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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마라톤,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로 바뀌다

2026-04-14 10:31

 마라톤 해설가 김원식
마라톤 해설가 김원식
42.195km를 2시간 넘게 쉬지 않고 달리는 ‘마라톤’은 올림픽 육상경기의 꽃이자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는 종목이다. 최근에는 대한민국에 불어닥친 러닝 열풍으로 마라톤이 국민 스포츠가 되면서, 일반인들도 즐길 수 있게 경주 거리를 단축해 실시하거나 ‘수육런’, ‘빵빵런’, ‘무해런’처럼 다양한 체험 형태의 러닝 대회가 봄을 맞아 전국에서 열리고 있다.

오래전 마라톤은 지구력이 우선인 스포츠였는데, 최근 흐름은 기록 단축이 목표가 되면서 점점 스피드가 부족한 선수는 마지막 스퍼트 승부에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됐다. 그 예로 지난 3월 8일에는 ‘2028 하계올림픽’ 개최를 앞둔 미국에서 ‘LA 마라톤 대회’가 열렸는데 결승점에서 무려 0.01초의 초박빙 승부로 순위가 갈리는 극적인 장면이 연출돼 화제였다. 이 같은 사례는 마라톤 대회에서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9월 1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25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마라톤 경기 역시 역사적인 접전으로 기록됐다. 남자 마라톤에서는 알폰스 심부(탄자니아)가 아마날 페트로스(독일)를 불과 0.03초 차이로 제치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여자 마라톤에서는 페레스 제프치르(케냐)가 티그스트 아세파(에티오피아)를 불과 2초 차이로 따돌리고 우승하면서 남녀 경기 모두에서 극적인 결승 장면을 만들어냈다.

마라톤 역사에서 간발의 차로 메달의 색깔이 바뀐 경우는 더 있다. 2007년 ‘시카고 마라톤’ 남자 경기에서는 단 0.5초 차이로 승부가 갈려 사진 판독까지 동원되는 장면이 연출됐다. 또한 2008년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보스턴 마라톤’ 여자 경기에서도 불과 2초 차이로 우승자가 갈렸고, 2009년 대회에서는 역시 단 1초 차이로 1위와 2위가 결정되면서 당시 대회 역사상 가장 손에 땀을 쥐게 만든 결말로 기록되기도 했다.

이는 최근 우리나라 대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제106회 전국체전 남자 마라톤’에서는 1위 심종섭(한국전력공사)과 2위 한승현(충남도청) 두 선수가 마치 100m 결승 경기처럼 겨우 1초 차이로 박진감 넘치는 레이스를 마쳤다. 지난 4월 5일은 ‘2026 군산새만금마라톤대회’에서 1위 아이삭 킵케보이 투(케냐) 선수와 2위 킵케모이 킵프로노(케냐) 선수가 ‘국제부’ 남자 레이스에서 2시간 7분 15초로 대회 신기록을 세우며 1초 차이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돌이켜보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마라톤 영웅인 이봉주 역시도 간발의 차로 아쉽게 금메달을 놓친 경험이 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마라톤에서 조시아 투과니(남아공)에게 단 3초 뒤져 은메달을 차지했는데, 이는 올림픽 마라톤 역사상 손꼽히는 근소한 격차로 남아 있다.

짧은 거리로 승부를 보는 단거리 경주(100m, 200m 달리기)는 매우 근소한 차이로 순위가 결정되고 환경 변수인 바람의 영향까지 고려해 1백 분의 1초까지 공식 기록을 측정한다. 그러나 마라톤은 그렇지 않다. 전자 계측 도입으로 더 정밀한 기록 측정은 가능하지만, 현재까지도 초 단위 공식 기록을 사용하고 있다.

자신의 한계를 수없이 넘나들며 2시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42.195km를 달리는 마라톤 경기에서도 이제는 마지막 스피드와 스퍼트가 얼마나 중요한 승부 요소인지를 보여준다.

마라톤은 단순한 달리기가 아니라 42.195km라는 긴 여정을 통해 인간의 체력, 인내, 전략, 그리고 예측 불가능한 변수까지도 시험하는 극한의 스포츠다. 여기에 이제는 박진감 넘치게도 결승선을 통과하기 전까지 승패를 예측하기 어려운 경기가 되었다. 잘해오던 선두가 마지막 순간에 무너지고, 뒤처진 선수가 막판 스퍼트로 역전하는 장면은 그동안 놓쳐왔던 마라톤의 숨은 본질을 잘 보여준다. 조용한 인내 뒤에 숨은 끈질긴 열정을 말이다.

1947년 보스턴 마라톤에서 2시간 25분 39초의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한 제자인 서윤복 선수에게 ‘조국을 위해 달려라’ 했던 세계적인 대한민국 마라토너 손기정 옹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경기에서 스타디움에 들어와 마지막 스퍼트 100m를 12초대에 주파하며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었다.

우리나라 엘리트 선수들도 자신의 기록을 0.1초라도 앞당기기 위해 끝까지 사력을 다하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고 싶다.

[김원식 마라톤 해설가·전남 장성중 교사]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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