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18(목)

스포츠

[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548] 근대5종에서 왜 펜싱 '에페'를 할까

2025-09-18 04:10

 2024 파리 올림픽 근대5종 남자 펜싱 랭킹라운드에서 전웅태가 이집트 선수와의 대결에서 득점한 뒤 환호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4 파리 올림픽 근대5종 남자 펜싱 랭킹라운드에서 전웅태가 이집트 선수와의 대결에서 득점한 뒤 환호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근대5종에서 펜싱 에페를 세부종목으로 운영하는 이유는 단순히 스포츠 경기 차원을 넘어, 종목의 역사적 기원과 철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근대5종은 1912년 스웨덴 스톡홀름 올림픽에서 쿠베르탱 남작이 고안한 경기이다. 한 명의 군인이 적진을 돌파하며 다양한 상황을 헤쳐 나가는 능력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래서 각 종목은 군인의 이상적인 능력을 반영한다. (본 코너 1541회 ‘근대5종은 왜 5개 종목을 하나’ 참조)

펜싱 에페는 군인이 칼(검술)을 다뤄야 하는 능력을 상징한다. 구글 검색에 따르면 프랑스어 ‘épée’는 검이라는 뜻이다. 라틴어 ‘Spatha’가 어원이며, 고대 프랑스어 ‘Espe’를 거쳐 1889년 작은 검이라는 의미로 쓴 ‘épée de combat’ 에서 차용돼 현재에 이른다. 영어로는 ‘epee’라고 쓴다.
우리나라 언론은 처음에는 에뻬라고 쓰다가 에페로 바꿔서 썼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 따르면 경향신문 1961101일자 휀싱競技(경기) () 끝에 精神統一三銃士(정신통일삼총사)劒豪(검호)마냥 날씬 異國情緖(이국정서) 넘치는 護身術(호신술)’ 기사에서 에뻬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다. 경향신문 1965723일자 外国語大(외국어대)3年連覇(연연패) 에페기사에선 에페라는 말로 바꿔 보도했다.

19세기 유럽 군대에서는 장교가 펜싱을 필수 교양으로 배웠다. 따라서 펜싱은 군인으로서의 품위와 실력을 상징하는 종목이기도 했다. 펜싱은 종목 마다 검의 종류가 다르고, 공격부위도 다르다. 에페 검의 길이는 110cm 이하로 보통 90cm이며, 무게는 770g 이내이다. 검 단면은 삼각형이다. 에페만 상대 선수의 전신을 모두 공격할 수 있다. 사브르나 플뢰레 종목에서는 공격 부위가 한정적이다. 공격권 방어권 없이 먼저 누가 찔렀느냐에 따라 득점이 인정된다. 에페 종목은 상대방의 몸 어느 부위나 관계없이 검 끝으로 찌르면 득점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스텝 밟으면서 앞으로 왔다 뒤로 왔다 하면서 상반신과 하반신 다 노리는 종목이라고 보면 된다. (본 코너 1153왜 에페라고 말할까참조)


근대5종에서 펜싱 에페 종목은 일대일 라운드 로빈(모든 선수와 맞대결)으로 경기를 가지며 보너스 라운드를 하는 경우도 있다. 한 경기당 최대 1분, 선수가 먼저 1점을 따면 즉시 종료되며, 보너스 라운드는 토너먼트 형식으로 이뤄지고 승리할 때마다 추가 점수를 획득한다.

근대5종에서 펜싱은 단순히 군사 기술의 상징을 넘어, 심리전과 전략 게임으로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특히 라운드 로빈 방식으로 모든 선수와 맞붙기 때문에, 체력뿐 아니라 경기 운영 능력·멘탈 관리 능력도 시험할 수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쇼!이슈

마니아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