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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466] 서브(Serve)는 본래 스포츠를 즐기는 마음이 담긴 말이다

2021-08-16 08:07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에서 가장 강력한 스파이크 서브를 구사했던 세계최고의 공격수 세르비아 키야나 보스코비치. [FIVB 홈페이지 캡처]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에서 가장 강력한 스파이크 서브를 구사했던 세계최고의 공격수 세르비아 키야나 보스코비치. [FIVB 홈페이지 캡처]
배구에서 서브(Serve)가 공격적인 개념으로 자리잡은 지 꽤 오래됐다. 고속도로 자동차 제한 속도를 넘는 시속 120km이상으로 날아가는 스파이크 서브는 치명적인 위력을 갖는다. 서브를 받는 수비수들은 눈 한번 깜짝도 하기 전에 볼이 코트 바닥에 떨어져 당하고 만다. 상대 코트에 빠르게 꽂히는 호쾌한 서브 에이스의 매력에 흠뻑 빠져 배구를 좋아하는 팬들도 많다.

하지만 원래 서브의 의미는 말 그대로 서비스(Service)에 어원을 두고 있다. 경기를 시작하기 위해 상대에 볼을 넘겨주는 것이 서브의 목적이었다. 식사와 음료를 전달하는 웨이터처럼 순순히 볼을 상대 공격수들에게 던져 주는 것이었다. 서브라는 말은 먼저 테니스에서 만들어졌으며 야구를 거쳐 배구에서 사용하게 됐다. 탁구, 배드민턴도 같은 의미로 서브라는 말을 쓴다. 서브의 원 뜻은 그냥 던진다는 의미였다. 초창기 야구에선 서브를 던진다는 'Pitch'와 같은 의미로 사용했다.

원래 서브라는 말은 18세기 프랑스 혁명이전 테니스의 전신인 ‘죄드폼(Jeu de paume)’에서 먼저 썼던 것으로 알려졌다. ‘죄드폼’은 왕후 귀족이나 상류층 사람들이 즐겼던 놀이로 2명의 플레이어의 중간에서 하인이 치기 쉽게 첫 번째 공을 코트에 던지는 것으로 게임이 시작하는 경기방식이었다. 첫 번째 던지는 공을 서브, 또는 서비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말은 주인에 대한 하인의 행위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영어에서 하인을 ‘Servant’라고 말하는 것도 같은 유래를 갖는다.

인터넷 용어사전 메리언 웹스터에 따르면 서브는 노예를 뜻하는 라틴어 ‘Servire’에 어원을 두고 고대 프랑스어 ‘Servir’을 거쳐 13세기 영어로 들어와 16세기부터 던진다는 의미로 사용했다.

랠리포인트제 이전인 1990년대 중반까지 사이드 아웃제를 시행하던 시절에 서브는 그 어원의 의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서브권이 있는 팀만 득점을 할 수 있었다. 서브는 그냥 공격권을 넘겨주는 것이었다. 서브한 볼이 네트 상단부에 맞을 경우 상대 코트에 떨어지더라도 득점을 인정하지 않고 범실로 처리해 서브권을 넘겨줘야 했다. 따라서 당시는 공격적인 서브보다 범실을 줄이는 안전 서브가 주류를 이룰 수 밖에 없었다. 이는 배구 여러 기술 가운데 서브 진화가 늦어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사이드아웃제에서도 강력한 서브를 넣으며 서브의 변화를 시도하는 일이 있었다. 하지만 성공률이 높지 않아 일방적으로 경기를 앞서 나갈 때 정도가 아니면 공격적인 서브를 하는 것을 제한하는 분위기였다.

랠리포인트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서브를 대하는 인식이 크게 달라졌다. 서브는 공격적인 수단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주심의 호각 신호와 함께 8초 이내에 해야하는 서브의 강도와 파워가 강력해졌다.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서브를 성공시켜 득점을 많이 올리느냐가 승부의 중요한 변수가 됐기 때문이었다.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3·4위전에서 한국을 3-0으로 완파한 세르비아의 키야나 보스코비치는 큰 키를 활용한 강력한 스파이크 서브로 한국 수비진을 크게 흔들었다. 세계 최고의 왼손잡이 공격수인 보스코비치의 서브는 웬만한 남자 선수의 파워에 결코 뒤지지 않는 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미국 여자팀을 우승으로 이끈 카치 키랄리 감독은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소련을 꺾고 우승을 차지할 때 강력한 서브를 구사했던 주인공이기도 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 이어 9년만에 4강 신화를 일궈낸 한국 여자배구서는 김연경의 서브 파워가 가장 파괴력이 높으며 세터 염혜선과 김희진 등이 서브 정확도가 뛰어나다.

현대 배구는 서브라는 말에서 서비스를 한다는 본래의 의미를 찾아 볼 수 없다. 경기 방식이 바뀌면서 서브의 의미를 다른 관점에서 이해하기 때문이다. 서브라는 용어가 현실에 맞지 않게 됐지만 일단 완성된 말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다만 원래 뜻을 알고 이해하려는 노력은 필요하지 않을 까 싶다. 말 속에는 스포츠 정신과 도덕이 배어있기 때문이다. 서브는 애초 승패를 가르는 용어가 아닌 스포츠를 즐기는 마음이 담긴 말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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