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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773] 육상에서 ‘파울(Foul)’과 ‘실격(Disqualified)’은 어떻게 다른가

2022-08-15 07:33

은퇴한 육상 100m 세계기록 보유자 우사인 볼트도 현역 시절 긴장감 때문에 출발선에서 파울을 범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사진은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부정출발하는 볼트. [연합뉴스 자료사진]
은퇴한 육상 100m 세계기록 보유자 우사인 볼트도 현역 시절 긴장감 때문에 출발선에서 파울을 범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사진은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부정출발하는 볼트. [연합뉴스 자료사진]
육상은 기록을 다투는 종목이다. 하지만 기록을 세우려면 규정에 따라 경기를 해야 한다. 만약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벌칙이 주어진다. 기록 대신에 붙는 대표적인 벌칙 용어는 ‘파울(Foul)’과 ‘실격(Disqualified)’이다. 파울과 실격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파울이 누적되면 실격하기 때문이다.

파울(Foul)이라는 말은 원래 안 좋다는 의미이다. 인터넷 용어사전 위키너리에 따르면 고대 게르만어 ‘Fulaz’가 어원이다. 고대 영어 ‘’Ful’을 거쳐 중세 영어부터 현재와 같은 단어로 정착했다. 스포츠 용어로 불공평하거나 관습에 반하는 행위라는 의미로 쓰인 것은 15세기 부터였다. 1797년 처음 기록상으로 파울이라는 말이 스포츠에 등장했다. 미국 야구에서 보편적인 용어로 파울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1845년 야구 창시자 알렉산더 카트라이트(1820-1892)가 뉴욕에서 세계 최초의 야구팀인 닉커보커스를 창단하고 니커보커 규칙을 만들 때부터 등장했다. 파울이라는 말은 타자가 친 공이 경기장 내외야를 벗어나는 것을 의미했다. (본 코너 435회 ‘파울(Foul)과 바이얼레이션(Violation)은 어떻게 다른가’ 참조)

파울은 스포츠 종목에 따라 적용하는 기준과 의미가 많이 다르다. 불공정하거나 불법적인 행위라는 의미를 갖지만 실제 적용에선 차이가 많다. 축구와 농구에서 파울은 세부 규정에 따라 벌칙에 부과된다. 야구에서 파울은 볼을 여러 번 쳐도 별 상관이 없다.

육상에서 파울은 트랙과 필드 종목에서 달리 적용한다. 트랙에서 다른 선수를 방해하거나 경기 도중 레인 이나 트랙을 벗어나게 되면, 선수나 릴레이 팀 전체가 자격을 박탈당한다. 만약 부정 출발로 인한 파울이라면 처음부터 다시 경기를 진행한다. 필드 경기에서 창이나 포환을 던지는 지점이나 점프를 도와주는 도약판에서 벗어나는 행위를 파울로 처리한다.

실격은 규정된 규칙을 위반할 때 경기자로서의 자격을 상실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 중국, 일본 등에서 쓰는 한자어로 ‘잃을 실(失)’과 ‘격식 격(格)’을 써서 자격을 잃는다는 뜻이다. 영어 ‘Disqualified’를 번역한 말이다. 이는 멀어진다는 의미인 접두사 ‘dis’와 자격을 갖춘다는 의미인 ‘qualified’가 합쳐진 것으로 자격에서 멀어졌다는 것이다.

육상에서 파울과 관련해서 기록 대신에 붙는 용어들이 있다. ‘DNS(Did Not Start)’는 시작기록이 없다는 뜻이다, 무기록, 주어진 도전기회에서 모두 실패한 경우일 때 쓴다. ‘DNF(Did Not Finish)’는 종료기록 없음을 말한다. 경기 도중 포기한 경우일 때 사용한다. ‘DSQ (DisQualified)’는 실격을 의미한다. ‘NM (No Mark)’는 기록 없음을 나타낸다. 필드경기에 참가는 했지만 첫 시기에서 모두 파울인 경우에 이 말을 쓴다.

영국의 세계적인 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작품의 하나인 ‘맥베스’ 1막 3장에 전투에서 승리한 맥베스가 “ 이제껏 본 적 없는 나쁘고도 좋은 날이다(So foul and fair a day I have not seen)”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이는 폭풍우가 쳐서 날씨는 나쁘지만(foul), 전투에서 이긴 것은 좋다(fair)는 뜻이다. 이전에 등장한 마녀들의 대사, “좋은 것은 나쁜 것이고 나쁜 것은 좋은 것이다(Fair is foul, and foul is fair)”와 연결되어 작품 전개의 중요한 장치 역할을 한다.

파울도 선의로 이용하면 페어로 만들 수 있다. 야구에서 페어볼이 그렇고, 육상에서 1-2번의 파울 뒤에 신기록을 세우는 경우도 있다. 실격만 당하지 않는다면 파울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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