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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525] 로프와 자일은 어떻게 다른가

2025-08-26 07:38

 로프를 몸에 차고 스포츠클라이밍을 하는 국내 간판 서채현
로프를 몸에 차고 스포츠클라이밍을 하는 국내 간판 서채현
한국에서 ‘로프(Rope)’와 ‘자일(Seil)’은 공통적으로 ‘등반용 줄’을 뜻한다. 하지만 어원·사용 시기,·현재의 쓰임새 등에서 차이가 있다. 기본적으로 ‘Rope’는 영어, ‘Seil’은 독일어로 어원이 다르다.

한국의 등산·등반 관련 블로그나 용어 정리 자료들을 보면 2000년대 이전부터 로프라는 용어가 널리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등산·등반 용어 모음에서 로프는 등반이나 하강 시 필수적인 줄이라는 설명이 확인된다. 영어 ‘Rope’는 게르만어 계통인 고대 노르드어 ‘Reip’, 독일어 ‘Reif’에 뿌리를 두고 있다. 공통적으로 꼬아 만들 줄, 밧줄을 뜻한다. 어근은 ‘묶다, 꼬다’라는 뜻을 가진 인도유럽조어 ‘Reip’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영어 ‘Rāp’로 넘어와 현대 영어로 사용하게 됐다. 로프라는 말 자체가 ‘꼬아 만든 줄’을 의미하기 때문에, 바다에서 배를 매거나, 농업에서 짐을 묶거나, 그리고 스포츠클라이밍에서 추락 방지용으로 쓰이는 줄에도 자연스럽게 적용됐다.

스포츠클라이밍에서 로프라는 말을 쓰게 된 것은 전통적 산악용어를 그대로 이어간 결과이다. 스포츠클라이밍 로프는 단순 줄이 아니라, 충격을 흡수하고 버틸 수 있도록 나일론·케블라 같은 합성섬유를 꼬아 만든 동적 줄이다. 국제 스포츠클라이밍(IFSC) 규정이나 장비 산업에서도 'Rope'라는 영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한다.


스포츠 용어로 ‘rope’는 야구에서 빠르고 낮게, 직선에 가깝게 날아가는 타구를 의미하기도 한다. 미국 폴 딕슨 야구용어사전에 따르면 투수·내야수·외야수 쪽으로 쭉 뻗듯이 직선으로 날아가는 공을 ‘rope’라고 설명한다. 일종의 ‘line drive’ 타구이다.

우리나라에선 한때 로프라는 말과 함께 독일어 ‘자일(Seil)’도 함께 사용했다. 과거 한때 두 단어가 함께 소개됐는데, ‘로프’라는 외래어 표현이 점차 보편화됐다. 독일어 ‘Seil’은 ‘밧줄, 줄’이라는 뜻이다. 이 단어는 1960~80년대 한국 등산문화가 일본과 독일 등 유럽 산악 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으면서 도입됐다. 특히 한국 초기 등반 교재나 일본을 거쳐 들어온 번역서에서 독일어 기반 용어들이 많이 소개됐다. 1970~90년대 등반 서적, 산악회 활동에서 자주 사용했다. 한국 산악인 1세대에게는 익숙한 용어이다. 지금도 일부 산악인들은 관습적으로 "자일 잡아라"라고 말한다. 이 표현은 단순히 등반용 줄을 잡으라는 뜻을 넘어, 산악인들 사이에서 여러 함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추락하지 않도록 로프를 꼭 잡으라는 뜻으로 안전을 확보라하는 것이다. 실제 산악회, 클럽 등반에서는 신입이나 후배에게 선배들이 “자일 잡아라!” 하며 경각심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일종의 산악계 은어·관용구로 자리 잡았던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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