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 감독은 최근 이 영화의 언론시사 뒤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소를 다룬 시나리오를 쓰던 중, 그 동안 돼지를 만날 수 없던 데는 대부분의 돼지들이 밀폐된 공장식 축사에 갇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우리가 먹는 고기의 생산 과정이 철저히 은폐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모두에게 친숙하지만 다소 생소한 동물 돼지를 다룬 다큐 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는 그렇게 시작됐다.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됐던 '작별'(2001)에 이어 '침묵의 숲'(2004), '어느 날 그 길에서'(2008)까지 '야생 3부작'을 완성한 황 감독은 구제역 살처분 대란 당시 많은 충격을 받았단다.
그는 "저 또한 감당할 수 없는 사실들을 외면하고 싶었다"며 "그때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의 대표이신 임순례 감독님께 제안을 받았고, 책꽂이에 꽂혀만 있던 '육식의 종말'이라는 책을 단숨에 읽으면서 육식과 축산업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 가족의 눈으로 본 공장식 축산업 문제…"동물권은 인권과도 직결"
이 영화는 축산업의 문제점을 가족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황 감독은 "가족이라는 틀을 가지고 온 것은 축산의 현실을 이야기 하되, 관객들의 눈높이에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사적인 방식을 택하기로 한 것"이라며 "영화에서 남편은 육식을 하는 일반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데 아내로서는 많이 섭섭했지만,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고마웠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올해 베를린 국제영화제 '컬리너리 시네마'(음식·환경과 관련한 영화를 소개하는 섹션)에 초청돼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황 감독은 "하나 강하게 기억에 남는 것은 베를린영화제 개막식 뒤 개막 파티였는데, 1000명 넘는 게스트들의 식단이 모두 채식이더라"며 "채식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그런 것에 대한 존중의 의미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독일에 비해 우리나라는 음식이 선택보다 강요되고 있는 시스템이기에 우리나라에서 채식의 문제는 비단 동물들의 권리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닌, 인권 문제이기도 하다"며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해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움직임들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그는 "영화를 통해 돼지, 닭, 호랑이 등 그 어떠한 생명체라도 다 존엄한 존재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며 "돼지에 대한 이야기는 이 영화의 핵심이지만 영화가 다루는 문제들이 결국 인간으로서의 삶의 조건, 행복과도 직결된 이야기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강조했다.CBS노컷뉴스 이진욱 기자 jinu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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