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우주는 데뷔 첫해였던 지난 시즌, 주로 구원 투수로 나서며 1군 무대 적응을 마쳤다. 시즌 막판 등판한 선발 경기에서 보여준 가능성은 그가 문동주의 뒤를 이을 확실한 선발 재목임을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2026년 시즌 구상은 다르다. 김경문 감독은 정우주를 필승조로 못 박을 것으로 보인다. 손혁 단장도 양수호가 김서현, 정우주와 함께 구위용 불펜 요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승혁과 김범수 등 기존 불펜 자원들의 이탈로 생긴 공백을 메우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설명이지만, 이는 투수 육성의 대원칙과는 거리가 멀다. 야구계의 오랜 격언 중 하나는 "재능 있는 파이어볼러는 선발로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문동주가 2023년 이닝 제한이라는 보호 장치 속에서도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돌며 경험을 쌓았기에 지금의 에이스가 될 수 있었듯, 정우주 역시 2년 차인 지금이 선발 투수로서의 스태미나와 경기 운영 능력을 체득할 최적기다. 현재 한화 선발진을 냉정하게 따져봤을 때, 구위 면에서 정우주를 압도할 수 있는 국내 투수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은 더욱 아쉬움을 남긴다. 78억 원의 거액을 들여 영입한 엄상백이나 성장 중인 황준서가 있다고는 하나, 정우주가 가진 '압도적 탈삼진 능력'은 선발진의 질적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핵심 열쇠다. 아시아쿼터 왕옌청은 물음표다.
매년 반복되는 '윈나우' 구호 아래 팀의 미래를 책임질 특급 유망주를 불펜 소모품으로 활용하는 것은 팀의 장기적 전력에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불펜 투수는 보직 특성상 등판 간격이 불규칙하고 투구 수 관리가 어려워 부상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반면 선발 투수는 체계적인 관리 속에 팀의 승수를 안정적으로 보장한다. 문동주는 되는데 정우주는 안 된다는 논리는 결국 당장의 1승에 급급해 대들보를 서까래로 쓰는 격이다. 왕옌청보다 정우주를 키워야한다는 말이다.
한화 팬들은 류현진, 문동주, 그리고 정우주로 이어지는 공포의 선발 트리오를 꿈꾼다. 김경문 감독의 '이기는 야구'가 단순히 불펜 돌려막기로 승리를 챙기는 것에 그치지 않으려면, 정우주라는 보검을 제자리에 놓는 결단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 선발 수업을 시작하지 않는다면, 과연 언제쯤 그가 풀타임 선발로 마운드에 서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인가.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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