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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454] 왜 ‘Volleyball’을 '배구(排球)라고 말할까

2021-08-03 07:17

배구(排球)는 'Volleyball'를 의역한 한자어이다. 공을 손으로 때린다는 뜻이다. 사진은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한일전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두고 8강에 오르며 환호하는 한국여자배구 선수 모습. [도쿄=연합뉴스]
배구(排球)는 'Volleyball'를 의역한 한자어이다. 공을 손으로 때린다는 뜻이다. 사진은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한일전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두고 8강에 오르며 환호하는 한국여자배구 선수 모습. [도쿄=연합뉴스]
배구(排球)는 원래 한자어이다. 밀친다는 의미의 ‘排’와 공을 의미하는 ‘球’이 합해진 말이다. 공을 손으로 때린다는 뜻이다. 한자용어사전에 따르면 한자어 ‘排’라는 말은 ‘手(손 수)’와 ‘非(아닐 비)’가 결합한 모습이다. ‘非’자는 새의 날개가 엇갈려 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아니다’는 뜻을 갖는다. ‘非’자에 ‘手’자가 결합된 ‘排’자는 아닌 것을 거절한다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排’자는 배출(排出), 배설(排泄), 배변(排便)이라는 단어에서 사용된 것처럼 불필요한 물건을 밖으로 내보낸다는 의미를 갖는다.

배구의 ‘排’자는 바르지 않은 것을 손으로 밀어내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排球’는 공을 상대방에게 손으로 밀어낸다는 뜻으로 경기 동작을 나타낸다는 것에서 생긴 말이라고 볼 수 있다. 당구(撞球)의 ‘撞’가 공을 찌른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것처럼 말이다. 배구에서 ‘排’자를 씀으로써 마치 필요없는 볼을 상대 코트에 보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배구의 영어 말은 ‘Volleyball’이다. ‘排’자는 날으다는 의미인 ‘Volley’를 해석한 것이며, ‘球’는 ‘Ball’을 옮긴 것이다. 중국어로 예전에는 ‘Volleyball’을 음역한 ‘華利波’로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음역보다는 의역을 선호하며 배구로 사용하게됐다. 언제 배구라는 말이 생겼는지는 불분명하다. 1895년 미국 메사추세츠주 홀리오크에서 YMCA 체육부장을 하던 윌리엄 모건이 창안한 것으로 알려진 ‘Volleyball’은 YMCA 지도자들에 의해 1910년 필리핀에, 1913년 중국에 소개되면서 일본과 한국에도 비슷한 시기에 들어왔다. 이때 중국 한자어로 배구라는 말이 처음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모건은 농구 창안자인 제임스 네이스미스와 함께 YMCA Springfield College에서 같이 공부했다. 네이스미스가 농구를 발명한 지 4년 후인 1895년 여름 홀리오크 YMCA 체육부장이 되면서 여러 운동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는 농구에 못지않은 경쟁적인 스포츠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Volleyball’을 발명하게 됐다.

원래 ‘Volleyball’은 처음 창안됐을 때는 ‘민토네트(Mintonette)’로 불렸다. 배드민턴과 비슷하다는 이유에서 였다. 1896년 첫 시범경기를 지켜본 YMCA 지도자 알프레드 할스테드는 경기의 성격에 착안해 ‘Volley Ball’이라고 이름을 바꿨다. ‘VolleyBall’은 처음 만들어질 때는 두 단어로 이뤄져 있었다. 1900년대 초 스팔딩을 통해 배구의 규칙이 본격 보급되면서 한 단어가 됐다.

‘Volleyball’의 ‘Volley’는 원래 라틴어 ‘Volare’가 어원이다. 고대 프랑스어 ‘Voler’와 중세 프랑스어 ‘Volee’을 거쳐 영어로 들어왔다. 모두 날아간다는 의미이다. 인터넷 용어사전 매리엄 웹스터에 따르면 1591년부터 영어 ‘Volley’가 처음 사용됐다. 스포츠에서 ‘Volley’는 날아가는 볼을 찬다는 의미로 오래전부터 사용했다. 축구에서 ‘Volley Kick’는 공이 땅에 닿기 전 공중에서 공을 차는 것을 말한다. ‘Volleyball’이라는 말은 ‘Volley’라는 단어가 포함됨으로써 경기 동작을 의미하는 뜻이 됐다.

스포츠 종목 이름은 대부분 일본식 한자어가 많다. 야구(野球), 정구(庭球), 수구(水球) 등은 경기 환경이나 장소를 나타내는 단어를 쓴다. 경기 시설과 용구를 사용하는 종목은 농구(籠球), 탁구(卓球) 등이 있다. 경기 동작을 의미하는 말을 쓰는 종목은 배구와 송구(送球, 핸드볼), 당구(撞球), 피구(避球)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배구는 이례적으로 일본의 영향을 받지 않고 중국에서 만들어진 한자어이다.

배구가 일본식 한자어에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은 미국에서 들어온 역사적인 유입 경로 때문이었다. 서양 스포츠를 앞장서서 동양에서 먼저 받아들인 일본이지만 배구라는 단어는 스스로 만들지 못했다. 일본은 중국에서 만든 한자어를 제국주의 시대부터 영어 ‘Volleyball’이라는 말 대신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16년 서울 중앙 YMCA의 미국인 선교사 반하트가 회원들에게 정식으로 지도하면서 배구가 처음 소개됐다.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해방이후 배구는 초증고 체육시간에 학생들에게 많이 보급되면서 주요 스포츠로 자리잡았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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