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날, 가장이면서 착실한 회사원인 김병국 과장(배성우)이 일가족을 살해하고 사라진다. 형사 최종훈(박성웅)은 그의 회사 동료들을 상대로 수사를 벌이지만, 모두들 말을 아낀다. 특히 김 과장과 사이가 좋았다는 인턴사원 이미례(고아성)는 무언가를 숨기는 눈치다.
종훈은 김 과장이 사건 직후 회사에 들어온 CCTV 화면을 확보하지만, 그가 회사를 떠난 흔적은 어디에도 없어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김 과장이 잡히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동료들은 불안에 떨고, 급기야 이들에게 의문의 사건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올해 칸국제영화제의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됐던 영화 '오피스'(감독 홍원찬, 제작 영화사 꽃)가 다음달 개봉을 앞두고 23일 서울 신사동에 있는 CGV 압구정점에서 열린 제작보고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이날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홍원찬 감독은 "우리 영화는 평범한 직장인이 퇴근하는 모습으로 시작되는데, 집에 가서 가족들과 식사도 하고 평소처럼 지내던 그가 가족들을 해친다"며 "현실적인 스릴러 장르이면서도 판타지적인 호러 요소가 많은데, 상반되는 두 장르를 적절하게 혼합하려 애를 많이 썼다"고 전했다.
영화 오피스는 한국 사회의 치열한 경쟁 구도를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회사 사무실이 배경이라는 점에서 태생적으로 시대상을 강조한 작품이 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오피스의 차별점은 동시대성을 가져가려 노력했다는 점에 있다"는 홍 감독의 말도 근거가 된다.
그는 "보통 제한된 공간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등장인물이 많지 않은데, 오피스는 배경 자체가 사무실이기 때문에 각 직원들의 캐릭터를 선명하게 보여 주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봤다"며 "인물들의 독특한 면이 많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만드는 데 쉽지는 않았다. 그런 면이 잘 전달됐으면 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각 캐릭터는 사무실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과중한 업무에 치이고, 온갖 수모를 당하면서도 참아내야 하는 직장인들의 피폐한 정서를 현실감 있게 반영한 모습이다.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무게를 느끼는 가장, 정규직에 목마른 청년 인턴, 목표의식 없는 수동적인 태도의 사원, 실적에 목을 메는 안하무인의 상사 등이 그 면면이다.

제작보고회에서 고아성은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데는 제 대학 친구들이 모두들 인턴을 하고 있었고, 친언니 역시 인턴으로 일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출연을 결정한 뒤 친구들과 언니의 사무실을 다니면서 직접 얘기를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미례 역할이 정신적으로 큰 변화도 있고, 내면을 깊이 파고들어가야 했기에 그 흐름을 잘 타려 애썼다"고 덧붙였다.
이날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배우들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로서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삶의 에피소드를 전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극중 시키는 일만 적당히 하는 사원 이원석 역을 맡은 박정민은 "얼마 전 이사를 하기 위해 대출을 받으려 은행을 갔는데 '정기적인 수입이 없어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며 "많은 서류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은행에서 사정을 해야 했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 함께한 박성웅 배성우 등 인생 선배들의 삶에 대한 조언도 인상적이었다. 박성웅은 "후배 배우들에게 처음에는 '하지 말라'고, '이거 아니면 다른 일은 절대 못할 것 같다는 마음이 없다면 시작하지 말라'고 말한다"고 말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배성우는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일 자체를 즐겨야만 질리지 않고 신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류현경은 "주변 환경에 휘둘리지 말고 자존감을 지켜가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CBS노컷뉴스 이진욱 기자 jinu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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