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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개혁 선봉에 선 '미생'…킬러콘텐츠의 딜레마

"장그래 캐릭터 전무후무…정부와 노동계 모두 욕심날 것"

2015-03-31 12:20

드라마'미생'포스터.(사진=공식홈페이지캡처)
드라마'미생'포스터.(사진=공식홈페이지캡처)
여기 신드롬을 일으켰던 한 드라마가 있다. 주연과 조연할 것 없이 모두 주목받았고, 수많은 명대사들이 대한민국을 휩쓸었다. 유명 웹툰이었던 원작도 더욱 인기를 얻었다.

드라마 종영 세 달 후, 이 콘텐츠는 갑자기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현안들을 꼬리표에 달고 나타났다. 직장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킬러콘텐츠가 논란에 얼룩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미생'의 이야기다.

'미생'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이번에는 주인공인 장그래가 청년 혹은 노동자의 모습으로, 정부와 노동계의 얼굴이 됐다. 정부 측에는 드라마 장그래, 노동계에는 웹툰 장그래가 각각 광고에 출연했다.

31일은 노사정 위원회의 대타협 시한이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이 대타협은 시한일인 지금까지도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노동계와 정부 및 경영계는 아직까지도 비정규직 2년에서 4년으로 기간 연장,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요건 강화 등의 내용이 포함된 정책안을 놓고 치열하게 대립 중이다.

결국 '미생'은 협상 테이블에서 이견을 빚고 있는 각기 다른 입장을 대변하는 입장이 됐다. 어떤 의미에서는 두 명의 장그래가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선봉에 선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일은 드라마와 웹툰의 저작권자가 다른 것과 무관하지 않다. 현재 드라마 '미생'의 저작권은 CJ E&M에, 원작인 웹툰 '미생'의 저작권은 윤태호 작가에게 있다. 정부 측도, 노동계 측도 각 저작권자의 허락 하에 장그래 캐릭터를 가져올 수 있었다.

CJ E&M은 앞서 CBS노컷뉴스에 저작권 판매 당시 윤태호 작가가 비정규직 종합 대책안을 '장그래법'이라고 칭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가장 아쉬움이 큰 것은 '미생'의 팬들이다. 이들은 드라마든 웹툰이든 '미생'이라는 작품이 좋은 콘텐츠로만 남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이번 사건으로 '미생'에 정치적 논리가 입혀질 것이라는 우려도 상당하다. 그럴 경우, 더 이상 '미생'은 콘텐츠만으로 남을 수 없고 각기 다른 이익집단을 대변하는 선전물로 추락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한 방송관계자는 31일 CBS노컷뉴스에 "여지껏 국내에 '미생'처럼 본격적으로 직장을 다룬 드라마가 없었다. 장그래 캐릭터 역시 전무후무하다"면서 "드라마가 잘되면 전국민적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웹툰이나 드라마할 것 없이, 장그래는 그 자체만으로도 비정규직을 상징하는 인물이 됐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드라마가 끝나면 캐릭터는 힘이 없어지기 마련인데 이 때문에 장그래는 여전히 독보적인 활용 포인트를 가지고 있다. 당연히 정부나 노동계나 장그래 이미지를 가져가고 싶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ywj201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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