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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564] 왜 태권도 용어는 한국어를 사용할까

2021-11-27 08:54

로마 교황청의 바티칸 시국이 세계태권도연맹(WT)의 211번째 회원국이 됐다. 사진은 태권도 시범단이 교황청에서 시범을 하는 모습 [세계태권도연맹 제공]
로마 교황청의 바티칸 시국이 세계태권도연맹(WT)의 211번째 회원국이 됐다. 사진은 태권도 시범단이 교황청에서 시범을 하는 모습 [세계태권도연맹 제공]
태권도 용어는 모두 한국어로 돼 있다. 세계태권도연맹(WT)과 국제태권도연맹(ITF)은 모두 기술 용어나 경기용어를 한국어로 쓴다. 태권도가 한국어 용어를 쓰는 것은 태권도가 한국에서 창안됐기 때문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태권도가 세계적인 종목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점을 고려한다면 태권도 용어의 한국화는 간단히 볼 문제는 아니다.

대개 전문용어들은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며 오랜 시간을 통해 탄생한다. 예를들어 과학자들은 주로 라틴어로 된 용어들을 많이 사용한다. 과학(科學)을 뜻하는 영어 단어 ‘science’는 지식이라는 뜻의 라틴어 ‘scientia’에서 유래됐다. 접두어 ‘scio-’는 안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로 ‘분별하다’, ‘구분하다’라는 뜻의 인도-유럽어에 뿌리를 두고 있다. ‘science’를 한자어로 ‘과학(科學)’이라고 한 것은 구분하다는 뜻인 ‘과목 과(科)’자와 ‘배울 학(學)’자의 합성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계통된 조직을 가진 학문이라는 뜻이다.

스포츠 종목도 쓰는 용어들은 종목을 탄생시킨 국가나 지역 언어를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펜싱은 프랑스어로, 야구는 영어로 돼 있다. 일본에서 탄생해 세계화에 성공한 유도는 국제경기에서 모두 일본어를 쓴다. 유도라는 말 자체가 한자어 ‘柔道’를 쓴다. ‘부드러울 유(柔)’자와 ‘길 도(道)’자를 합성한 유도는 일본의 전통적인 무술로 상대편의 공격에 반항하지 않고 그 힘을 역이용해 상대편을 넘긴다는 뜻이 담겼다.

전 세계 200여개국에서 7천만명 이상이 수련하는 태권도는 연습을 하거나 경기에서 모두 한국어를 쓴다. 세계 태권도인들은 다양한 인종, 언어, 종교를 갖고 있지만 일반적인 태권도 용어로 한국어를 쓰면서 태권도 기술과 정신을 배운다.

태권도가 세계어로 한국어를 채택하게 된 것은 초창기 태권도인들의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 WTF(WT의 예전 명칭) 김운용 총재, ITF 최홍희 총재 등 두 사람이 태권도의 세계화를 위해 1960-70년대부터 태권도 사범을 각 국에 파견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며 태권도 용어의 한국화에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태권도는 모든 준비동작에서부터 자세, 경기 용어까지 한국어를 사용한다. '차려', '경례', '준비', '국기에 대한 경례'에서부터 '하나' '둘' 등 숫자를 세는 것도 한국어를 쓴다. 경기 중에는 '시작', '그쳐' 등으로 순 우리말을 사용한다.

WTF와 국기원은 2010년 태권도의 ‘국어사전격’이라고 할 수 있는 ‘WTF태권도용어정보사전과 영문판 태권도 교본 ‘글로벌 태권도’을 잇달아 출간했다. 이경명 편찬위원장 외 8명의 편집위원이 집필한 WTF태권도용어정보사전은 태권도 정보를 이용하는데 기본적인 ‘개념 600단어’를 선정해 뜻풀이를 한 것이다.
WTF태권도용어정보사전은 겨루기, 관장, 기본 등의 아주 기초적인 태권도 동작을 표현하는 모든 단어들이 ㄱ에서 ㅎ까지 표제어 배열순으로 망라 되어 있다. 또한 IOC, TPF, WTF 등의 여러 외국어 표기들을 A에서 Z까지 부록 형식으로 수록했다. 이어 찾아보기, 분야별(인명, 약어) 찾아보기 등으로 나누어져 있다.

외국인을 위한 맞춤형 ‘글로벌태권도 영문판(GLOBAL TAEKWONDO ENGLISH TEXT BOOK)’은 제1장 태권도 창건사, 제2장 태권도품새, 제3장 주심 수신호 및 접골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도복과 품새동작 순서를 정반대 방향에서 촬영해 외국인들에게 태권도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교본을 손에 들고 품새동작 순서에 따라 연습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은 학습 인지능력 향상에 큰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많이 나와 있다. 태권도를 한국어로 배우는 것도 두뇌에 아주 좋은 방법이라는 태권도 연구 결과도 나왔다. 태권도 수련을 통해 한국어도 배우고 뇌 운동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부터 올림픽 정식종목이 된 태권도는 한국어를 통해 세계화에 성공했으며 세계에서 한국을 알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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