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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각삼촌의 탈북청소년과 9년째 "앵벌이 우두머리 오해도 받았죠"

10명의 북한이탈청소년 돌보는 삼촌

2014-07-15 17:55

총각삼촌의 탈북청소년과 9년째 "앵벌이 우두머리 오해도 받았죠"
다큐멘터리 ‘우리가족’(감독 김도현)은 9년째 북한이탈청소년을 돌보고 있는 김태훈 씨(38)와 그를 삼촌이라고 부르며 동고동락하는 열명 아이들의 일상을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들의 법적 보호자이자 형, 친구, 엄마로서 살아온 그는 최근 노컷뉴스와 만나 “한 소년이 하룻밤만 같이 자달라는 부탁을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는 말로 놀라운 결과를 빚어낸 미약했던 시작을 돌이켰다.

그는 “두 식구로 시작해 숟가락을 하나 둘씩 얹다보니 열 식구가 됐다”며 “제가 감히 부모역할을 할 수도 없고 그냥 그들의 옆에 있어주려고 했다”고 했다.

옆에 있어주기. 이것이야 말로 생사를 고비를 넘고 낯선 땅에 입성해 마치 망망대해에 홀로 서있는 기분을 느꼈을 북한이탈청소년들에게 가장 절실한 도움이 아니었을까.

그 증거로 애들끼리 갈등이 없느냐는 질문에 김 씨는 “우리가족 찍을 때는 감독님이, 후반 작업할 때는 편집 감독님이 이 집 식구들은 갈등도 없느냐고 했는데, 정말 우리는 평화롭게 살고 있다”고 웃었다.

열명의 아이들이 김태훈 삼촌의 집으로 내려가 제사에 참석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부모님이 제 일을 완전히 인정해준 것은 2011년부터다. TV에 우리가족 이야기가 소개되면서 마음을 확 여셨다. 서로 왕래한 것은 2년 정도 됐다. 지금은 (김)원혁이가 대구 부모님 집에서 살고 있다. 부모님께 장사 일을 배우고 싶다면서 내려가 제 방을 쓰고 있다.”

북한인권문제에 특별한 관심이 있었나.

“없었다. 우연한 기회에 봉사활동을 하다 북한이탈청소년을 만났는데 첫만남에서 뭔가 울림이 왔다. 내가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건방진 생각이었다. 친구가 되어주는 거지. 한 2년간 봉사하다 2006년 (염)하룡을 만나면서 지금의 그룹홈에 이르게 됐다.”

열명이 아이들이 다 홀로 남겨진 아이들이었나?

“3명은 어머니만 계시는데 모자가 같이 살수 없는 상황이다. 하룡의 어머니께서도 북한이탈주민 교육기관인 하나원 퇴소를 앞두고 걱정이 컸다. 지방에서 일자리가 나서 아들과 떨어져 지낼 수 밖에 없었고, 하룡이가 혼자 있는 모습을 보고 차마 그냥 나둘수 없어서 같이 살게 됐다.”

두 가족이 점점 늘어 열 식구가 됐다.

"2007년 정릉에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을 얻었는데 애들이 늘어나자 경찰서에서 조사가 나왔다. 앵벌이시킨다고 의심을 받았는데 좀 슬펐다. 함께 사는 게 위법이래서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보호기관인 그룹홈으로 정식절차를 거쳐 법적 후견인이 됐다."

영화포스터에 보면 20kg쌀이 한 달이면 동난다고 나와있던데 가정경제는 어떻게 꾸리고 있나?

총각삼촌의 탈북청소년과 9년째 "앵벌이 우두머리 오해도 받았죠"
"그 쌀, 한 달도 안돼 동난다.(웃음) 후원을 받는 경우도 있는데 저는 지금까지 공공기관이나 사기업 사회공헌팀에서 진행하는 공모사업으로 해결해왔다. 매년 1월부터 3월까지 한 10군데 기획서를 보내는 식이다. 후원금은 지양한다. 후원을 받으면 집을 개방해야 하는데 집은 사적인 공간이잖나. 애들이 집에서 팬티바람으로 편하게 지내길 바란다."

애들끼리 갈등은 없나? 가훈이 있다면

"굳이 제가 나서서 조율할 필요가 없는 소소한 다툼만 간혹 있을 뿐 지극히 평범하다. 다들 애들끼리 안 싸우냐고 궁금해하는데 고맙게도 서로 크게 싸운 적이 없다. 가훈은 항상 당당하게 살라고 한다. 고향이 북한인 거 죄가 아니다. 떳떳하게 밝혀라. 너희들의 당당한 모습이 세상에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다, 너희들은 살아있는 교훈이 될 수도 있다고 얘기한다."

다큐멘터리 촬영을 허락하면서 감독께 당부한 점이 있다면

"그냥 있는 그대로 찍어달라고 했다. 사람들이 자꾸 북한이탈청소년을 어둡고 힘들고 불쌍한 존재로만 본다. 물론 탈북한 배경이나 과정 등에 초점을 맞추면 그렇겠지만 중요한 것은 애들이 그걸 이겨내고 잘 살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들의 건강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세상의 편협한 시선에 찬물을 끼얹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대다수가 북한출신임을 밝히지 않는다고 들었다.

"우리사회 분위기가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차별하기 때문이다. 다름을 인정하면 된다. 다르다고 차별하지 않고 차이를 인정하면 된다."

아이들을 돌보면서 30대를 보낸 덕분에 아직 미혼이다

"몇 년 전만해도 애들이 제가 결혼할까봐 불안해했다. 이제는 갈수 있으면 가라고 한다. KBS 드라마 ‘힘내요 미스터김’에서 김동완이 탈북청소년을 돌보는 총각 엄마로 나왔는데, 그가 선을 보러 나가자 아이들이 숨어서 쳐다보는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바로 우리가족의 일화였다. 작가가 갖다 쓴 것이다."

향후 계획은?

"사회적 기업과 대안학교를 구상하고 있다. 노동부 청년창업팀 4기로 선정돼 현재 설립준비단계다. 애들이 크면서 그들의 미래도 생각하게 됐고, 언제까지 공모사업으로 살수도 없어서 수입구조를 만들 필요성도 느꼈다. 강원도 철원으로 귀촌해 서비스업을 하려고 한다."

김 씨는 애들과 함께 자신 또한 성장했다고 했다. 어느새 훌쩍 큰 몇몇 애들은 벌써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상태로 열 중 셋은 벌써 진로를 정해 자립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김 씨는 "식구가 13명으로 늘었는데, 새 식구가 셋 들어오고 진로를 정한 셋이 집을 떠난 상태"라고 설명했다.

현재 요리에 관심있는 탁덕수는 기숙사가 딸린 직업학교에 진학했고, 이진철은 가족들과 교류하는 신부님께 농사일을 배우러 강원도 원통에 갔다. 원혁이는 앞서 밝혔듯 김씨의 본가에서 장사일을 배우고 있다.

그는 "(김)원일이는 그룹홈에 관심이 커서 곧 제 자리를 물려주고 전 사회적 기업으로 넘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9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너무 많아서 하나를 꼽을 수 없다. 늘 모든 게 좋다. 소소하게 작은 감동이 있다. 요즘 1인가구가 늘고 있는데 우리는 항상 애들로 북적거려서 좋다. 애들이 속정이 깊다." 85분, 전체관람가, 24일 개봉.
총각삼촌의 탈북청소년과 9년째 "앵벌이 우두머리 오해도 받았죠"


CBS노컷뉴스 신진아 기자 jashin@nocu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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