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통 올림픽은 하계올림픽과 동계올림픽으로 나눠서 말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4년마다 개최하는 올림픽의 정식 명칭은 ‘올림피아드 경기대회(Games of the Olympiad)’이다. 우리는 보통 올림픽을 ‘하계올림픽’이라고 부른다. 하계올림픽이라고 표기한 것은 일본에서 유래한 것이다.
하계올림픽이라는 말은 올림픽이 여름철에 열린데서 비롯됐다. 1896년 프랑스 쿠베르댕 남작에 의해 고대 그리스 올림픽을 재현하기 위해 제1회 올림픽이 그리스 아테네에서 개최됐다. 1924년 제8회 파리올림픽까지 올림픽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었으나 1928년부터 겨울 종목으로 열리는 올림픽이 새로 생기면서 이와 구별하기 위해 올림픽을 하계올림픽과 동계올림픽이라는 말로 나눠서 부르기 시작했다. 1928년 제9회 암스테르담 올림픽부터 개최 도시 상황에 따라 들쑥날쑥했던 개최시기를 7,8월로 조정함에 따라 하계올림픽이라는 말이 자리를 잡았다. 올림픽에 ‘하계’라는 말이 등장한 것은 1928년이후 일본 언론등에 의해서였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해방 후에도 하계올림픽, 동계올림픽이라는 말을 널리 사용해 왔다.
하지만 북한은 하계올림픽, 동계올림픽을 여름올림픽, 겨울올림픽으로 부른다. 이렇게 표현하는 이유는 언어 정책·이념·대중 친화성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1960년대 이후 ‘우리식 말 살리기’ 운동을 강하게 추진하며, 한자어보다 쉽고 직관적인 토박이말을 우선 사용하도록 했다. 하계를 여름, 동계를 겨울로 부른 것도 이런 정책의 일환이었다.
북한은 우리로 달리 언어를 사상 사업의 도구로 받아들였다. 중국과 일본 등에서도 국제 표준 번역어로 사용하는 ‘하계올림픽’, ‘동계올림픽’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쓰면 외래식 표현으로 판단했다. 북한이 하계올림픽을 여름올림픽 등으로 부르는 것은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외래·한자식 표현을 줄이고, 조선말을 살리며, 누구나 알아듣게 하려는 정책적 언어 선택인 것이다. 이 같은 언어정책은 스포츠뿐 아니라 행정·과학·일상 전반에 걸쳐 관철됐다.
특히 북한은 교육 수준이 지역마다 차이가 커 간단한 말로 즉시 뜻이 통하는 표현을 선호했다. 하계, 동계라는 말은 문자 해독이 어려운 주민에게 낯설 수 있으나, 여름과 겨울은 어린이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0년부터 동아일보 등에서 평창 올림픽을 유치하는 움직임을 다루는 기사 등에서 동계올림픽 대신 순우리말인 겨울을 써서 겨울올림픽이라고 쓰기 시작했으며, 이후 중앙일보와 방송 등이 동아일보를 따라가는 모습이다. 동아일보 등은 2012년 런던올림픽부터 하계올림픽이라는 말 대신 여름올림픽으로 표기하고 있다. 동,하계올림픽이라는 말이 일제 잔재라는 이유 때문이다. (본 코너 668회 ‘‘하계올림픽’을 ‘여름올림픽’으로 말해야 하는 이유‘ 참조)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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