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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455] 토스(Toss)는 일본식 영어, 세트(Set)가 정확한 영어 표현이다

2021-08-04 07:10

공격을 하기 위해 볼을 띄워주는 토스(Toss)는 일본식 영어이다. 정확한 영어 표현은 세트(Set)이다. 사진은 대한항공 세터 황승빈이 볼을 띄우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공격을 하기 위해 볼을 띄워주는 토스(Toss)는 일본식 영어이다. 정확한 영어 표현은 세트(Set)이다. 사진은 대한항공 세터 황승빈이 볼을 띄우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배구는 대부분 용어가 영어로 이루어져 있다. 평소 듣고 익숙한 용어들이 영어로 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배구라는 종목 자체가 미국에서 탄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영어라고 생각하고 쓰는 대표적인 용어 중에 일본식 영어가 있다면 아마도 배구팬들은 많이 놀랄 것이다.

토스(Toss)가 바로 그것이다. 토스라는 용어는 배구팬들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사용하는 단어이다. 어떤 물건을 공중으로 던진다는 의미로 토스라는 말을 많이 쓴다. 축구에서 심판이 경기 시작 전 선공과 후공을 가리기 위해 동전 던지기를 할 때, ‘토스를 한다’는 말을 쓰기도 한다.

토스는 배구에서 일반적으로 스파이크 하기 좋게 볼을 연결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패스와 비슷한 의미지만 패스는 볼을 연결하기 위한 목적에 머무르는 반면 토스는 공격을 하기 위한 패스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토스라는 말을 영어 사용자에게 말하면 잘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일본식 영어이기 때문이다. 올바른 영어 표현은 세트(Set)이다. 미국배구용어사전에 따르면 세트는 공격자가 네트 옆에 있는 지역으로 공을 보내 팀원이 공을 상대편 코트에 꽂을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말한다. 물론 영어 ‘Toss’에도 던진다는 표현이 있다. 하지만 배구에서 스파이크를 하기 위해 볼을 연결해주는 것은 세트라고 부른다.

배구에서 세트라는 말이 생긴 것은 1916년 필리핀 사람들에 의해서라고 한다. 1916년 필리핀에서 스파이커에게 손끝으로 공을 연결하는 기술을 세트라고 명명했다. 필리핀 사람들은 세트와 스파이크(Spike)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세트라는 표현이 필리핀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의외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필리핀의 역사를 살펴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필리핀은 1898년 미국과 스페인간의 전쟁에서 미국이 승리한 뒤 미국의 지배를 받게됐다. 미군이 주둔하고 미군정의 통치를 받았다. 1895년 미국 메사추세츠주 홀리오크에서 YMCA 체육부장을 하던 윌리엄 모건이 창안한 것으로 알려진 배구는 YMCA 지도자들에 의해 1910년 필리핀에 들어왔다.(본 코너 454회 ‘왜 ‘Volleyball’을 '배구(排球)라고 말할까‘ 참조) 필리핀에서 배구는 농구와 함께 미군들에 의해 널리 보급되며 인기를 끌었다. 몸싸움을 하지 않는 종목으로 상대편에 볼을 꽂으면 득점을 올리는 간단한 규칙으로 된 배구가 점차 세분화되며 전문 용어가 만들어졌다. 세트라는 말도 이러한 환경에서 나온 것이다.

일본배구 역사는 1913년부터 시작된다. 1913년(대정 2년) 북미 YMCA 체육교사 F.H.브라운이 배구를 소개하고 지도를 통해 일본 배구의 기초를 닦았다. 유럽 체육문화를 배우고 귀국한 도쿄 YMCA 체육교사 오모리 헤이조가 일본 배구의 기틀을 마련했다. 일본배구가 아시아권에서 필리핀보다 늦게 미국에서 배구가 들어오게 된 배경이다.

일본 근대 지식인들은 서구 스포츠용어를 자신들의 표현방법으로 만드는데 관심을 쏟았다. 야구를 비롯한 여러 종목에서 일본식 영어가 등장한 것은 일본인들이 자기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용어를 만들려고 했기 때문이다. 세트 대신 토스라는 말이 생긴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토스라는 말을 쓰게 된 것은 한 판 경기를 뜻하는 세트와 구별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영어에선 한 판 경기와 같은 의미인 세트에다 'Up'를 붙여 공격 기술만을 따로 구별하기도 한다.

해외에 나가서 배구 용어를 쓸 일이 있던가, 외국인과 배구 이야기를 할 때가 있으면 토스 대신 세트라는 말을 써야 정확한 표현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일본식 영어에 익숙한 국내 배구에선 세트라는 말보다 토스라는 표현이 훨씬 익숙하다. 이미 일상적인 표현으로 자리잡은 말을 바꾸는 일은 쉽다. 그래도 일본의 영향으로 토스라는 말을 많이 쓰고 있지만 올바른 영어 표현이 세트라는 사실만은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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