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부터 박철순, 박찬호, 김병현 [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11062008280881091b55a0d5621122710579.jpg&nmt=19)
레전드 투수들이 젊은 투수들에게 던지는 말은 단순하면서도 무겁다. 평균 구속은 분명 빨라졌는데, 공은 더 쉽게 맞고, 투구 수는 늘어나고, 이닝 소화는 줄어들었다. 구속 경쟁 속에서 '공을 던진다(throwi ng)'와 '투구를 한다(pitching)'의 차이가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OB 베어스(두산) 레전드 박철순은 투수의 기본은 여전히 직구라고 말한다.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잡고, 그 위에서 변화구가 살아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KBO에서 직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안정적인 젊은 투수를 찾기란 쉽지 않다. 빠른 공은 있다. 하지만 스트라시크존에 넣는 능력과 상황별 활용 능력이 떨어진다.
최초의 한인 메이저리거 박찬호는 더 직설적이다. "150km 던지면 뭐하냐. 스트라이크를 못 던지는데." 지금의 KBO는 트랙맨 수치, 회전수, 구속이 강조되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카운트를 잡지 못하면 모든 것이 무의미해진다. 강속구는 투수를 만들어주는 도구가 아니라, 투구를 완성했을 때 의미가 생기는 재능이다.
메이저리그 한인 최초의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거머쥔 잠수함 투수 김병현은 "7~8회까지 던지는 투수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은 선발투수가 5회만 버텨도 '일을 했다'고 평가하는 시대다. 불펜 의존 야구는 투수의 역할을 쪼갰고, 선발투수는 경기 전체를 설계하는 존재가 아니라, 일정 구간만 책임지는 기계적 역할로 축소됐다.
한 젊은 투수는 시속 158km를 던지는 재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닝, 멘탈, 경기 운영 능력에서 흔들린다. 구단과 팬들은 그를 '미래'라 부르지만, 현재는 불확실하다. 재능은 분명하다. 하지만 프로에서 재능은 시작점이지 결과가 아니다.
문제는 단 한 명의 선수가 아니라 세대 전체라는 점이다. 고교-프로로 이어지는 육성 시스템은 구속을 만드는 법은 가르치지만 이닝을 관리하고 타자를 상대하는 법은 가르치지 못하고 있다. 다 던지기 전에 내려가고, 위기 상황은 불펜이 해결한다. 성장의 과정이 생략된다.
빠른 공은 시대가 준 선물이다. 하지만 투수는 결국 던지는 속도가 아니라, 던지는 의미로 평가된다. 지금 한국 야구가 잃어버린 것은 시속 1~2km가 아니라 투수의 본질 그 자체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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