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도영의 WBC 참가 논의는 단순한 국가대표 차출 문제가 아니다. 그의 이름 앞에는 이미 'MLB 진출 가능성'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내년 시즌이 '쇼케이스'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세계무대에서 기량을 증명한다면 주가를 높이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준비되지 않은 시점에서의 강행 출전은 1년 농사를 통째로 망칠 수도 있다.
그 경계선 위에 선 선수가 과거에도 있었다. 바로 '끝판왕' 오승환이다. 2017년, 세인트루이스 마무리로 뛰던 그는 대표팀 부름을 받아 WBC에 참가했다.
그러나 시즌 개막 이후 구속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제구 불안이 이어지며 부진의 늪에 빠졌다. 결국 오승환 스스로 "솔직히 WBC 후유증이 있었던 것 같다"고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대표 소집과 장거리 이동, 시차, 짧은 휴식이 모두 누적된 결과였다. 당시 오승환은 "핑계 삼고 싶진 않지만, 몸이 완벽하진 않았다"고 털어놨다. 결국 그 시즌 성적은 ERA 1.92에서 4.10으로 매우 나빠졌다. 대표팀의 자부심이 오히려 그해 커리어에 짙은 그림자를 남긴 셈이었다.
김도영의 경우, 체력적 소모가 훨씬 클 수 있다. 내야수이자 주루·수비를 병행하는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WBC는 3월 초, 시즌 준비의 한복판이다. KIA로서는 '국가대표 김도영'이라는 타이틀보다 '완성형 김도영'의 2026 시즌이 더 중요하다. 그만큼 구단이 대표팀 차출 여부를 놓고 고심할 이유는 충분하다.
물론 반대 논리도 존재한다. '진짜 스타는 세계무대에서 증명된다'는 것이다. 김도영이 WBC에서 보여줄 폭발적인 퍼포먼스는 곧 한국 야구의 위상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MLB 스카우트들의 눈앞에서, 그의 스피드와 장타력은 가장 강력한 자기소개서가 된다.
하지만 모든 '쇼케이스'는 리스크를 동반한다. 한 번의 타이밍, 한 번의 무리한 스윙, 한 번의 부상으로 한 시즌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 2017년의 오승환은 그 경고의 상징이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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