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리 슈틸리케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지난 1월 호주 아시안컵 4강전에서 승리한 후 김진현(28·세레소 오사카)에게 건넨 말이다.
김진현에게 아시안컵 대회는 축구 인생의 반환점이 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정성룡, 김승규 등을 제치고 김진현에게 주전을 맡겼고 김진현은 조별리그 3경기와 8강전, 4강전까지 무실점 행진을 이끌면서 한국 축구의 간판 수문장으로 발돋움 했다.
아시안컵이 끝나고 김진현의 입지가 달라졌다. 타 구단에서 러브콜이 쇄도했다. 충분히 이적을 생각할만 했다. 무엇보다 소속팀 세레소 오사카가 지난 해 J리그 17위에 머물러 2부리그로 강등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진현은 호주로 떠나기 전 이미 잔류를 결심하고 있었다. 소속팀에 대한 애정과 의리 때문이다.
지난 4일 세레소 오사카 클럽하우스에서 취재진과 만난 김진현은 "계약은 내년까지 남아있다"며 "골키퍼는 가장 뒤에 위치한 책임감이 강한 포지션이다. 내가 이렇게 성장하기까지 팀과 서포터스들이 많이 도와줬는데 쉽게 떠나기 힘들더라"고 말했다.
이어 "더 좋은 팀에서 좋은 경험을 해야하는 나이라 좀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좋은 상황에서 떠나는건 괜찮지만 안좋은 상황에서 떠나기 싫었다. 안좋다고 더 좋은 쪽으로 나가는 건 남자로서 제 마음이 허락하지 않았다. 축구인생 뿐만 아니라 은퇴 후 인생에서도 시련이 닥치면 도망갈 수 있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보통 의리가 아니다. 그렇다 보니 세레소 오사카에서 뛰는 선수들에게 김진현은 더 이상 외국에서 온 '용병'이 아니다.
김진현은 "동료들이 요즘 내가 외국 선수인 것을 가끔 까먹는다. 일본은 선수회 모임 때 일본 선수들만 모인다. 내가 안 오면 왜 안 오냐고 묻는다"며 웃었다. 김진현은 일본어도 잘한다. 오사카 사투리를 쓴다.
덜 주목받는 곳(2부리그)에 있지만 각오는 오히려 더 단단해졌다. 어느 때보다 치열해지고 있는 대표팀 골키퍼 경쟁에서 살아남겠다는 마음이 더 커졌다. "난 항상 만족을 못하는 사람"이라는 김진현은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2부리거 말이 나올 수 있으니 좀 더 책임감을 가지려 한다"고 말했다.오사카(일본)=CBS노컷뉴스 박세운 기자 she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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