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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261] 번리(Burnley) FC의 별명 '더 클래러츠(The Clarets)'는 영국 국왕과의 인연으로 생겼다

2021-01-14 07:56

번리는 손흥민이 '70m 원더골'을 기록한 팀이다. 와인색 유니폼으로 인해 '클래러츠(Clarets)'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사진은 2019년 12월 손흥민이 번리전에서 환상적인 드리블로 원더골을 기록하는 모습.
번리는 손흥민이 '70m 원더골'을 기록한 팀이다. 와인색 유니폼으로 인해 '클래러츠(Clarets)'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사진은 2019년 12월 손흥민이 번리전에서 환상적인 드리블로 원더골을 기록하는 모습.
번리(Burnley) FC는 국내 축구팬들에게 손흥민에게 ‘원더골’를 허용한 팀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19년 12월 8일 런던 토트넘 훗스퍼구장에서 벌어진 프리미어리그(EPL) 경기에서 손흥민은 70m를 혼자 치고 들어가 엄청난 골을 성공시켰다. 손흥민은 이 골로 2020년 FIFA 푸스카스상을 수상했다.

번리는 약체팀 같지만 사실 잉글랜드 리그 원년부터 참가한 유서깊은 구단이다. 번리라는 도시는 잉글랜드 북서부 랭카셔 동부의 공업도시이다. 맨체스터에서 북쪽으로 40km. 리즈에서 서쪽으로 48km 떨어져 브런강과 칼더강이 만나는 곳에 위치해 있다. 도시 이름은 ‘브런 강변의 목초지(Meadow by the River Brun)’를 뜻하는 ‘브런 리(Brun Lea)’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다. 역사적으로 ‘브론리(Bronley)’, ‘브룬리(Brunley)’, ‘브룸리(Brumleye)’ 등 여러 철자로 기록됐다고 한다.

18세기 후반 산업혁명으로 면직물, 모직물 제조가 크게 발달하면서 도시가 성장했다. 번리 FC는 1882년 럭비팀으로 창단했다가 축구팀으로 전환했다. 당시는 럭비팀을 축구팀으로 바꾸는 게 유행이었다. 창단 당시의 이름은 번리 러버스(Burnley Rovers) FC였다. 창단한 지 몇일 지나 실을 뽑는 직공을 뜻하는 ‘러버스’를 떼고 현재의 번리 FC이름으로 바꿨다.

초창기 시절 번리는 다른 잉글랜드팀들과 마찬가지로 제대로 된 축구장이 없었다. 창단 첫해에 ‘칼더 베일(Calder Vale)’라는 경기장을 썼다가 1883년 번리 크리켓팀 초청으로 현재의 ‘터프 무어(Turf Moor)’로 옮겼다.

번리는 1차세계대전 직전인 1914년 4월 런던 크리스탈 팰리스에서 벌어진 FA컵 결승에서 리버풀을 1-0으로 물리치고 지금까지 처음이자 마지막인 FA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영국 국왕 조지 5세가 사상 처음으로 축구장을 방문, 직접 우승팀인 번리에게 시상했다. 조지 5세는 빨간 장미 옷을 입고 시상식에 참석했다.

번리는 FA컵 우승 이전에는 홈경기장 이름을 빌려 별명으로 ‘터프티스(Turfites)’라고 불렀다. 하지만 FA컵 우승 인연으로 당시의 유니폼인 와인색에 맞춰 ‘클래러츠(Clarets)’라고 불렀다. 잉글랜드 축구 대회에서 최고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FA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영국 왕이 직접 우승 트로피를 직접 수상했다는데 자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번리 선수들은 1차 세계대전 중에전 쟁 물자로 징발되는 바람에 유니폼을 만들 옷감을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지역 주민들로부터 옷 배급량을 할당받아 유니폼을 마련해 경기를 하기도 했다.

레드와인과 블루를 쓰는 번리 유니폼 색깔은 창단 초창기 최강팀이었던 아스톤 빌라(Aston Villa)을 모방한 것이었다. 원래 번리 유니폼은 검정색과 노란색을 사용해 말벌과 비슷하다고 해 별명이 ‘호네츠(Hornets)’로 불리기도 했다.

번리는 1920-21, 1959-60시즌 1부 리그에서 우승을 한 경력이 있다. 하지만 이후 두드러지 성ㅈ거을 내지 못했다. 2008-09시즌 2부리그 풋볼리그 챔피언십에서 5위로 승격, 플레이오프에서 셰필드 유나이티드를 꺾고 우승을 해 EPL에 처음 진출했다. 같은 시즌 칼링컵에서 첼시와 아스날을 연이어 꺾고 준결승에서 토트넘과 만났으나 연장전 끝에 아깝게 쳐 결승 진출이 무산됐다. 2009-10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꺾는 등 선전하기도 했지만 18위를 차지해 챔피언십으로 다시 강등됐다.
이후 챔피언십에서 중위권을 유지하다가 2013-14시즌 위건 애슬레틱을 2-0으로 꺾고 챔피언십 2위를 확보하며 5시즌만에 EPL에 복귀했다. 2016-17시즌부터는 꾸준히 EPL에 잔류하고 있다. 2017-18 시즌에는 리그 7위로 EPL 출범이후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또 같은 시즌 1962-63시즌이후 약 52년만에 유로파리그에 진출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2019-20시즌 리그 10위를 기록했다.

비록 손흥민의 토트넘에게는 약한 일면을 보이고 있지만 번리는 재정적 여건이 다른 상위권팀에 비해 열악하기는 하지만 ‘진실을 지키자(Hold To The Truth)’라는 팀 모토답게 EPL리그를 지키고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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