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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신' 김성근 "내 모든 명예와 행복은 야구장에"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 다룬 다큐 '파울볼'로 영화 관객과 만나

2015-03-17 06:00

16일오후서울행당동왕십리CGV에서열린영화‘파울볼’언론시사회에참석한프로야구한화이글스김성근감독이인사말하고있다.(사진=황진환기자)
16일오후서울행당동왕십리CGV에서열린영화‘파울볼’언론시사회에참석한프로야구한화이글스김성근감독이인사말하고있다.(사진=황진환기자)
흔히들 "야구는 9회말 투아웃부터"라고 말한다. 극적인 홈런 등으로 언제든 승부가 뒤집힐 수도 있는 야구의 특징을 오롯이 나타낸 표현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인생을 야구에 빚댄 말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타석에 서서 공을 노려보는 선수처럼, 한 순간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끈기와 집념으로 인생이라는 승부를 뒤집고 싶다는 바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다음달 2일 개봉에 앞서 16일 서울 행당동 CGV 왕십리점에서 열린 언론 시사를 통해 첫 공개된 영화 '파울볼'(감독 조정래 김보경·제작 티피에스컴퍼니)이 그렇다.

이 영화는 2011년 9월 15일 언론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창단할 당시부터 2014년 9월 11일 갑작스레 해체될 때까지, 국내 첫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의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1093일을 담고 있다.

패자부활전을 노리고 다시 한 번 커다란 용기를 낸 고양 원더스 선수들은 저마다 인생을 대하는 진지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이날 언론 시사 뒤 열린 기자 간담회에는 고양 원더스의 감독을 역임한 뒤 지금은 프로야구단 한화 이글스의 새 사령탑으로 취임한 '야신' 김성근(72) 감독이 함께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 줬다.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김 감독의 답변을 재구성했다.

▶ 영화 개봉을 앞둔 소감은.

= 영화가 완성돼 반갑고 고맙다. 기쁨이 100배다. 인생은 순간 순간의 쌓아올림이다. 순간의 승부로 자기 길을 찾아가고 결국에는 이르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영화는 도전의 기회가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본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야구에, 세상에 어필할 수 있는 것을 느꼈으면 한다.

▶ 인생과 야구, 영화의 닮은점을 꼽는다면.

= 진실이 있다는 것이다. 그 속에는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요한 기본이 있다. 야구 속에는 자기가 가진 신념을 바탕으로 해내겠다는 인생이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역시 거짓이 없다. 거짓이 없는 곳에 길이 있다. 인생, 야구, 영화 모두 같다고 본다.

인생이든 야구든 실패는 항상 붙어 다닌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영화 파울볼도 1년 전에는 없어질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좋은 작품이 나왔다. 실패하더라도 다시 할 수 있는 기회가 오는 것이다. 결국 인생은 시행착오의 연속일 뿐 실패는 아니다.

영화'파울볼'포스터
영화'파울볼'포스터
▶ 독립야구단 '연천 미라클'이 20일 공식 출범하는데.

= 독립야구단이 생기는 것은 대환영이다. 해보니 쉽지 않더라. 매해 생겨나는 800~900명의 야구 실업자들(한 해 1군과 2군을 합쳐 프로구단에 영입되는 신인선수는 82명 정도에 불과하다)에게 새로운 길이 생기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 하위팀 한화 이글스 감독으로 부임했는데, 올해 어떤 변화를 줄 건지.

= 항상 고민 중이다. (웃음) 열심히 하겠다.

▶ 앞서 한화 이글스 선수들과 오키나와에서 이 영화를 봤다고 했는데.

= 처음에는 혼자 봤다. '지금 상황이 굉장히 어렵다'는 생각에 몰입해 있을 때였다. 이 영화를 보면서 야구의 귀중함을 다시 한 번 느꼈고 활력소가 됐다.

그래서 선수들에게도 "야구가 얼마나 중요하고 귀중한지 느껴보라"면서 영화를 보여줬다. 당시 영화를 보면서 울던 친구도 있었는데, 많이들 느낀 것 같다. 다만 돈을 안 받고 보여 준 게 아쉽다. (웃음)

▶ 한해 800~900명의 야구 실업자가 생긴다. 고양 원더스에서 프로로 가지 못한 선수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우리나라는 뭐든 시작은 좋은데 끝이 없다. 공부하는 학생도, 운동하는 선수도 시작할 때 가졌던 의욕을 살릴 수 있는 길이 없다. 단 몇 명의 선수더라도 살릴 수 있는 길을 마련해 준 고양 원더스에게 감사하는 이유다.

프로 구단에 가는 게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자기 한계를 넘어서면서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것이 성공하는 길이다. 2012년 고양 원더스 선수들이 일본 전지훈련을 할 때 20㎏까지 몸무게가 빠진 선수도 있었다. 다른 선수들도 보통 10㎏ 이상씩 빠졌다. 프로에 가겠다는 집념이 있으니 한 선수도 낙오하지 않고 버틴 것이다.

인생의 한 순간에 스스로를 몰아치면 언제나 길이 생긴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은 아닐까. 야구를 하든, 안 하든 이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얻은 경험은 삶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고교 시절 재일교포 야구단으로 한국과 인연을 맺었는데.

= 1959년 대한민국에 처음 왔다. 야구가 없었으면 우리나라를 몰랐을 것이다. 야구를 하면서 한국이 내 조국이라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당시에는 재일교포들이 이북에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 가족도 가기로 돼 있었는데, 제가 재일교포 야구단으로 온 뒤에 만류했다. 만약에 야구를 하지 않고, 한국에 오지 않았다면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

영화'파울볼'의한장면.(사진=티피에스컴퍼니제공)
영화'파울볼'의한장면.(사진=티피에스컴퍼니제공)
▶ 야구 덕에 인생이 행복한가.

= 야구를 하면서, 감독 생활을 하면서 지겹다고 생각한 적 없다. 항상 새로운 움직임이 있다. 그 새로움으로 대체하는 것이 자극이고 즐거움이다.

지금 현재도 팀이 이렇다, 저렇다가 아니라 야구장에 서 있는 것 자체가 명예스럽고 즐겁고 행복하다.

▶ 어떤 스승이 좋은 스승이라고 여기나.

= 스승이라기 보다는, 선수들의 인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은 한다. 제 자식이 셋 있지만, 선수들의 인생을 걱정할 때가 더 많다.

무엇보다 부모 입장에서 선수를 대하려 한다. 지도자, 감독으로서 대하면 거리감이 생긴다. 24시간 선수들을 걱정하고 '어떻게 하면 이 애를 살릴 수 있나'를 고민하는 게 감독 아닐까.

거짓 없이 순수하게 선수들을 대하는 것이 지도자의 기본이라고 본다. 제가 덕 본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모든 것을 선수들에게 바치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산다.

모든 인생이 그렇지만, 잘못은 나에게 있고 잘한 것은 선수들에게 있다. 야구를 하면서 책임 전가를 한 적은 없다. 선수가 못하는 것은 내 지도방법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살고 있다.

▶ 영화 파울볼에 관객이 얼마나 들기를 바라는지.

= 한화 이글스의 홈구장인 대전구장에는 1만 4000명이 들어가는데, 영화 관객은 몇 명인지 계산이 안 된다. 야구장 같으면 계산이 될 텐데…. (웃음)

이 영화에는 기쁨, 눈물, 좌절을 품은 인생이 있다. 스스로 기적을 이뤄내는 선수들이 있다. 많은 분들에게 자기를 뒤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CBS노컷뉴스 이진욱 기자 jinu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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