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체육 100년100인100장면] 22. 타이틀 17차 방어한 ‘작은 들소’ 유명우

이신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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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0-09-14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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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우는 첫 타이틀전에서 꿈을 이루었다. 1985년 12월 미국의 조이 올리보를 15회 판정으로 물리치고 WBA 주니어 플라이급 왕좌에 올랐다. 장정구 보다 조금 늦은 나이였다. 장은 만 20세였으나 유는 만 21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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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우의 챔피언 등극으로 대한민국은 세계복싱 양대 기구의 같은 체급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나라가 되었다. 장정구는 WBC, 유명우는 WBA였다. 체급의 이름은 달랐지만 같은 무게였다. 기구가 달라 명칭을 달리 했을 뿐이었다.

장정구와 유명우가 함께 챔피언으로 있었던 시기는 유명우가 타이틀을 쟁취한 1985년 12월 8일부터 장정구가 타이틀을 자진 반납한 1988년 6월 27일까지 2년 7개월 여간. 프로모션도 극동과 동아로 나뉘어져 있어 서로간의 기 싸움이 심한 편이었다.

두 선수는 한 살 차이인데다 동시대에 챔피언으로 있어 여러 가지로 비교되었는데 성격이나 타이틀전에 임하는 자세 등도 달라 팬들이 나뉘기도 했다.

유명우는 전형적인 복싱을 했다. 물 흐르듯 수려한 복싱으로 상대를 가지고 놀았다. 체중감량이 쉽지는 않았겠지만 그 때문에 애를 먹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유명우는 오로지 운동뿐이었다. 한눈을 판적이 없다.

사생활 잡음 없이 오로지 복싱에만 매달린 아주 모범적인 챔피언. 그래서 그의 방어전은 항상 여유 있었고 롱런이 예상되었다. 펀치력이 특히 강한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경기 운영 능력이 뛰어났고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지녔다.

유명우도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KO를 작성했다. 하지만 한 방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잦은 매가 쌓여서 KO로 이어진 것이었다. 때문에 초반 KO보다는 후반 KO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그가 기회를 잡고 밀어붙이기 시작하면 누구도 그 덫에서 헤어나지 못했고 소나기 펀치를 맞다가 쓰러지곤 했다. 그 소나기펀치가 유명우를 ‘작은 들소’로 만들었다.

유명우는 방어전이 늘어날수록 실력 또한 늘어 비교적 순탄하게 방어전을 이어갔지만 늦게 챔피언이 되었으므로 방어전 숫자에 있어서는 항상 장정구보다 적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장정구의 방어전이 들쑥날쑥한 한 반면 유명우는 4개월여에 한 번씩 정례행사처럼 방어전을 치뤘다.

장정구가 떠난 후부터는 시간만 지나면 최다방어 기록을 세우게 되는 것으로 1991년 16차, 17차 방어전을 성공하여 장정구의 기록을 뛰어 넘었다. 주니어 플라이급의 17차 방어전 역시 WBA의 최고기록이었다.


유명우는 1991년 4월 28일 일본 원정 18차 방어전에서 이오카 히로키에게 12회 판정패, 6년여 보유했던 타이틀을 놓았다. 생각지도 못했던 패전이었다. 홈링인 일본의 편파판정이 있었다. 유명우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유명우는 당초 챔피언전을 치를 때 마련해놓았던 리턴매치를 바로 준비했다. 그러나 새롭게 챔피언이 된 히로키는 이런저런 이유로 대전을 피했다. 히로키가 시간을 끄는 바람에 타이틀전은 1년 이상 걸렸다.

1992년 11월 18일, 승리는 당연히 유명우의 몫이었다. 12회 판정승을 거두며 다시 챔피언이 된 유명우는 원래 계획대로 1993년 7월 25일 호소노 유이치와의 1차 방어전을 성공적으로 끝낸 후 타이틀을 반납하고 은퇴를 선언했다.

유명우는 타이틀전을 할 때부터 이긴 후 정상에서 물러나겠다고 공언했었다.

프로 데뷔 후 이오카 히로키에게 패하기 전까지 36연승을 하며 17차 방어에 성공한 유명우. 2013년, 장정구에 이어 한국인으론 두 번째로 세계복싱 명예의 전당에 헌액 되었다.

타고난 복싱 천재 장정구와 다듬어진 복싱 천재 유명우가 한 시대를 풍미하며 물러난 자리를 메꿀 복서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이들 이후 두 자리 수 방어전을 성공한 선수는 없었고 그들이 가면서 프로복싱도 서서히 저물기 시작했다.

[이신재 마니아리포트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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