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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607] 태권도서 왜 ‘밤주먹’이라 말할까

2022-01-19 11:28

태권도 사범이 손 공격기술인 밤주먹지르기를 시범보이고 있다.  [이동희 실전태권도 동영상 캡처]
태권도 사범이 손 공격기술인 밤주먹지르기를 시범보이고 있다. [이동희 실전태권도 동영상 캡처]
태권도 손 공격기술의 하나로 사용하는 밤주먹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먹는 밤(栗)처럼 생겨서 붙여진 것으로 알았다. 국기원에서 발간한 태권도 용어사전에는 밤주먹은 꿀밤을 먹일 때처럼 검지나 중지를 튀어나오게 해서 주먹을 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밤주먹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꿀밤의 의미를 잘 알아야 할 것이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꿀밤은 주먹 끝으로 가볍게 머리를 때리는 것이다. 잘못을 저지른 아이에게 구부린 손가락 마디 끝으로 머리를 쥐어박는 행위를 ‘꿀밤을 먹이다’ ‘꿀밤을 주다’라고 표현한다. 2019년 5월31일 문화일보에 연재된 조항범 충북대 국문과 교수의 어원이야기 ‘꿀밤’에서 ‘ ‘꿀밤’은 ‘굴밤’에서 온 말이며, ‘굴밤’은 ‘졸참나무의 열매’를 가리킨다. 곧 ‘굴밤’은 ‘도토리’의 일종인 것이다. ‘졸참나무의 열매’가 ‘굴밤’이어서 ‘졸참나무’를 ‘굴밤나무’라고도 한다. ‘굴밤’의 ‘굴’은 ‘밤(栗)’을 뜻하는 일본어 ‘kuri’와 어원적으로 관계가 있어 보이나 확신할 수는 없다. 반면 ‘밤’은 ‘栗’의 뜻인 것이 분명하다. ‘굴참나무’에 달리는 도토리가 밤톨처럼 크게 생겼기 때문이다. ‘굴밤’은 일부 지역에서 어두음이 된소리로 바뀐 ‘꿀밤’으로 나타난다. 방언형인 ‘꿀밤’이 ‘굴밤’과 함께 1920년대 이후 신문 기사에 나타나는 것을 보면, 한때 중앙어에서 두 단어가 졸참나무의 열매 이름으로 함께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국어대사전’(1961)이후 사전에서는 ‘꿀밤’을 ‘굴밤’의 방언형으로 기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꿀밤’은 ‘먹이다, 주다’ 등과 어울려 나타나면서 의미 변화가 일어나면서 ‘꿀밤을 먹이다’ ‘꿀밤을 주다’와 같은 표현 속의 ‘꿀밤’은 ‘졸참나무의 열매’가 아니라 ‘주먹 끝이나 살짝 더 튀어나오게 한 중지(中指)’를 뜻하게 됐다고 한다. ‘꿀밤’에 이런 의미가 생겨난 것은 머리를 쥐어박기 위해 취한 주먹이나 손가락의 모양새가 ‘졸참나무’의 열매인 ‘꿀밤’과 닮아서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꿀밤’은 ‘꿀밤을 먹이다’ ‘꿀밤을 주다’가 갖는 행위적 의미에 영향을 받아 다시 ‘주먹 끝이나 구부린 중지로 가볍게 머리를 때리는 짓’이라는 행위적 의미로 변하게 된 것이다.
태권도에서 밤주먹은 ‘꿀밤’에서 ‘꿀’자를 빼고 쓴 말인 것으로 보인다. 2009년 태권도 용어 정립을 위한 TF 정기회의 결과보고회에서 ‘솟음주먹’을 이전 용어인 ‘밤주먹’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밤주먹은 한국, 중국, 일본 등 한자어권에서 무술용어로 쓰는 중지일본권(中指一本拳)이라는 말과 의미적으로 똑같다. 주먹을 쥔 상태에서 가운뎃손가락의 관절부분을 밀어 올리듯이 돌출시킨 주먹이라는 뜻이다. 정확한 모양은 주먹을 쥐고 엄지에 힘을 주며 십지 및 중지를 감싸고, 중지의 관절 뼈 혹은 십지의 관절 뼈를 약간 치켜 세우는 것이다.

밤주먹의 특징은 한점에 타격이 모이는 만큼 강하고 날카롭게 상대를 공격할 수 있다. 주로 인중, 관자놀이, 턱 안쪽 급소와 늑골 틈새 등의 오목한 곳을 노린다. 중지 대신 검지를 세우기도 하는데 이때에는 집게 밤주먹이라고 말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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