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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만'에는 특별한 '세 여자'가 있다

2015-08-04 06:00

'열만'에는 특별한 '세 여자'가 있다
지난 4월 라디오 청취율 조사 결과, 주말 라디오 청취자들은 ‘CBS 음악FM’을 가장 많이 듣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 중 동시간대 지상파 3사 프로그램만큼이나 높은 청취율을 자랑하는 CBS의 알짜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매일 낮 12시에 방송되는 '김필원의 12시에 만납시다'(이하 열만)이다.

열만의 가장 큰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열만을 만드는 사람들‘에 그 비밀이 숨겨져 있다. 그들에게 남들과 다른 특별한 점이 있다면 PD도, 작가도, DJ도 모두 다 여자라는 점이다. 거기에다 DJ 김필원과 PD 김현정은 2001년 입사한 입사 동기이다. 눈빛이 대화가 된 지 오래다.

2008년 5월에 시작된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난해 11월 하차한 김현정 PD는 '열만'에 올라탔다. 항간에는 외압을 받아 물러나게 됐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그녀는 단지 쉬고 싶었을 뿐이다. 시사프로 PD이자 진행자에서 음악프로 PD로의 변신. 이번 기회로 날카롭고 냉철하기만 했던 모습은 잠시 내려놓고, 떨어지는 빗소리에 굴러가는 낙엽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감성 뚝뚝‘ PD로 변신했다.

DJ 김필원은 2001년 CBS 아나운서로 입사해 2011년부터 '12시에 만납시다'를 맡았다. 그녀가 이렇게 오랫동안 DJ를 할 수 있었던 건 모두 청취자들의 사랑과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청취자들의 사연에서 새삼스럽게 얻는 깨달음은 그녀 스스로를 내적으로 성장시키는 계기가 됐다.

'열만'에는 특별한 '세 여자'가 있다
라디오가 만들어지는 건 한 그릇의 음식을 만들어 먹는 과정과 같다. PD가 정성스레 그릇을 빚고 작가가 요리해서 예쁘게 담으면, DJ가 애청자들과 맛있게 나눠 먹는다. 이것은 절대 혼자 할 수 없는 일이다. 지난 7월 29일 수요일, 목동 CBS 3층. '김필원의 12시에 만납시다' 생방송 현장을 찾아가 그들이 주고받는 호흡을 함께 느꼈다.

AM 11 : 30 바쁘다 바쁘다

방송시간이 점심시간과 딱 겹치기에 그들에게 여유로운 식사 시간이란 없다. 방송에 들어가기 30분 전, 간단하게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짧지만 아주 중요한 시간이다. 점심을 먹으며 나누는 수다가 바로 그 날 방송의 분위기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 시간 가장 바쁜 사람은 이분남 작가다. 방송 직전, 오프닝 멘트를 수정하고 마지막으로 빠진 것이 있나 없나 확인하는 작업을 한다. 그리고 방송 10분 전에 짠! 하고 나타나 프린터의 온기가 남아있는 따끈따끈한 원고를 DJ와 PD에게 전해주고 나서야 겨우 한 술을 뜬다.

'열만'에는 특별한 '세 여자'가 있다
AM 11 : 55 멘트는 거들 뿐, 음악으로 말한다.

“비가 그쳤나?” 스튜디오에 들어온 김PD는 창가를 어슬렁거리며 몇 번씩이나 날씨를 확인한다. 해가 뜬것도 아니고 진 것도 아닌, 이처럼 애매한 날씨는 선곡을 힘들게 한다. 그만큼 날씨가 선곡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다른 라디오는 요일별 코너와 게스트 초대 등 대체로 빡빡한 구성이다. 열만의 동시간대 프로그램만 하더라도 흥미 위주의 토크방송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열두시에 만납시다‘는 ’말‘보다는 ’음악‘으로 메시지를 전한다. 말은 음악을 돋보이게 하는 요소일 뿐이다.

특히나 ‘Less Talk, More Music.' 이라는 CBS 음악 FM의 지향점을 살리기 위해 김PD는 선곡에 아주 각별한 정성을 쏟는다. 자신이 선곡한 노래가 최근에 나온 적이 있는지도 꼭 확인한다. 겹치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열만'에는 특별한 '세 여자'가 있다
PM 12 : 00 바쁘다 진짜 바쁘다.

열두시 땡! 온에어(On Air)에 빨간 불이 켜지고, 시그널 송이 흐른다. DJ는 오프닝을 차분하게 읊지만 PD와 작가는 그때부터 바빠지기 시작한다. 한 사람 앞에 모니터 두 대는 기본! 작가는 청취자들이 보내온 문자와 레인보우 게시판 사연을 모아 재빨리 출력하여 스튜디오 안에 있는 DJ에게 후다닥 달려가 전달한다. PD는 청취자들의 신청곡을 바탕으로 선곡을 하고, DJ가 보는 프롬프트를 화면에 즉석에서 멘트를 작성하여 띄어준다.

'열만'에는 특별한 '세 여자'가 있다
PM 12 : 45 어서 모이세요, 소통합시다!

라디오의 가장 큰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소통’이다. 김현정 PD가 ‘열만’을 맡은 이후로 가장 신경을 많이 썼던 것도 청취자들과의 활발한 소통이다. 그들의 사연을 읽어주는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거기에 궁금함을 더해서 다시 질문을 한다. 청취자들은 거기에 다시 또 반응을 하면서 이 순간,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청취자들과의 소통이 항상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에서 마음이 쿵 내려앉을 때도 있었다. 방송은 한 사람만이 듣는 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듣고 있다는 걸 언제나 인식해야 함을 깨닫는 순간이다.

“당 떨어진다는 표현이 아무것도 아닌 거 같죠. 근데 이게 정말 위험한 말이에요. 배고픈 사람에겐 딱 어울리는 말이지만, 당뇨병

"환자에게는 절대 해선 안 돼요. 한 청취자가 배고파서 당 떨어진다는 사연을 소개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걸 들은 다른 청취자가, 자기 어머니가 당뇨인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함부로 할 수 있냐고 문자를 보내왔던 적이 있어요."

PM 13 : 12 고3도 들어요!

‘방귀대장 뿡뿡이’ 뮤지컬 티켓을 신청하는 엄마들의 사연이 족족 올라온다. 그만큼 열만은 아이 엄마들에게 인기가 많다. CBS 인터넷 라디오 ‘레인보우’의 메시지 창을 잘 살펴보면 유독 ‘○○맘’등의 닉네임이 많다. 한때는 엄마들의 ‘아이’사연이 너무 많아서 일부러 배제 했던 적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기존의 아이 엄마는 물론, 차에서 운전하는 노동자, 사무실에서 듣는 회사원, 심지어 점심시간을 쪼개 듣는 고3 수험생까지, 열만의 청취자 층은 다양해졌다.

PM 13 : 47 어떡해! 벌써 끝날 시간이야!

두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방송 내내 세 여자의 쾌활한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김필원 DJ는 음악과 광고가 나오는 잠깐의 시간에도 스튜디오를 나와 PD와 작가와 이야기를 나눈다. 이렇게 세 여자가 만들어내는 ‘케미’는 '열두시에 만납시다'라는 요리에 빠져선 안 될 커다란 비결이었다.

두 시간 동안 연애를 하는 기분이었다. 청취자들이 사연으로 투정을 늘어놓으면 DJ가 귀 기울여 들어주고 반응해준다. 그리고 PD가 좋은 노래로 그들의 마음을 달래준다.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어루고 달래주는 시간. 이처럼 짧은 시간에 누릴 수 있는 달달한 연애가 또 있을까. 없을꺼야 아마도.
CBS노컷뉴스 정은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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