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0도 다른 캐릭터에 위화감이 없을 정도로, 그는 연기에 충실한 배우다. 캐릭터를 위해서라면 불가능할 것만 같은 체중감량까지 척척 해낸다. 가장 촬영일정이 힘든 주연배우임에도 즐거운 분위기를 만드는데 여념이 없다.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와 영화 '살인의뢰'의 그 어딘가, 김상경이 우뚝 서있다. 밖에서 잘하는만큼 가족에게는 더 잘하고, 그가 이야기 하는 곳에서는 언제나 웃음이 꽃핀다.
옆집에 가면 만날 것만 같은 따뜻한 배우, 김상경과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김상경과 취재진과의 일문일답.
▶ '살인의뢰' 어떻게 봤나.
영화 후반부가 내가 생각한 시나리오의 그림과 완전히 달라져서 받아들이기가 힘든 복잡한 상황이다. 제가 가지고 있는 틀이 너무 많다. 배우의 틀이 크기 때문에 빨리 비우고 아예 정보가 없는 관객의 눈으로 보고 싶다.
▶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그랬는지 궁금하다.
영화는 어디까지나 편집 예술이다. 정리하면 아예 새로운 이야기가 나온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방법으로 신을 점프하고, 스릴러 공식이 있는데 그것조차 바꿔버렸다. 우리는 결론이 되게 세다. 원래 대다수 영화들은 결론을 잘 안내고, 갑자기 암전이 돼서 (총을) 맞았는지, 그렇지 않았는지 모르게 질문에서 피해나간다. 우리는 딱 (연쇄살인마 조강천을) 맞춘다. 솔직히 제 틀을 바꾸고 싶다. 제 머릿속에서 이건 범죄 스릴러가 아니고, 답을 내리기 모호한 상황이 됐다.
▶ 그럼 관객들이 그런 결론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이 되기도 하겠다.
문제를 확실히 짚어서 던지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하다. 분명히 여러 곳에서 설왕설래가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차피 우리는 논란의 중심에 서고자 화두를 던진 거다. 주연배우도 당연히 (사형제도, 사적 복수 등에 대한) 생각이 있으니까 영화를 했지만 만약 100분 토론을 한다면 감독님이나 제작사 쪽에서 나가야 될 것 같다. (웃음)

상처를 많이 받으니까 보기 싫다. 촬영했는데 없는 장면도 많고, 그래서 결과물만 본다. 어차피 그걸로 상영되는 거니까. '뭐가 좋았는데, 그게 없는데' 하는 건 의미없다.
▶ 이번에 3년이라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위해 급격한 다이어트를 했다고 들었다.
제가 시나리오를 고를 때 1차적으로 연기에 변화를 많이 주는 걸 좋아한다. 내 재주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많으니까. (웃음) 이번에 살도 막 10㎏ 늘렸다가 뺐는데 다시는 이렇게 안 하려고 한다. 처음에는 기간이 7일이었다. '말이 안된다'고 조정해서 10일로 늘렸다. 3년 전 모습은 살이 올라야 되니까 무조건 찌자고 생각했다.
▶ 쉽지 않았을텐데 체중 변화가 어떤 식으로 진행됐나?
자기 전에 막걸리랑 볶음밥 먹고, 이러니까 항상 체기가 있었다. 먹는 게 이렇게 괴로운 줄 몰랐다. 오히려 뺄 때가 되니까 몸에서는 반가워하더라. 5일 만에 7㎏이 빠져서 원래 체중으로 돌아왔다. 거기서 3㎏을 더 뺐는데 스태프가 지나가다 날 못 알아봤다. 먹고 살려고 했다. (웃음)
▶ 최고의 사적 복수는 뭐라고 생각하나?
사람을 때리거나 죽이거나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제일 좋은 방법은 그 사람 때문에 짜증이 나지 않아야 한다. 그 사람이 나를 괴롭히는 건, 내가 괴로움을 느꼈으면 하는 거니까. 상대가 가장 원하는 걸 느끼지 않고 잘 사는게 제일 큰 복수다. 날 괴롭히고 싶고, 불편하게 하고 싶은데 쟤는 아무것도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잘나가고 그러면 얼마나 짜증나겠냐. 쟤가 웃는 게 너무 스트레스가 될 거다. 그게 복수다.

'가족끼리 왜 이래' 촬영할 때, 후배들이 현장 재밌게 한다고 수다를 많이 떠니까 궁금해하더라. 집에서는 과묵한지. 말을 더하면 더하지 적게는 안 한다. 가족을 위해서는 그게 제일 기본 아니겠냐.
▶ 힘든 현장에서 그런 에너지는 대체 어디에서 나오나.
내가 주연배우이기 때문에 스태프 이름을 다 외워서 불러주고, 재밌게 해주고 이런 것들이 일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내가 즐거워서도 했지만 어떤 면에서는 일이고, 정말 나 자신이다. 누가 시켜서 하면 어려울텐데 떠들 때 피곤하지가 않다. 내 삶의 모토가 그렇기도 하고, '어떻게 재밌게 보낼까' 생각한다. 지겹다고 생각하면 정말 지겹게 안 간다.
▶ 그럼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의 모습이 실제 성격과 더 가까울 수도 있겠다.
그것도 나의 어떤 지점에 있는 모습인데 극대화한 것이다. 재밌고, 유쾌하게 보내고 싶은 심성은 유전적인 것 같다. 아버지도 농담을 좋아하시고 그랬던 기억이 있다. 작품 성향도 있었을 것이다. 형사, 검사, 의사, 세종대왕님 등만 했으니 '가족끼리 왜 이래'의 내 캐릭터가 황당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게 더 (나와) 가깝다. 그 전에는 너무 연기한 것 같다. (웃음)

어렸을 때는 재밌게 연기하고 와도 집에 오면 공허하다. 혼자 있으니까 말할 사람도 없고, 말의 양이 극단적으로 적어지니까. 직업 배우들은 외로움이 크다. 배우들이 쉴 때는 또 한없이 혼자 있다. 맨 처음에는 그 정체성에서 흔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생활을 오래하니까 유연해지고, 나를 받아들이게 된다. 내가 나다워지지 않을 때, 남을 기준으로 할 때 괴리감이 많이 생긴다. 누구는 잘 풀리는데 나는 안 풀리는 것 같고…. 비교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으니, 비교하지 말고 눈을 돌려보면 된다. (나 같은 경우) 홍상수, 봉준호 감독 대본 중에 옥석을 발견해서 작품 성공률도 좋았고, 나이도 있는데 '가족끼리 왜 이래'가 잘 돼서 사람들도 좋아해줬다.
▶ 지금까지 다양한 연기 변신을 해왔다. 차기작은 어떤 캐릭터 생각 중인가?
진짜 키다리 아저씨처럼 되게 재밌고 유쾌한 역할이 좋을 것 같다. ('가족끼리 왜 이래'의) 문 상무처럼 너무 까부는 건 말고, 아주 기분 좋은 아저씨. (웃음) 밝고, 건강하고, 고민도 잘 들어주고 그런 캐릭터가 재밌겠다.
▶ 그래도 일단 영화 한 편은 끝났으니 휴식기를 갖겠다.
쉬어야 되는 게 맞다. 근래에는 급박하게 하는 건 다 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냈다. 그래서 빨라봐야 여름이나 가을에 복귀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번까지 잘되면 난 '신의 아들'이 되지 않겠나. (웃음)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ywj201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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