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뤼디거는 23일 오전(현지시간 22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샬럿 뱅크 오브 아메리카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파추카(멕시코)와의 클럽 월드컵 H조 2차전 막판에 교체 투입됐다.
후반 추가시간 중 뤼디거가 파추카 수비수 구스타보 카브랄로부터 파울을 유도한 직후 문제가 시작됐다. 카브랄이 흥분한 상태로 뭔가를 말하자 뤼디거가 격분하며 두 선수 간 강한 충돌이 벌어졌다.
브라질 출신 주심 라몬 아바티는 즉시 팔로 'X'자를 그려 보이며 인종차별 프로토콜 개시를 알렸다. 이는 인종차별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주심이 이를 인지하고 절차에 따라 처리 중임을 표시하는 제스처다.
두 선수는 경기 종료까지 계속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경기 후 사비 알론소 레알 마드리드 감독은 뤼디거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알론소 감독은 "뤼디거가 우리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우리는 그를 전적으로 지지하며, 앞으로의 진행 과정을 지켜볼 것이다. 인종차별 프로토콜이 가동된 만큼 FIFA가 이 사건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런 문제에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축구장에서 이런 일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 뤼디거가 그렇게 말했고, 우리는 그를 믿는다"고 강조했다.
반면 카브랄은 인종차별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아르헨티나 출신인 카브랄은 경기 후 기자들과 만나 "인종차별 의도는 전혀 없었다. 아르헨티나에서 사용하는 표현으로 '망할 겁쟁이'라고 말했을 뿐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없었다. 인종차별적 의도는 없는 말이다. 겁쟁이는 단순히 겁쟁이라는 뜻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4월 무릎 부상으로 장기 이탈했던 뤼디거는 이날 약 2개월 만에 복귀전을 가졌다.
레알 마드리드는 이날 경기에서 3-1로 파추카를 격파하며 대회 첫 승을 올렸다.
인종차별 프로토콜은 FIFA가 지난해 가을 총회에서 승인해 전 세계적으로 시행 중인 제도다. 심판이 X자 표시를 하면 3단계 절차가 진행된다. 1단계는 문제 발언이 멈출 때까지 경기를 일시 중단하는 것이며, 2단계는 경기 중단, 3단계는 몰수패 등의 조치가 가능하다.
[전슬찬 마니아타임즈 기자 / sc3117@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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