 8월 24일 (수) 오후 7시 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정희준 (동아대 스포츠과학부 교수)

◇ 정관용> 리우올림픽은 끝났고 이제 평창동계올림픽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번 올림픽 좀 정리하면서 우리 한국 스포츠계에 또 2년 후 평창동계올림픽에 어떤 시사점들을 우리가 배워야 할지 정리하겠습니다. 한국 스포츠계에 날카로운 비판을 던지시는 분이시죠. 스포츠 평론가이시자 동아대학교 교수이시죠. 정희준 교수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어서 오시죠.


◆ 정희준>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정관용> 먼저 리우올림픽 총평을 한번 해 보세요.

◆ 정희준> 개막전에 여러 가지 논란이 많았죠. 환경문제 또 브라질의 경제문제, 치안문제에다가. 지카 바이러스도 있었고요.

◇ 정관용> 정치도 어수선했고.

◆ 정희준> 그렇죠. 대통령이 없는 상태에서 치른 첫 번째 올림픽이었습니다. 그리고 경제문제 외에도 특별히 이번에 논란이 됐던 것은 러시아 선수들의 출전 문제였죠. 도핑이 아주 많은 선수들이 특히 육상에서 걸렸는데. 이게 러시아 국가 차원에서 지원 내지는 방조를 했다..

◇ 정관용> 조직적으로 했다고 그래요.

◆ 정희준> 그렇죠. 국가적인 지원이 있었다는 얘기가 있어서 미국을 위시한 14개 나라들이 공동으로 이번에 러시아 선수단 전체 참여를 불허해야 된다는 얘기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IOC 측에서는 상업적인 이유라는 얘기가 많았는데요. 결국 육상만 배제한 채 나머지 선수들은 출전을 허용했죠.

◇ 정관용> 그랬죠.

◆ 정희준> 그래서 이번 올림픽에 대해서 좀 총평을 하자면 폐막은 했고 큰 사고는 없었습니다만 과정을 보면 굉장히 논란이 많았고 앞으로 올림픽의 전개 과정에 과연 이게 순조로울지 의구심이 드는 좀 그런 올림픽이었고요. 이런 느낌이 좀 들어요. 올림픽을 치를 때마다 21세기 들어와서 보면 항상 역대 최악의 올림픽이라는 얘기를 듣게 됐습니다. 그러니까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이 이미 오래 전에 그러한 문제가 있었고요.

◇ 정관용> 그랬죠.

정희준교수(동아대스포츠과학부.사진=시사자키제작팀)
정희준교수(동아대스포츠과학부.사진=시사자키제작팀)

◆ 정희준> 그다음에 소치 같은 경우에 두 말 할 것 없는 동계올림픽이었지만 역대 최악이라는 얘기를 들었고 이번에 또 다시 역대 최악 얘기가 막 나왔던 올림픽이었어요. 그래서 올림픽이 이게 과연 순조로울지 좀 생각을 해봐야겠죠.

◇ 정관용> 얼마 전에 스포츠평론가 정윤수 교수가 또 저희 프로그램에 나와서 올림픽이나 이런 건 20세기형 개발주의식 어떤 구도다. 그런 구도를 아까 언급하신 아테네도 그렇고 이번에 리우도 그렇고 사실은 엄청난 투자를 해서 그렇게 억지로 자기네가 올림픽을 가져갈 이유가 없는데 가져갔는데 그러니까 제대로 치러내지도 못하고 앞으로 평창도 사실은 20세기형 개발주의 올림픽의 막차 탄 거다. 앞으로는 개최 방식도 좀 달라질 것이다. 한 개 도시가 아니라 몇 개 도시, 어떤 몇 나라의 연합 이런 식으로 갈 수도 있다. 그런 얘기를 하던데.

◆ 정희준> 정윤수 평론가가 잘 지적을 한 거죠. 그래서 지금 나오는 대안이 뭐냐 하면 그리스 등 제3지대에다가 섬을 하나 만들어서 거기에서 영구 개최를 하게 만들자. 그런 아이디어가 외국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왜 그러냐 하면요, 하계올림픽 경우에는 지금 물가로만 따져도 개최 준비하는 데 50조가 들어가고요. 동계올림픽은 한 2, 30조를 얘기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많은 개최도시들이 사실상 폐막하고 나서 그 도시가 부도 상태에 빠지는 이런 일이 반복이 되다 보니까 이것에 대한 문제제기들이 굉장히 많았죠.

그리고 과거에 20세기에 특히 그랬지만 사실 유럽 중심의 그러한 행사이고 또 지금은 미국의 발언권이 굉장히 세졌는데요. 그러다 보니까 자꾸 이것이 정치와 맞물리게 되고 그러다 보면 여러 가지 정치적인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그런 이벤트가 돼 버린 것 같아요. 그래서 중립국에서의 영구 개최가 지금 사실은 많이 얘기가 되고 있는데 저도 괜찮은 생각이라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그런데 자기네 나라로 가져가고 싶어 하는 나라는 끊임없이 나온단 말이에요.

◆ 정희준> 그렇죠. 그래서 그쪽 주장하시는 분들이 얘기하는 대안 도시가 그리스 쪽이나, 발상지이기도 하니까. 그다음에 또 하나가 캐나다 밴쿠버를 얘기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거기가 시설도 괜찮고 지난번에 적자가 상당히 발생하긴 했지만 별 무리 없이 다른 강대국의 이해관계로부터 조금 자유로울 수 있는 국가 아니겠나.

그래서 캐나다 밴쿠버 얘기하시는 분들도 있고 그래서 이건 논의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봐야겠습니다만 IOC가 작년에 또 아젠다 2020이라고 해서 ‘공동개최도 가능하게 하자’ 이런 식의 얘기도 있었고요. 그 전개방향은 아마 지켜봐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정관용> 리우올림픽도 어쨌든 흑자 본 올림픽은 못 되는 거죠?

◆ 정희준> 이게 좀 구분해서 따져야 되는데. 대회 운영상으로는 상당한 흑자였을 겁니다. 이번에 특히 미국과 시간대가 같기 때문에.

◇ 정관용> 시차가 없죠?

◆ 정희준> 시차가 거의 없죠. 그래서 미국 방송사, NBC였을 텐데요. 거기서 중계권료를 상당히 많이 줬을 거예요. 미국 시장이 가장 크거든요. 그러니까 전 세계 한 200여 개국이 중계방송을 하는데 미국이 지불하는 중계권료와 미국을 제외한 다른 모든 나라들이 지불하는 중계권료를 비교해 봐도 미국이 더 많을 정도로.

◇ 정관용> 그래요?

◆ 정희준> 미국의 시장이 압도적이거든요. 그래서 리우 올림픽 경우에는 그런 상황을 감안해 보면 굉장히 좋은 조건이기는 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준비하기 위해서 브라질 국가가 여기에 쏟아 부은 그 돈은 그 흑자를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엄청난 거죠. 또 하나 문제는 대회 운영에서 나오는 흑자는 대부분 IOC에서 가져가고요.

◇ 정관용> 아. (웃음)

◆ 정희준> 개최 준비를 위해 쏟아 부었던 그 적자는 다 브라질 정부가 감당해야 되는 거고요.

◇ 정관용> 중계권료 이런 건 IOC가 갖죠.

◆ 정희준> 스폰서쉽과 중계권료가 올림픽의 가장 큰 돈줄인데 이 두 개는 모두 IOC가 가져갑니다.

◇ 정관용> 그렇군요. 그럼 IOC는 항상 배부르고.

◆ 정희준> 항상 배부르죠.

◇ 정관용> 개최국가 그 도시는 항상 배곯고 이거군요?

◆ 정희준> 그래서 IOC가 그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서, 그런 비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 정관용> 분산개최 이런 것.

◆ 정희준> 도시들 간 공동개최라든가 분산개최 또 국가 간 공동개최까지도 허용하겠다고 한 거죠.

◇ 정관용> 네, 이렇게 맨날 적자 볼 것을 알면서도 ‘우리가 올림픽 좀 유치해야 되겠어’라고 막 나서는 나라와 도시들. 왜 그런 겁니까?

◆ 정희준> 잘 사는 나라도 있고요. 개발도상국인 경우도 있는데. 잘 사는 나라들은 지자체장들의 욕심이죠. 그런데 유치를 하겠다고 나서면 대부분의 지역주민들이 반대합니다. 그래서 유치에 나섰다가 포기하는 도시들이 서구 국가에서는 거의 대부분이에요.

◇ 정관용> 잘 사는 나라에서는.

◆ 정희준> 잘 사는 나라에서는. 이른바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에서는.

◇ 정관용> 잘 사는 선진국의 도시들은 인프라도 다 돼 있기 때문에 추가 투자도 별로 필요 없을 텐데.

◆ 정희준> 그 인프라가요, 올림픽 준비에는 턱도 없는 겁니다.

◇ 정관용> 아, 그래요?

◆ 정희준> 올림픽은 평상시에는 쓸 수 없는 경기장들을 짓기를 강요하는 거예요.

◇ 정관용> 그렇죠. 그렇군요.

◆ 정희준> 그리고 특히 예를 들어서 개폐막식장 같은 경우에는요, 그건 평상시에 절대로 쓸 수 없는 경기장이거든요. 예를 들면 지금 서울의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을 가서 보시면 느끼실 것 같은데요. 본부석에서 축구경기장 안을 이렇게 보려면 그 400m 트랙조차도 굉장히 멀리 있습니다. 그게 왜 그러냐 하면 개폐막식을 치를 때는 매스게임을 해야 되거든요.

◇ 정관용> 맞아요.

◆ 정희준> 그렇기 때문에 평상시에 필요하지 않은, 사실은 비정상적인 그러한 경기장을 만들어야 돼요. 그런데 그런 경기장들을 굉장히 많이 만들어야 되죠. 그렇기 때문에 지금 웬만한 인프라 가지고는 올림픽 치르기에는 부족합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어쨌든 선진국 도시들은 다 지자체장들이 하자 그러면 다들 시민이 반대해서 안 하고 안 하고 그러는데 개도국의 경우는..

◆ 정희준> 개도국의 경우에는 정치적인 목적이죠. 그래서 88올림픽도 그런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긴 하고. 물론 우리가 그래도 열심히 국민들이 준비해서 잘 무난하게 치른 대회이기 때문에 우리가 자부심을 가질 대회이긴 합니다만 개발도상국 경우에는 멕시코시티 올림픽이라든가 서울올림픽 그런 역사들을 보면요, 정치인들이 좀 앞장서서 나섰던 그런 대회들이 많고. 지금도 보면.

◇ 정관용> 그리고 국민들도 호응하죠?

◆ 정희준> 호응을 하긴 하죠. 그런데 지역주민들의 경우에는 폐막 이후에는 엄청난 재정적자를 감당을 해야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되는데. 개발도상국 경우에는 국가지도자가 나설 때 항상 좋은 얘기만 하다 보니까 그걸 모르는 상태에서 빠져드는 경우가 많죠.

◇ 정관용> 우리 평창도 사실 그런 거 아닙니까?

◆ 정희준> 평창은 강원도민들이 12년, 10년 넘게 고생해서 유치한 대회니까 잘 치르긴 해야 되는데 사실 그 유치하는 과정에서요.

◇ 정관용> 거기도 정치적으로 시작된 것 아니에요?

◆ 정희준> 그렇죠. 당시에 도지사가 정치적인 야망도 있었고 강원도민들께서도 또 여기에 호응을 하셨죠. ‘강원도에 걸출한 지도자가 있어야 되는 것 아니냐?’ 이런 이야기들도 좀 돌았고요. 그런데 개최 준비를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세금이 들어가야 된다는 걸 감안을 하고 좀 균형 잡힌 시각에서 시작을 하셨어야 되는데 그렇지 못했던 점이 좀 있고요. 지금도 사실은 폐막 이후에 이것이 과연 제대로 유지가 될지, 강원도민들께 너무나 지나친 부담이 가게 되는 건 아닌지 여기에 대한 염려가 상당한 건 사실이죠.

◇ 정관용> 우리 평창 얘기는 이따 마지막에 다시 좀 정리해서 하고요. 리우올림픽 전체 구도, 큰 구조에서 평가를 했다면 그 내부에서 이제 우리 한국팀의 성적, 원래 금메달 10개, 세계 10위 노렸지만 금메달은 9개로 하나 부족했어요. 그러나 8위. 이렇게 따지는 것. 또 어떤 나라들은 또 어떤 국민들은 ‘세계 몇 위 이런 거 왜 따져?’ 하는 사람들도 있고. 이건 어떻게 봐야 됩니까?

◆ 정희준> 올림픽 IOC에서 공식 무슨 순위를 매기는 건 없죠. 그건 국가들이 또 방송언론사들마다 다르게 다 하는데요. 사실 외국 가면 대부분은 금, 은, 동을 같이 해서, 순위는 매기기는 매겨야 되니까 금, 은, 동을 같이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아쉽게.

◇ 정관용> 금메달 위주로.

◆ 정희준> 금메달만 따지는 그런 전통이 있어서 좀 안타깝습니다. 그런데 뭐 ‘목표가 10개였는데 하나 모자란 9개다. 실패다’ 이런 얘기는 좀 말이 안 되는 것 같고요.

◇ 정관용> ‘절반의 성공’ 이러더라고요. 8등은 했다, 이러면서. (웃음)

◆ 정희준> (웃음) 그런데 그것도 그 순위도 금, 은, 동을 따지면 다르기도 하고 그런 거니까.

◇ 정관용> 메달을 다 합치면 8위가 안 되죠, 우리가.

◆ 정희준> 8위가 안 될 걸요? 10위 밖으로 밀려날 것 같은데요.

◇ 정관용> 그러니까요. 금메달부터 우선 하면 8위가 되는 거고.

◆ 정희준> 네. 이번에 주목할 만한 게요. 과거 일본이 저희보다 좀 많이 쳐졌었거든요.

◇ 정관용> 이번에 아주 잘 했죠.

◆ 정희준> 금, 은, 동을 다 합하면 한 2배 정도 되지 않을까. 비인기종목까지 아주 골고루, 골고루 메달을 획득을 했어요. 그래서 일본이 진짜 이번에 축제 분위기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특히 수영, 육상에서도 남자 400m 릴레이.

◇ 정관용> 계주에서.

◆ 정희준> 남자 계주에서 무려 은메달을. 미국까지도 제치고 우사인 볼트가 뛰는 자메이카에 이어서 2등을 했는데. 대단한 거죠.

◇ 정관용> 육상과 수영이 가장 기초 종목 아닙니까?

◆ 정희준> 그렇죠.

◇ 정관용> 일본은 지금 거기에서 실력을 발휘한다는 거죠.

◆ 정희준> 오랫동안 일본은 사실 준비를 했죠. 그런데 우리나라처럼 엘리트 종목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게 아니고 생활체육, 저변을 넓혀가면서 또 유소년 스포츠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해가면서 한 10여년이 지나서 지금 결실을 보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는 우리나라 전체 모든 종목 초, 중, 고, 대, 실업 등록선수를 따져보면 한 12만명, 13만명 정도거든요. 그런데 일본은 수영 등록선수만 한 16만명.

◇ 정관용> 어허.

◆ 정희준> 그다음에 육상도 한 12~16만명 그 사이를 오가요.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우리는 비인기종목이라고 얘기하는데 핸드볼이 일본은 8만명이에요.

◇ 정관용> 등록선수만?

◆ 정희준> 등록선수만. 우리나라는 대한체육회 전체 등록선수가 12만명, 13만명인데. 그러니까 비교가 안 되는 거죠. 그래서 우리나라 엘리트 스포츠는요, 이렇게 소수의 선수들을 가지고 격리시키듯이, 어릴 때부터 다른 또래 아이들과 똑같은 경험을 하게 해 주면서 그러한 성장과정을 거치게 하면서 기르는 게 아니고 격리시킨 채 검투사 기르듯이 기르는 이런 스포츠 시스템 가지고는 국제무대 경쟁력은 희망을 걸기 어려운 게 아닌가 싶습니다.

◇ 정관용> 그러다 보니까 금메달 9개 딴 것도 사실 종목으로 따지면 딱 몇 군데 집중돼 있잖아요.

◆ 정희준> 한국스포츠의 가장 큰 문제가 바로 그건데요.

◇ 정관용> 그러니까요.

◆ 정희준> 하계는 양궁, 동계는 쇼트트랙 이런 식으로. 그거 외에는 어떻게 메달 확보하기가 힘든.

◇ 정관용> 근처에도 못 가는.

◆ 정희준> 그렇죠. 예를 들어서요. 쇼트트랙 같은 경우에 세계 최강이잖아요. 그런데 등록선수가 몇 명이냐 하면 1천명이 안 돼요. 한 5, 600명 가지고 지금 세계 최강이라고 하는 건데 이런 스포츠 시스템은 빨리 없애야죠.

◇ 정관용> 결국 방향은 생활체육, 유소년스포츠. 그래서 저변을 탄탄하고 넓게 쌓아두는 것.

◆ 정희준> 그리고 아이들이 운동을 하고 싶어서 하게 해야죠.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 운동을 왜 하나 보면 대부분 부모들이 결정하는 건데요. 첫 번째는 대학 가기 위해서. 그다음에 운동을 열심히 해야 되는 이유, 감독님한테 맞지 않기 위해서 부모님한테 혼나지 않기 위해서. 운동이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겠습니까?

그런데 외국 가 보면 운동하는 시간은 얘네들한테는 재밌는 시간이고 신나는 시간이고. 특히 어른들한테 칭찬받는 시간이에요. 그러니까 운동이 하고 싶죠. 거기에서부터 시작을 해야 되는데 우리나라는 이렇게 어린 나이부터 비장한 각오를 들이밀면서 운동을 시키면서 운동하다가 다 떨어져 나가는 거죠.

◇ 정관용> 그러니 성취도, 정말 몇몇 종목에서는 여전히 놀랄만한 성취를 보이고 있지만 한때 효자종목이었던 복싱, 유도 이런 데서 자꾸 뒤처져 가지 않습니까? 그런 데서 드러나는 거죠. 성취도 결국은 한계가 오더라.

◆ 정희준> 그렇죠. 놀랄만한 성적을 거뒀었잖아요, 한국 스포츠가. 사실 저변에 비해보면. 사실 그건 기형적인 성취죠, 어떻게 보면. 그래서 좀 더 많은 아이들이 운동이 재밌어서 하게 만들어야 돼요. 단적인 사례로 작년에 제 아들이 지금 고등학교 1학년인데요. 그 제일 친한 친구가 수영이 재밌어서 수영부에 들어갔대요. 수영, 우리나라 기초종목이고 키워야 되는 종목 아닙니까? 그런데 곧 나왔답니다. 한 달 지나서.

◇ 정관용> 왜요?

◆ 정희준> 무서워서.

◇ 정관용> 너무 때리니까?

◆ 정희준> 네. 그냥 때리고 그걸 보니까 ‘내가 여기에서 계속 운동을 해야 되나?’ 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 그러니까 아이들로 하여금 운동을 나는 재밌어서 하고 싶은데 엄두가 나지 않게 하는 그런 분위기는 하루빨리 없애야겠죠.

◇ 정관용> 그런 건 사실 국민적 분위기라기보다는 스포츠계 내의 어떤 고질적 문화 이거 아닙니까?

◆ 정희준> 그렇죠.

◇ 정관용> 그거 어떻게 해야 합니까?

◆ 정희준> 바뀌어야 되는데 참 쉽지가 않아요. 운동선수들 국제대회 나가서 메달 땄다고 그러면 무슨 잘못을 저질러도 옛날에 국위 선양했다고 다 봐주고. 그다음에 국민 여러분들께서도 메달 딸 때는 막 열광적으로 환호를 해 주시지만 그 안에 뭐가 벌어지는지는 별로 관심 안 가지시고 혹시 사고가 생기면 또 ‘운동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이런 식으로 넘어가시는데요. 국민들도 좀 그렇게 봐주지 않으셨으면 하고. 또 체육인들부터 바뀌어야 되죠.

◇ 정관용> 체육인이 우선 바뀌어야죠.

◆ 정희준> 얼마 전에 태권도에서 바로 올림픽 기간 중에 벌어진 아주 충격적인 사건이 있지 않습니까. 인천에서 태권도 시합이 벌어졌는데 14:7로 이기고 있는 선수인데 코치가 기권을 해 버린 거예요.

◇ 정관용> 이기고 있는데?

◆ 정희준> 이기고 있는데 기권을 한 거예요. 기권을 진 쪽에서 한 게 아니고. 왜 했냐 했더니 상대방 선수가 장학금을 받아야 되는데 이번에 꼭 이겨야 된다. 이게 그런 식의 승부조작을 그렇게 함부로 하고. 버젓이. 그다음에 학생들, 선수들 그렇게 함부로 대하고. 이렇게 해서야 스포츠가 온전히 가겠습니까? 그러니까 어른들의 스포츠는 이제 사라져야죠. 아이들을 위한 스포츠가 돼야죠.

◇ 정관용> 그래요. 이번에 대한체육회가 조직개편을 하지 않습니까? 생활체육협의회하고 하나로 해서. 종목별로도 다 협회를 하나로 통합시키는 이건 사실 생활체육을 조금 더 강조하고 생활체육을 우선 하자는 방향은 좋은 것 아닌가요?

◆ 정희준> 그렇게 가야죠. 그래서 통합의 목적도 거기에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렇게 해서 생활체육을 강조하고 또 예를 들어서 우리 한국스포츠의 고질적인 문제 중의 하나가 바로 합숙이거든요. 어린 아이들의 자율적인 성장을 박탈하는 그런 합숙 시스템인데 이것도 좀 없애서 학생들이 또래들이 하는 경험을 똑같이 하게 하고 부모들과 함께 성장하게 하고 그래야 되는데 또 중요한 건 수업을 들어가면서 수업 다 하고 남는 시간에 운동을 하게 해야 되는데 아마 현장에서의 반발은 또 상당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 정관용> 아무튼 차제에 그런 체육계 통합을 계기로 기존 엘리트 스포츠계 체육인 분들은 조금 더 행정이나 모든 운영을 좀 더 투명하게 하고 시민의 감시와 참여도 좀 넓히고 이러면서 우리 구조를 좀 바꿔가야 되겠다. 이번 올림픽의 일본에서 배우자. 그거로군요.

◆ 정희준> 많이 배워야 되죠.

◇ 정관용> 마지막으로 평창올림픽 얘기는 이중으로 지금 문제예요, 평창은. 앞에 우리가 얘기한 과도한 투자, 나중에 사후관리 어떻게 할까 이 걱정도 있겠고. 또 하나는 지금 방금 얘기한 이 측면에서도 한국의 동계올림픽 종목별 무슨 저변이 뭐가 있다고. 그렇지 않습니까? 이중의 짐. 뭘 어떻게 헤쳐 나가야 될까 간단히 좀 정리해 주세요.

◆ 정희준> 지금 이제 준비는 잘 해서 성공적으로 치러야죠.

◇ 정관용> 약속했으니 해야죠.

◆ 정희준> 그렇게 해야 되고. 그런데 지금 사실은 이미 작년 정도에서 경기장 시설 막 짓기 시작할 때 그때 IOC와 협상을 해서 경기장 규모라든가 이런 것들을 좀 많이 협상을 줄이고 분산개최하고 했었어야 하는데 그 기회를 다 지금 놓쳐버렸거든요.

◇ 정관용> 다 평창 분들이 싫다고 했잖아요.

◆ 정희준> 네. 강원도에서 반대를 한 건데. 그래서 어쩔 수 없고요. 지금은 합심해서 성공적인 개최를 해야 되고 다만 이번 기회를 엄청난 국고, 국민들의 세금을 쏟아 붓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좀 선수들 위주로 그다음에 이것이 진정한 축제가 되기 위해서 언론과 국민과 체육회 같이 함께 합심해서 노력을 해야겠죠. 일단은 과도한 성적에 대한 부담을 선수들에게 절대 주어서는 안 되고요. 언론도 이런 성적에 대한 부담이라든가 또 금메달 타령에서는 좀 벗어나야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이희범 평창조직위원장이 이런 말을 했어요. ‘리우를 계기로 예산이 많은 게 능사가 아니다. 돈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이렇게 말씀하셨거든요. 그 얻으신 교훈을 잘 좀 현장에 적용해 주기를 정말 간절히 바라겠습니다.

◆ 정희준> 네, 많이 당부를 해야 될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오늘 여기까지 할까요? 고맙습니다.

◆ 정희준> 네, 감사합니다.

◇ 정관용> 동아대학교 정희준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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