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공은 시간이 흘러도 꺾이지 않았다.
강속구보다 더 무서웠던 것은, 마운드를 떠나는 그의 뒷모습이었다.
오승환.
수많은 별들이 스쳐 간 KBO 리그의 역사 속에서 그 이름은 단 한 번도 가벼웠던 적이 없다.
끝판왕.
그 별명 하나로, 그는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마운드에 섰고,
마지막 공은 여전히 그의 방식대로 꽂혔다.
돌이켜 보면, 그가 지켜온 건 승리보다 더 깊었다. 팀의 자존심, 팬들의 믿음, 그리고 한국 야구의 자부심이었다. 그 모든 것을 움켜쥐고 그는 던졌다. 끝이라는 말조차, 그의 투혼 앞에선 한없이 초라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그의 마지막 투구는 공이 아니었다. 그건 ‘시간’이었다. 그가 던진 마지막 공이 가른 건 단순한 스트라이크 존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추억이었다.
우린 기억할 것이다. 그가 마운드에 오르던 밤의 함성을. 그가 세이브를 기록하던 순간의 전율을. 그리고, 그가 마운드를 내려오던 그날의 침묵을.
오승환은 떠나지만, '끝판왕'은 영원하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